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에서 찾은 소울 메이트
띵동!
아래층에서 벨이 울렸다. 나는 거울을 다시 한번 재빠르게 쳐다본 후 옷매무새와 화장을 마지막으로 확인했다. '오늘 하루 그냥 재미있게 노는 거야'. 그렇게 혼잣말을 한 후 서둘러 계단을 내려가서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 아스팔트의 더운 열기가 서늘한 복도 안으로 부드럽게 흘러들어왔다. 키는 178cm 정도, 금갈색 곱슬머리에 얼굴이 하얗고 입술이 분홍빛을 감도는 귀엽게 생긴 남자가 서있었다. Hi, I'm Olivier - 안녕, 나는 올리비에야".라고 인사를 하며 그는 문 앞에서 옅은 미소를 띤 채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나에게 손을 먼저 내밀며 인사를 건넸다. 그의 두툼한 손을 잡으니, 손은 땀에 약간 젖어 있었다. 그러나 그 땀에 젖은 손이 불쾌하진 않았다. 오히려, 2017년 7월 - 금년 들어 가장 더운 날 나를 만나러 벨기에에서 독일까지 온 것이 고마웠다. 나는 하늘 거리는 원피스에 스니커즈를 신고 계단을 내려갔다. 163cm의 나의 키는 그의 옆에 서니 사뭇 아담하게 느껴졌다. 가까이서 보니 그의 눈은 햇볕에 반사되어 에메랄드 보석처럼 반짝거렸다. 그동안 그와 한 달 정도 문자만 주고받았기에, 막상 만나 얼굴을 마주 보니 우리 둘 사이에는 신비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우리는 독일 아헨의 관광 명소인 "The Three Country Point NL / BE / DE - 네덜란드/벨기에/독일 국경 포인트"까지 함께 걸어 올라가 보기로 했다. 우리 집에서 목적지까지는 4.6km로 걸어서 약 한 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거리였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올리비에는 오래 걷는걸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나와 처음 만났던 날, 그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었는지…
나와 올리비에는 독일과 네덜란드 사이 보이지 않는 국경이 맞닿는 거리를 걸으며, 둘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의 직업은 벨기에 중학교 STEM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ematics )- 과학 기술 선생 이었다. 그는 학생들을 가리치는 일에 열정이 있고, 자신을 통해서 학생들이 수학, 과학등의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 정말 기쁘다고 했다. 그의 친가의 뿌리는 본래 독일인이었고, 2차 세계대전 당시 평범한 독일인이었던 가족들은 전쟁을 피해 벨기에 남쪽 프랑스어권의 리에주라는 도시로 와서 정착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의 아버지는 벨기에 북쪽 네덜란드어권의 어머니를 만나 그와 그의 형을 낳았다고 했다. 그랬기에 본인은 1/4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의 문화와 언어를 쓰고 자란 짬뽕 인간이라고 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나로서는 그의 쿼터 인간설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들렸다. 그는 자라온 환경덕에 네럴란드어, 프랑스어, 영어를 원어민처럼 구사하고 독일어는 비기너 수준이라고 했다. 그의 전공은 화학이지만 기계를 만지고 고치는 것도 좋아하고 작업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바다를 건너 해외를 여행할 기회가 많지 않았고, 바다 건너의 것들 보다 우주 건너 무엇이 있는지 더 궁금한 사람이라고 했다.
유럽의 여름 날씨는 건조하고, 따뜻하다. 이따금씩 살갗을 간지럽히는 바람이 우리의 몸을 감쌌다. 국경 포인트 중턱의 나무 그늘에 잠시 앉아 쉬기로 했다. 나는 가방에서 준비해 왔던 시원한 물이 담긴 물병을 꺼내 몇 모금 마신 후에 그에게 건넸다. 그는 나의 물병을 받아 들고, 먼 곳을 바라보며 고개를 젖혀 물을 마셨다. 시원한 물이 목젖을 타고 내려가는 그의 옆모습을 지켜보는데, 갑자기 이상하게 심장이 두근거렸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가방을 뒤져 집에서 준비해 온 사과를 꺼냈다. 한알씩 사과를 먹으며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침묵이 이상하리 만큼 편안하고, 나의 요동치는 마음을 가라앉혀 주었다. 국경 포인트 꼭대기까지 올라가니 사람들이 제법 많이 있었다. 우리는 지친 몸을 잠시 쉬게 할 겸 벤치를 찾았다. 벤치 뒤쪽에는 뾰족한 식물이 있었는데 그는 나에게 이 식물들이 무엇인지 혹시 아냐고 물었다. 나는 모른다고 대답도 하기 전에 식물에 손을 가져다 댔다. “앗 따거!” 마치 바늘로 콕 찌르는 느낌이었다. 예상하지 못한 따가움에 얼굴에 열이 확 달아올랐다. 그는 나의 그런 모습을 보더니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내가 만진 식물은 쐐기풀이라고 했다. 유럽에서는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잡초 같은 식물로 쉽게 맨손으로 만지지 않는 식물이라고 했다. 그런 쐐기풀을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만지는 나의 모슺이 어린아이 같이 순수하고 예뻐 보여서 그는 웃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쐐기 풀의 이파리에 찔려 얼얼한 손을 잡고 있던 나에게 괜찮냐고 다정하게 물었다. 실수한 나의 모습을 판단하거나 질책하지 않고, 있는 그래도 받아주는 그의 모습에 왠지 모르게 그가 좋은 사람인 거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호들갑스러운 ‘쐐기풀“ 사건덕에 그와의 이야기가 조금 더 편안해졌다.
저녁이 되어 그는 나를 집까지 바래다주었고, 우리의 첫 번째 데이트는 성공적인 것처럼 느껴졌다. 침대에 누워 있는데 계속 그의 얼굴이 생각났다. 내가 미쳤나 보다 생각하고 있을 무렵, 그에게 문자가 왔다. 오늘 덕분에 너무 재미있었고, 다음 주에 또 아헨에 나를 보러 놀러 오고 싶다고 카지노 게임. 나는 그저 나의 심장이 이끄는 대로 움직이기로 카지노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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