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게 태어나 검게 채워진다
쌀쌀한 세상에 굳은 몸,
백지 봉투 하나 믿고 그 안에 숨는다
종이는 금세 눈물로 젖어 너덜거린다
바스락대는 검은 물결에 몸을 맡기고,
알 수 없는 종착지로 휩쓸려간다
뜨거운 숨에 어둠이 녹아내린다
삶이란 다 이런 거지 뭐,
주변에는 나와 닮은 모두가 있다
아무런 말 없이 각자 외로운 채로
마침내 세상의 빛이 보이고,
누군가 손 내밀며 입을 연다
조심스레 마음을 어루만진다
반갑다는 인사를 하기도 전에
꼬리부터 덥석 물고 삼킨다
아, 고작 이런 거였나
나는 결국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었나
나란히 파도를 탄 친구들이여
두렵던 때, 빛을 본 그 순간에도
함께라서 영광이었네
긴 터널을 지나 다시 만나세
한번 더 부둥켜안고 온기를 나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