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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Woo Lee Mar 09. 2025

단편소설 <거짓부데기

숨쉬듯 쓴 단편소설 #14

최근 '숨쉬듯'이라는 글쓰기 모임에서 편한 마음으로, 숨 쉬듯 글을 쓰고 있다. 모임은 구성원 모두가 한 달에 한 번 하나의 소재에 대해 글을 쓰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달의 소재는 거짓말이었다. 유튜브에서 우크라이나에 파병된 북한군 인터뷰 영상을 보고 글을 썼다. 거짓말 같은 일이 세상에 벌어지고 있다.




거짓부데기



2025.01.05

쿠르스크 마흐놉카 마을 인근 개활지 전투 기록


“목표물 상공. 목표물 감시 중.”

눈이 쌓인 대낮의 들판 위를 병사들이 서로 약 3m 떨어져 일렬로 진군했다.

“30명 정도로 추정. 한 개 소대로 보인다.”

“폭탄 투하 시 알려주기 바람.”

“폭탄 투하.”

창백한 들판 위에 붉은 섬광이 피어올랐다. 일렬로 걷던 군인들은 혼비백산하여 개미처럼 사방으로 흩어졌다.

“인근 숲으로 도주 중이다. FPV 드론 투입.”

“확인. 생존한 병사들 추격 중.”

검은색 드론들이 흩어져 도망치는 군인들의 뒤를 쫓았다. 이내 곳곳에서 작은 섬광이 일었다. 섬광이 잦아들자 들판 위에 널브러진 시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적군 한 명이 부상당한 동료를 부축하며 방풍림으로 도주 중. 생포 가능해 보임.”

다리를 다친 듯한 동료를 이고 가던 군인은 뒤를 돌아봤다. 하얗게 질린 표정이었다. 그는 사력을 다해 도망쳤지만 드론은 그들 머리 위에 태연하게 떠 있었다.

두 군인은 이내 숲에 도달하고 나무 뒤에 몸을 숨겼지만 소용없었다. 한겨울의 나목은 그들을 감춰 주지 못했다. 군인은 마지막 기력으로 소총을 들어 드론을 향해 난사하다 의식을 잃었다.

“SOF 지원 요청. 생포 가능한 북한군 두 명 확인.”



2024.10.16

김일권 수첩 - 편지


아버지, 어머니 저는 로씨야 블라디보스또크에 왔습니다. 난생처음으로 밟아 보는 이국 땅입니다. 알렉세이 이바노프라는 로씨야 이름도 받았습니다. 이곳에서 로씨야 군과 함께 남조선 괴뢰군을 쳐부수기 위한 합동 훈련을 받는다고 합니다.

떠나기 전에 아버지, 어머니 얼굴을 보고 싶었지만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떠나야 해서 그럴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내가 로씨야에 간다고 알았다면 많이 걱정하셨을 테니 다행일지도 모릅니다.

17살에 군에 갔으니 못 뵌 지 7년입니다. 못 견디게 그립습니다. 승리를 안고 돌아갈 날을 기대하며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아버지, 어머니. 꼭 건강하십시오. 그날이 오면 다시 뵙겠습니다.



2024.10.24

김일권 수첩 - 일기


25kg 배낭을 메고 100리 4시간, 200리 8시간 내로 주파해야 한다.

힘들어서 눈물이 나올 정도이지만 포기하면 수치다.



2024.11.22

김일권 수첩 - 보위부 사상 강연 메모


김정은 동지께서는 명령을 받으면 즉각 행동하고 싸울 줄 아는 대대, 그 어떤 임무를 주어도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는 만능대대를 준비시키는 것이 우리 무력의 모든 대대들이 반드시 도달하여야 할 목표라 하셨습니다.

폭풍 군단의 일원으로서 이번 전쟁에서 앞장서 대오를 이끌 것입니다. 작전을 철저하고 용맹하게 완수하여 승리를 안고 조국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로씨야에서 어머니 당에 대한 희생성은 물론 임무 수행 능력을 증명받아 혁명터에서 새로운 기회를 받기를 기대합니다.



