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0 카지노 쿠폰
그렇게 학교에 각자의 개성을 옷으로 표현하기 좋아하던 친구들이 모였다.
각자의 과에서 공부를 하다가 일주일에 한 번, 목요일 저녁 우리는 주제를 정해서 만나 발표하고 토론했다. 그리고 각자가 생각하는 패션에 대해 글도 썼다.
이건 학회원으로서 내가 처음 썼던 글인데 혹시 궁금한 사람?
https://blog.naver.com/ot_geori/30147515789
지금도 학회원들이 재밌는 활동을 꾸준히 공유하고 있으니, 혹시 패션에 관심 있는 고려대생 보고 있다면 지원해 주세요!!
“패션”이라는 공통 관심사로 모인 우리들이었지만, 모두의 마음이 항상 맞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조금은 개성 강한 친구들이 모였기 때문에 하나의 주제로 팀을 나눠 토론하다 보면 살벌한 토론의 장이 열렸다. <윤리적 패션이라는 주제로 토론을 할 때는 ‘아 이거 이러다가 다들 기분 상해서 그만둔다고 하는 거 아니야?’ 싶을 정도로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그런 우리가 모두 한마음으로 준비할 수 있었던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바로 카지노 쿠폰이었다. 사실 옷거리라는 학회를 기획하면서부터 개인적으로는 제일 하고 싶었던 프로젝트였다. 문제는 지금은 익숙하지만 당시에는(대략 13년 전) 다소 생소했던 카지노 쿠폰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재밌는 축제의 장으로 만드는가 하는 것이었다. 런칭한지 한학기도 채 되지 않은 인지도가 약한 학회였지만, 그렇다고 “우리끼리만의 잔치”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에라 모르겠다’ 우선 그냥 스케일을 키우고 시작했다. 학교의 제일 큰 축제기간인 5월에 제일 큰 메인 공간인 중앙광장을 빌렸다. 이를 위해 학생회에 우리가 뭘 하고 싶은지 어떻게 할 수 있는지를 계속 프레젠테이션하고 설득했다.
문제는 이 큰 공간을 어떻게 채우느냐는 것이었다.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셀러를 모집하였지만, 그 큰 광장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더 많은 콘텐츠가 필요했다. 우리는 학교 외부의 빈티지샵을 하나하나 컨택하여 섭외했다. 2주 정도는 정말 카지노 쿠폰 준비로 (그걸 핑계로) 공부를 거의 안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드디어 카지노 쿠폰 당일, 배송 온 텐트를 학회원들이 직접 옮기고 설치하는데 진짜 거짓말 아니고 군대에서 받은 그 어떤 훈련보다 힘들었다..
셀러들이 하나씩 도착하고 부스를 설치했는데 정말 그럴싸한, 우리가 머릿속으로 그려왔던 카지노 쿠폰의 모습이었다. 다행히 재학생들도 처음 있는 학교 행사에 엄청난 관심을 보였다.
이틀 동안 정말 더는 못 걷겠다 싶을 정도로 걷고 뛰었지만 너무 재밌고 행복했다.
아직도 옷거리 활동하면서 뭐가 제일 재밌었냐고 묻는다면 난 무조건 카지노 쿠폰이다.
+ 카지노 쿠폰에 콘텐츠가 하나 더 있었는데,학회원들이 빈티지 데님셔츠를 하나씩 리폼해서 판매하는 것이었다. 내 건 마지막까지 안 팔려서 그냥 내가 입었던 것으로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