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3 패기의 인턴
이것저것 하느라 나름 바쁜 학창 시절을 보내고 나니, 나에게도 취업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경영학과의 특성상, 꽤 많은 친구들은 CPA 준비를 했고 컨설팅이나 은행, 증권사 같은 곳의 취직을 준비했다. 하지만 내가 밀라노 교환학생, 패션 연계전공과목 수강, 패션학회 운영 등의 과정을 거치며 나름 확실해진 건 “나는 패션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CPA를 준비하는 친구들 빼고는 거의 모든 동기들이 삼성 공채 인턴을 지원했는데, 대다수는 삼성전자를 희망했고, 생명, 카드, 증권 등이 뒤를 따랐고, 삼성물산 패션(당시 제일모직)에 지원한 건 주변에 나 혼자였다. 다들 신기해하면서도 ‘너는 그럴 줄 알았어’라는 반응이었다.
삼성 이외에도 다른 패션 관련 대기업에는 다 지원했는데 희한하게도? 인적성 검사에서 다 떨어졌다. 유일하게 나를 붙여준 게 삼성이었다. 그 이후로 면접을 봤고 인턴에 합격했다. 이 면접이 어땠는지에 대해 더 자세히 얘기하고 싶은데 무려 2013년으로 너무 오래되어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이후에 정직원 전환 면접은 나름 또렷하게 기억이 나니 거기서 얘기할게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당시에 희망 부서를 적어서 낼 수 있었는데, 그때부터 멀티숍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1순위를 BEAKER, 2순위를 10 Corso Como로 정카지노 가입 쿠폰. 의외로(?) 당시에는 멀티숍 부서 인기가 그렇게 많지 않아서 너무나 럭키하게도 내가 1순위로 원했던 BEAKER에 갈 수 있었다. 멀티숍 부서가 인기가 없었던 이유는 나중에야 알게 되었는데 to be continued..
두 달이 채 되지 않는 인턴 기간이었기에, 패기가 넘쳤던 나는 어떻게든 내가 패션을 얼마나 좋아하고, 열정이 있는지를 증명하고 싶었다. 인턴에게 얼마나 많은, 중대한 일이 맡겨지겠냐만은 나는 어떻게든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중압감에 휩싸였다. 사실 그때 내가 담당했던 업무는 주로 오더를 엑셀시트에 정리하는 일이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단순한 작업이었지만, 한 시즌을 끌고 가야 하는 오더 시트이기에 정확도가 굉장히 중요했다.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어떻게든 두 번 보고 세 번 확인했다. 박스를 싸야 하거나 퀵을 보내는 작은 일도 어떻게든 선배님들보다 내가 먼저 하려고 했다.
짧은 인턴 기간이 끝나고 마지막 날, 나는 모든 선배님들께 “제가 꼭 정직원 면접도 잘 봐서 비이커팀에 다시 올게요!!”라고 당차게 인사드리고 퇴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