2024.12.15
김일권 수첩 - 편지


아버지, 어머니 그동안 훈련이 고돼 편지를 쓸 겨를이 없었습니다. 오늘 드디어 쿠르스크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에서 남조선 괴뢰군의 손아귀에 있는 로씨야 핵발전소를 해방해야 합니다. 겁쟁이들인지라 무리 없이 탈환할 수 있을 겁니다.

여전히 로씨야 군과 말이 통하지 않아 어려움이 많지만 이제는 조금 익숙해졌습니다. 그들이 가진 손전화기에 번역 기능이 있어 짧게나마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부디 두 분 모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다음에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



2024.12.19

김일권 수첩 - 무인기 전투 형식 메모


남조선 괴뢰군이 조종하는 무인기에 전우 동지들이 희생되고 있다.

무인기를 처치하기 위해 셋이 한 조가 된다. 한 명이 7m 거리를 두고 무인기를 유인한 뒤 가만히 서 있으면 무인기도 멈춘다. 이때 나머지가 무인기 뒤로 10-12m 떨어져 사격한다.

포탄을 떨어트리는 마귀 무인기를 발견하면 재집결할 위치를 정한 후 방공호, 숲 등 엄폐물이 있는 방향으로 산개한다. 빠른 사람만이 산다.



2024.12.20

김일권 수첩 - 편지


아버지, 어머니 오늘 조가 편성되었습니다. 같은 조의 리민성과 박동철 카지노 게임 모두 함경도 출신입니다. 전우 동지로 남조선 괴뢰군의 무인기를 격추할 것입니다.

리민성 카지노 게임는 18살이고 입대한 지 이제 막 1년이 넘어 군인의 눈빛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쿠르스크에 오게 된 이유도 굶지 않기 위해서라 합니다. 남조선 괴뢰군을 마주했을 때 여지없이 방아쇠를 당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직 못 미덥지만 조국으로 돌아갈 땐 어엿한 군인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박동철 카지노 게임는 저와 동갑입니다. 듣기로 나선에 있을 때 지휘관에 항명하여 수감된 적이 있다고 합니다. 과거에 죄를 지었지만 당으로부터 새로운 기회를 받기 위해 왔다고 하니 전우 동지로서 함께 작전을 완수할 것입니다. 리민성 카지노 게임를 잘 챙기는 모습을 보니 듬직한 형 같기도 합니다.

고향도 같은데 둘 다 외아들이라고 하니 괜히 더 반갑습니다.



2024.12.23

김일권 수첩 - 일기


오늘 리민성 카지노 게임의 생일이었다. 그리운 조선을 떠나 로씨야에서 맞는 생일. 박동철 카지노 게임가 로씨야 군에 부탁해 케이크를 얻어왔다. 몰랐는데 박동철 카지노 게임는 이전에 로씨야에 노동자로 파병된 적이 있어 로씨야어에 능통하다. 생일초는 라이터로 대체됐다. 리민성 카지노 게임는 케이크를 처음 먹어 본다고 했다. 얘기를 해 보니 리민성 카지노 게임는 어린 시절 아버지, 어머니 모두 잃었고 박동철 카지노 게임는 아버지는 병사하셨고 어머니는 몸이 안 좋다고 했다. 그래도 어머니 조국이 품어 준 덕에 혁명 동지들이 생겼으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나저나 리민성 카지노 게임는 참 잘 먹는다. 케이크를 싹싹 긁어먹는 걸 보니 이 전장에서 살아남아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2024.12.24

김일권 수첩 - 러시아어 단어


섯(스또이)

손들엇(루끼 웨 르흐)

무기를 버리라(브로싀 아루쥐예)

뒤로 돌앗(크 루곰)

앞으롯(브 뻬료드)

엎드렷(라쥐시)

옷을 벗으라(라즈젠늬쌰)

손을 뒤로 가져가라(루끼 나자드)

천천히 걸으라(메들렌노)

오라(까무네)

투항하라(즈다와이쩨시)

너희들은 포위되었다(위 아크르줴니)

투항하면 살려준다(예슬리 즈다요쩨싀 가란찌루유 와슈 즤즌)

