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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MIN Jan 18. 2025

『카지노 가입 쿠폰 때문에』

Part 9. 7-2-1

이 앨범의 진정한 제작자는 사랑이다. 조금 낯간지러운 표현이어도 별수 없다. 「그대 내 품에」를 듣고 어떻게 사랑을 이야기 안 할 수 있단 말인가. 「우울한 편지」의 우울마저도 사랑에 대해 무시무시하게 헌신적인 그이의 어법 덕분에 역설적으로 맑게 느껴지는 이 앨범의 사운드는 ‘진심’ 두 글자라는, (그때도 거의 절멸 직전이었지만) 이제는 거의 멸종되다시피 한 감정을 어렴풋하게나마 떠올리게 한다.


그이는 자신의 보컬 실력을 솔직히 인정하며 이 앨범을 만들었다. 이 앨범이 참신한 코드워크가 수없이 등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기존의 대중음악이 사용하지 않았던 새로운 조성과 화음을 그는 적극 도입했다. 메이저와 마이너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피아노 연주, 재즈 음계를 이용한 독특한 전조, 현악 오케스트라의 독특한 운용 등이, 그이가 앨범의 곡을 자신의 목소리에 맞추려고 얼마나 큰 노력을 했는지를, 넌지시 청자에게 알려준다.「지난날」의 묘한 전조는 (유재하가 꼼꼼히 편곡한 코러스 편곡과 더불어) 경이로우며, 「우울한 편지」의 마이너와 메이저를 넘나드는 멜로디는 상당히 이채롭다. 그가 쓴 연주곡인 (유일하게 노인경이 첼로로 참여한) 「Minuet」 또한 이런 묘한 전조가 엇갈리면서도 무도곡의 흥취를 한껏 살린다.


그뿐인가. 이 앨범의 수록곡 중 먼저 발표된 「그대 내 품에」나 「사랑하기 때문에」, 「가리워진 길」 같은 곡은 다른 가수가 부른 버전에 비해 템포가 느리다. 그이는 되도록 앨범의 곡을 천천히 부르되, 한 음 한 음을 힘주어 부르면서, 곡의 의도에 부합하는 선명함을 무너트리지 않게끔 최선을 다했다. 이상하게도 그 힘이 들어간 보컬이 사람 마음을 더욱 건드린다.이 앨범의 사운드는 바로 그 유재하의 보컬 덕분에, 코드 워크의 현란한 서커스로 추락하지 않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이의 신디사이저 연주가 돋보이는)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을 노래하는 그이의 보컬은 더할 나위 없이 푸릇푸릇하고, 정갈하며 또한 품위 있다.


앨범에서 유재하 다음으로 많은 곡에 참여한 조원익은 (이채로운 성격을 지닌) 「텅 빈 오늘밤」의 음장감이 강한 베이스 연주와 「우울한 편지」의 재즈 베이스 연주, 「그대 내품에」의 유려한 멜로디에 충실한 베이스 연주를 다양하게 소화하면서도, 유재하의 보컬과 연주가 미처 챙기지 못한 저음부를 확실히 챙긴다. 안기승과 유영수가 분담한 드럼 연주는 유재하의 보컬과 편곡과 멜로디에 어울리는 비트와 킥을 이 앨범에 제공했다. 이 앨범의 핵심이라고 할 15인조 스트링 오케스트라(라고는 하지만 기실 그이의 친구들)의 연주는 유재하의 곡이 지닌 까다로운 페이스와 풍성한 음을 동시에 챙겼다. 플루트로 참여한 김애란이나, 오보에로 참여한 임정희, 클라리넷으로 참여한 이광훈과 호른으로 참여한 이지원은 앨범의 두 걸작인 「가리워진 길」과 「사랑하기 때문에」를 각각 실내악의 풍성함과 오케스트라의 유려함으로 채웠다.


자신의 약한 모습마저도 사랑에게 건낼 줄 안 그이는 앨범 속에 자신의 정수를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그이의 예기치 못한 이별이 유달리 안타깝게 느껴지는 건 그이가 정말로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사랑을 포기하기를 주저않는 지금 시대에도, 그이의 사랑은 시리도록 맑아서, 지금 있는 사랑은 물론이요, 떠나간 사람을 그리워하는 일조차 주저하지 않게 한다. 이 앨범은 우리를 사람 만든다. 이 앨범을 들으면, 우리는 ‘사람’이라는 걸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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