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터널의 끝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반짝이는 메일을 클릭했다. 딸깍 - 이메일 발신자는 2주전에 지원한 한국 대기업의 프랑크푸르트 지사 인사팀 담당자였다. 서류전형은 통과 했으니 다음주 수요일 오후 두시까지 프랑크푸르트로 카지노 게임을 보러 와달라는 내용이었다. 기쁜 마음에 소리를 지르며 마루로 뛰어나가 소파에 앉아 있던 룸메들을 붙잡고 난리법석을 피운 후 고마움을 표했다. 지난 몇달간 나의 영어, 독일어 자기소개서와 입사지원서를 교정해주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룸메들 이었다. 거품처럼 들뜬 마음이 한김 가라앉고 나니, 카지노 게임 장소인 프랑크푸르트까지는 어떻게 가야할지 고민이 되었다. 내가 살고 있는 아헨(Aachen)과 프랑크푸르트(Frankfurt am Main)는 기차로 무려 4시간이나 걸리는 거리였다. 독일에 오고 나서 아헨이 위치해 있는 독일 서쪽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orth Rhine-Westphalia) 주를 벗어나 본적이 없었다. 그랬기에 독일 중부 헤센(Hessen) 주에 위치한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것은 나에게 위대한 여정처럼 느껴졌다. DB(Deutsche Bahn) 앱으로 기차 시간표를 확인하고, 도착역들을 다이어리에 꼼꼼히 적으며 계획을 세웠다.
드디어 카지노 게임 당일!
어슴새벽부터 일어나 채비를 하고, 자전거에 올라 탔다. 아헨 중앙역에서 자전거를 주차해 두고, 프랑프쿠프트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으니 차창밖에서는 희미한 여명이 하늘을 물들었다. 기차 안에서 한,영,독어로 준비 해둔 카지노 게임 질의응답을 입이 바짝 마르도록 반복하고 외웠다. 기차는 어느새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해 있었다. 독일어로 Hauptbahnhof (하옵트반호프)라고 불리는 큰 중앙역 맞은편에는 소도시 아헨에 볼수 없는 고층 건물들이 연이어 서 있었다. 중앙역을 나오니 맞은편 오른쪽 고층건물 위에 한국 기업 ’아시아나‘의 로고가 큼직하게 매달려 있었다. 비단 한국과 관련된 회사 로고 하나만 보았을 뿐인데 촌스럽게 심장이 두근댔다. '아! 나도 대도시에 와 보는구나!'. 누가 보면 한국에 살때 강원도 산골 출신 인줄 짐작 할 것 같았다.
여기 저기 물어 에쉬본(Eschborn)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고 면접장소에 도착했다. 사무실에 도착하니 친절한 인사팀 직원이 면접장소로 나를 데려갔다. 몇분이 지나자 면접관 두명과 친절하게 보였던 인사팀 직원이 내 맞은편에 착석했다. 내가 지원했던 롤은 마케팅+디자인을 함께 하는 직무였다. 면접이 시작되자 친절해 보였던 면접관들은 날카롭게 변했다. 마케팅팀 부장, 세일즈 팀장은 독일에 오기전에 한국에서 했던 일들과 전공에 대해 쉬지않고 질문을 이어나갔다. 면접 언어는 한국어, 영어, 독일어로 진행되는 바람에 나의 양손은 점점 땀에 젖어 갔다. 내가 답변을 할때면, 눈이 부리부리하게 큰 마케팅팀 부장이 종이에다가 무언가를 적고는 했고, 무표정의 안경을 쓴 세일즈 팀장은 가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지원한 회사는 한국에서는 누구나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대기업이었고,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사무실은 유럽 지사로 식품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였다. 회사가 성장하고 있는 중이기에, 열정적으로 일을 할수 있고, 다변하는 사업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직원을 찾는다고 했다.
마지막 질문으로는 인사팀 여직원이 가장 예민한 비자 이야기를 물어 보았다. 그녀는 내가 가지고 있는 어학비자는 회사에서 취업비자 전환을 지원해주고 비용을 부담에 해주어야 하는 비자라고 이야기를 했다. 워낙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 었기에, 많은 회사들이 워킹홀리데이 비자나 취업준비비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뽑으려고 한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나의 이력과 경험으로 보면 이 회사에서 찾는 인재인 것 같다는 긍정적인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세명의 카지노 게임관들은 논의를 해보고 2주 안에 답변을 주겠다고 했다. 2주후면 벌써 2018년 새해였고, 나의 가녀린 어학비자 만료일은 겨우 한달밖에 남아있지 않을 것 이다.
한시간 반의 긴 면접을 마치고 나니 덥지도 않은 날씨였는데 등이 땀으로 젖어 있었다. 건물 밖으로 나와 고개를 드니 왼편에 프랑크푸르트 핫플인 중화루가 있었다. 한국에서나 볼법한 중식당 간판을 독일에 그대로 모셔다 놓은 중국집이었다. 그동안 수고한 나에게 작은 선물도 할겸 중화루에 문을 열고 들어섰다. 메뉴는 참으로 다양했는데, 짜장면, 삼선짜장, 짬뽕,탕수육, 유산슬 등 없는게 없었다. 나는 고민끝에 기본 메뉴인 짜장면을 골랐다. 너무 긴장한 탓인지 입맛도 별로 없었다. 잠시 후 바로 볶은듯한 따끈한 짜장면과 노란 빛깔의 단무지가 함께 나왔다. 하얀 면발위에서 새까만 소스가 반지르르 윤기있게 흘렀다. 젓가락을 들어 크게 한입 면과 소스를 넘기니, 달큰한 첫맛과 짭쪼름한 끝맛이 입안에 퍼졌다. 설탕과 식초에 잘 절여진 단무지는 아삭하고 상큼했다. 거의 1년만에 먹어보는 고향의 맛이었다. 한국과 비행기로 11시간 넘게 떨어져 있는 독일에서 한국의 맛을 그대로 재현한 짜장면을 먹게 될 줄이야. 이 음식 하나가 나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고, 그동안에 잃어버렸던 어떤 것을 찾게 해주는 듯 했다. 짜장면 한그릇을 소스까지 말끔히 비우고, 나는 다시 중앙역에 가서 아헨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탔다.
아헨에 도착하고 나니 이미 땅꺼미가 지고 있었다. 두주가 정처없이 흘렀다. 그러던 어느날 , 나는 다시 메일함에서 영롱한 빛을 내뿜고 있는 이메일을 한통 발견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카지노 게임을 본 대기업이었다. 두근 두근... 딸깍- "축하드립니다. 귀하는 .... 합격하셨습니다." 라는 첫문장을 읽자마자 나의 작은 방이 꽉찰만큼 큰 눈물 방울이 주르륵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드디어 어둡고 컴컴한 긴 터널을 지나, 작지만 강한 불빛을 보는 기분이었다.
<여명, 빈센트킴,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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