저항은 무의미하다(싸쁘라찌블 레니예 네 이메예트 즈나체니야)

지휘관이 누구인가(크 또 까만지르)

무인기수는 누구인가(크 또 아뻬라또르 베뻴라)

손을 들고 진지 밖으로 나오라(루끼 웨 르흐 위하지 이즈 아꼬빠)

고향은 살아있는 너희들을 기다린다(쎄믜야 즈죠트 와스)

혁띠를 풀라(라스쩨그니 레멘)

신발을 벗으라(스니미 오부비)

지뢰원이 어디에 있는가(그제 미늬)

우리를 안내하라(쁘로와지 나스)

무인기들을 어디서 띄우는가(그제 스뿌 스까유트 크와드라꼽떼 로브)



2024.12.26

김일권 수첩 - 일기


소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부상자를 처형한다는 소문. 로씨야가 포격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소문. 우리가 그저 우크라이나 대포밥이라는 소문. 매일 죽만 먹는데 보급선이 끊겨 앞으로는 물도 제대로 먹지 못할 거라는 소문. 남조선 괴뢰군은 이 전장에 없다는 소문. 옆 대대 누군가가 탈영하다가 총살당했다는 소문. 흉흉한 소문들에 소대원들의 사기가 전과 같지 않다.

갖가지 선동에 흔들리는 리민성 동무를 나무랐다. 누가 혁명이 쉽다고 했는가. 오히려 어려운 일이기에 폭풍 군단이 로씨야까지 온 것이라 말했다. 깊은 고난일수록 어머니 당에서 알아줄 것이다. 다행히 박동철 동무는 이런 거짓부데기에 속지 않는 듯하다. 처음 봤을 때나 지금이나 결연한 눈빛으로 훈련에 임한다.



2024.12.27

김일권 수첩 - 훈련 메모


2025년 1월 5일 오후 1시경 마흐놉카 마을 인근 평야에서 2소대 단독 훈련 진행.

...

대인 지뢰 매장 지역을 지날 땐 3m 거리를 두고 일렬로 걷는다.

포탄이 떨어진 구덩이에는 다시 포격이 되지 않으니 그곳에 은신한다.

...

실전처럼 훈련에 임한다.



2024.12.28

김일권 수첩 - 일기


부대의 기강이 해이해진 것을 느낀다. 어제는 로씨야 군과 술을 마시는 동지들이 있었다. 리민성 카지노 게임는 물론 믿었던 박동철 카지노 게임도 무리에 함께 했다. 심지어 리민성 카지노 게임는 술기운에 로씨야 병사의 손전화기를 훔치기까지 했다. 조국을 욕되게 한 무거운 죄다. 다행히 박동철 카지노 게임가 로씨야 병사와 잘 얘기해서 일이 크게 번지지 않았다.

박동철 카지노 게임가 술자리에서 로씨야 병사들에게 들은 소문을 얘기했다. 1월 5일 훈련이 사실은 실전이라는 말이었다. 어머니 당의 지시가 아닌 술에 취한 로씨야 병사의 얘기를 믿어서 되겠냐고 나무랐다. 이렇게 로씨야 군에서 어머니 당과 인민군을 무시하는 처사가 종종 보이는데 내 눈에는 로씨야 군은 남조선 종이호랑이와 다를 바 없다.



2024.12.30

김일권 수첩 - 조 전술 메모


마귀 무인기가 나타나면 일단 회피한다. 무인기에 열 영상 감지기가 있기에 화기를 사용해서는 안 되며 나무, 방공호와 같은 은폐물에 숨는다.

무인기를 맞닥뜨리면 가장 발이 빠른 박동철 카지노 게임가 무인기를 유인하는 역할을 맡는다. 박동철 카지노 게임가 정지하면 무인기의 뒤에서 리민성 카지노 게임와 내가 사격한다.



2024.12.31

김일권 수첩 - 김정은 동지 신년사


해외 작전 지역에서 군사 의무를 수행하고 있는 영원한 우리 군대 장병, 군관, 병사들! 통역관과 기타 보장성원들!

조국의 명령에 충실하기 위하여 저물어가는 이해와 마주 오는 새해도 강고한 전투 포화로 이어가고 있는 카지노 게임들의 헌신과 노고에 무슨 말을 골라 격려하고 감사를 표해야 할지 모르겠소.

카지노 게임들! 카지노 게임들이 정말 그립소.

모두가 건강하게 무사히 돌아오기를 내가 계속 빌고 또 빌고 있다는 것을 한순간도 잊지 말아 주시오.

부과된 군사 임무를 승리적으로 결속하는 그날까지 모두가 건강하고 더욱 용기백배하여 싸워주기 바라오.



2025.01.02

김일권 수첩 - 행동 강령 메모


죽음은 끝이 아니라 영원한 영광의 시작이다.

전사여, 기억하라. 진정한 두려움은 죽음이 아니라 조국 앞에서의 수치다.

포로로 잡히는 것은 동료들, 가족, 그리고 민족에 대한 배신이다.

오직 약함 대신 명예를 선택하는 자만이 다음 세대에게 본보기가 될 것이다.

전장에서의 당신의 죽음은 용기와 불굴의 상징이 될 것이다.

수치는 생명보다 오래 남지만, 영웅의 영광은 영원하다!


수류탄을 단단히 손에 쥐어라.

핀을 뽑고 과감히 안전핀을 해제하라.

턱 아래나 방탄복 아래에 두어라.


포로가 되는 것은 곧 변질과 다름없다.

생포 위기 시 김정은 장군을 외치며 자폭하거나 자결하라.



2025.01.04

김일권 수첩 - 충성 서약 편지


아버지, 어머니 2소대 단독 훈련을 앞두고 있습니다. 실전 같은 훈련인 만큼 마음가짐을 제대로 하고자 편지를 씁니다. 당의 부름을 받아 로씨야에 온 것이 영광스럽습니다. 당에 대한 충성심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으로 목표를 완수하고 조국의 품으로 돌아갈 날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설령 제가 이 전장에서 목숨을 잃더라도 당과 수령의 훌륭한 자식으로 살았으니 자랑으로 간직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때는 제가 못다 한 몫까지 아버지, 어머니께서 헌신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남조선 괴뢰군을 완전히 소탕하는 그날까지.


<조국을 위한 노래

하늘이 무너져도 우리 삶 지켜준 품이다.

은혜론 그 품이 있기에 항상 마음은 든든하다.

열백번 다시 태어난대도 오직 그 품에 안기어 살고 싶어.

어머니 당의 그 품, 내 운명의 품이여라.



2025.01.16

북한군 포로 리민성 - 대한민국 국정원 인터뷰


“민성 씨. 몸은 좀 어떻습니까?”

“괜찮습니다.”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

“18살입니다.”

“언제 입대하신 거죠?”

“입대한 지 1년 막 넘었습니다.”

“이제 막 군에 들어왔는데 러시아에 온 건가요?”

“(끄덕끄덕)”

“사병인 거죠?”

“(끄덕끄덕)”

“부모님은 러시아에 온 걸 아시나요?”

“두 분 다 어렸을 때 돌아가셨습니다.”

“그렇군요. 북한에 있을 땐 어디서 복무했나요?”

“함경도에 있다가 자강도 홍수 피해 복구에 동원되었습니다.”

“고향이 함경도인가요?”

“네.”

“러시아에는 어쩌다 오게 됐나요?”

“지원해서 왔습니다.”

“지원해서요?”

“러시아에 가면 배를 굶지 않을 수 있다고 해서.”

“북한에서는 자주 굶었나요?”

“네. 식량을 마련하기 위해 군에서 직접 농사도 지어야 했습니다.”

“민성 씨도 농사를 지었습니까?”

“대부분의 군인이 농사를 짓습니다. 훈련받는 병사가 더 적고. 총보다 쟁기를 더 많이 잡았습니다.”

“러시아에 와선 잘 먹었나요.”

“거의 죽을 먹었습니다. 카지노 게임들 덕에 케이크 한 번 먹고.”

“케이크요?”

“제 생일이었어서.”

“동료들과는 친했나 보군요. 끝까지 동료를 부축했다고 들었습니다. 원래부터 알던 사람들이었나요.”

“이곳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다 함경도 출신이긴 했습니다.”

“다들 나이가 어떻게 됐나요?”

“김일권 카지노 게임, 박동철 카지노 게임 모두 24살입니다.”

“형들이군요. 러시아 군과는 사이가 어땠나요? 교류가 좀 있었는지.”

“거의 없었습니다. 한 번 러시아 군의 술자리에 껴서 마신 적은 있습니다.”

“말이 통했나요?”

“박동철 카지노 게임가 로씨야어를 할 줄 알았습니다. 저는 그냥 옆에서 마시기만 했고.”

“러시아 군에게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좀 들었나요?”

“술기운에 로씨야 군이 한 얘기를 박동철 카지노 게임가 제게 들려줬습니다. 1월 5일 훈련이 사실은 실전이라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러시아 군은 알고 있었던 모양이군요. 그 말을 듣고 어떻게 했나요?”

“그날 박동철 카지노 게임가 저를 따로 불러내서 1월 5일에 우리가 개죽음을 당할 거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두려운 마음도 있고 술에 취하기도 해서 손전화기를 훔쳤단 말입니다. 군 감옥에 가면 1월 5일에 안 나갈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군 감옥에 갔나요?”

“박동철 카지노 게임가 로씨야 병사에게 잘 말해서 그냥 넘어갔습니다.”

“박동철이라는 분은 좋은 사람이군요.”

“저를 앉히고 도망쳐야 한다고 했습니다.”

“도망이면 탈영이요?”

“조국으로 살아 돌아가도 평생 보위부 감시를 받으며 살아야 한다고, 자신이 그랬다고 했습니다. 당이 약속한 영광 같은 건 다 거짓부데기라 하면서.”

“박동철이라는 분은 탈영했나요?”

“못 했습니다. 마귀 무인기 폭격으로 1월 5일에 죽었습니다. 원래는 전장에서 무인기를 유인하는 척하다 도망치고 투항하기로 했단 말입니다. 근데 그럴 새도 없이 한 순간에.”

“그렇군요. 전쟁에 처음 나가곤 어땠나요?”

“살아생전 전투를 처음 해 본 거였습니다. 폭탄이 떨어지고 정신 차리니 주위에 동료 시체가 널려 있었단 말입니다. 포로가 될까 수류탄으로 자폭을 해서 머리가 날아간 카지노 게임도 있고. 그 엄동설한에 피 냄새가 아직도 기억나서….”

“부축한 동료는 누구인가요?”

“김일권 카지노 게임입니다.”

“김일권 카지노 게임도 훈련이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까.”

“박동철 카지노 게임가 말했지만 믿지 않았습니다. 김일권 카지노 게임는 폭풍 군단 출신이고 당에 대한 충성심이 깊었습니다. 마지막까지도….”

“생포하려고 하자 수류탄으로 김정은 장군을 외치며 자폭했다고 들었습니다.”

“포로가 되는 건 곧 변질이라.”

“이곳에서 눈을 떴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안도감이 생겼나요.”

“잘 모르겠습니다. 동지들의 소식이 궁금합니다. 쿠르스크는 해방이 되었나요?”

“아뇨. 안 됐습니다.”

“살아남은 동지가 있나요?”

“아직은 없습니다.”

“(한숨)”

“이곳에 한국 군인이 있다고 들었나요?”

“우크라이나 무인기 조종사가 몽땅 남조선 군인이라 들었습니다.”

“한국은 이곳에 파병하지 않았습니다.”

“(한숨)”

“이제 어떻게 하고 싶습니까?”

“공부를 좀 해 보고 싶습니다. 집 형편이 안 좋아서 공부를 할 수 없었습니다. 고생만 많이 하고 죽을 고비도 넘기고. 이제는 내 꿈을 이뤄 보고 싶습니다. 내 꿈을 꽃피워 보고 싶단 말입니다.”


End.



덧붙임


북한은 인당 약 2000달러를 받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자국의 군인을 파병했다.

파병에 따라 북한의 연간 외화 수입은 최대 1조 8638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거짓부데기는 거짓부렁의 함경도 사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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