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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 Mar 16. 2025

한강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 상자】

한강, 문학동네, 2008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아주 많이 흘리는 소녀가 있다. 어느 날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수집하는 아저씨를 만난다. 크고 작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이 보석처럼 진열되어 있다. 수십 년을 모았다.


“이건 먼저, 양파 냄새를 맡았을 때 나오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야. 그 옆에 있는 조그만 건 하품한 뒤 눈꼬리에 맺히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지”


화가 몹시 나올 때 나오는 주황 카지노 게임 사이트, 거짓으로 흘리는 회색빛이 감도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 부끄럽거나 자신이 미워서 흘리는보랏빛 카지노 게임 사이트, 기쁨에 겨워 흘리는 분홍빛 카지노 게임 사이트, 누군가 가엾다고 느껴질 때 흘리는 갈색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까지 아저씨는 아이에게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종류에 대해 설명해준다.


퍽 구하기 힘든 붉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도 있다. 아주 고통스러운 일을 겪은 후 시간이 많이 흐르고 다시 흘리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다. 아저씨는 순수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찾고 있다. 순수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세상의 모든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태어나기 전, 세상의 모든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죽은 뒤 흘리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 사이에 고인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다.


울어달라고 부탁하자 아이는 울려고 노력하지만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새어 나오지 않는다. 아저씨의 품으로 새가 쏙 들어가 버리자 왠지 아이는 아저씨를 따라가고 싶어진다.


동굴에서 밤을 보내며 아이는 아저씨에게 그동안 만난 사람들에 대해 말해달라고 한다.

‘불이 나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사람,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당한 사람, 아버지나 어머니, 혹은 애인의 사랑을 받고 싶었던 사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끝끝내 찾아낼 수 없었던 사람’



둘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주문한 할아버지 집에 도착한다. 전 재산을 주고라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모두 사고 싶어 하는 할아버지의 사연은 무엇일까?


할아버지는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흐르지 않았다. 냉정한 사람이라 손가락질 받았으며 그런 이유로 아내도 떠났다. 아무리 슬퍼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나오지 않는다. 그림자 카지노 게임 사이트샘이 얼어붙은 것이다.

아저씨가 검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 한 방울을 손전등으로 비추니 커다란 그림자가 생긴다


그림자 카지노 게임 사이트샘을 들여다보니 젊은 여인의 모습이 비친다. 할아버지가 2살 때 돌아가셨다는 어머니. 그 기억을 마지막으로 그림자 카지노 게임 사이트샘이 얼어붙었다.


그러던 할아버지가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흘리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당한 슬픈 일을 떠올리며 울고 또 운다. 이번에는 기쁨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나온다.


‘여동생에게서 첫 조카가 태어났을 때, 고대했던 시험에 붙었을 때, 죽은 줄 알았던 개가 절름절름 살아 돌아왔을 때, 아내가 떠난 뒤 처음 심었던 살구나무가 어린 열매를 맺었을 때, 아버지가 밤새워 깎은 목마를 여덟 살 생일선물로 받았을 때’


할아버지의 눈에서는 기쁨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넘친다. 할아버지는 피리를 불고 아이의 눈가에 카지노 게임 사이트방울이 맺힌다. 아저씨는 아이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결정으로 만든다. 투명하고 미묘한 빛이다.


아이는 아저씨에게서 카지노 게임 사이트상자를 받고 아쉬운 작별을 고한다. 연두빛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흘리고 있을 엄마가 있는 집으로 달려간다.


‘어떤 사람은 눈으로 흘리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보다 그림자가 흘리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더 많단다. ‘울면 안돼’라는 말을 주위에서 또는 자신에게서 많이 듣고 자란 사람들이지. 또 우리가 눈시울이 찡해지거나 눈앞이 뿌예지기만 하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흐르지 않을 때가 있지. 그땐 그림자카지노 게임 사이트만 흐르고 있는 거란다. 하지만 반대로, 어떤 사람은 그림자는 전혀 울지 않는데 눈으로만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흘리기도 하지. 그건 거짓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야.’


맑은 동화다. 눈물만큼 맑아서 마음까지 촉촉해진다. 자신의 의지에 의해 그림자만 운다는 것이 무엇인지 어른들은 한 번에 이해하리라. 억지로 우는 울음은 겉에서만 우는 울음이라는 것도 어른들은 안다. 마음을 다해, 마음이 움직여 울어야 그림자가 젖는, 속 깊은 울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 색깔이 있어 기분에 따라, 흘리는 이유에 따라 달라진다면 어떨까? 보랏빛, 분홍빛, 때로는 연둣빛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흐른다면? 작가의 상상력에 이끌려 내 마음도 따라가본다.


2살 때 엄마가 돌아가신 후 눈물샘 그림자가 말라버린 할아버지. 아무리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고 슬픔을 표현하지 못해 주위에서 비난을 받았던 할아버지는 얼마나 억울했을까? 마음을 꺼내어 보여줄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눈물은 웃음만큼이나 사람의 감정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감각이 느끼는 것을 겉으로 드러내어야 할 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면 소통에서도 문제가 될 것이다. 함께 웃고 함께 운다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순수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모아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파는 아저씨. 작은 일에도 잘 우는 아이, 울지 못하는 할아버지. 카지노 게임 사이트 상자에 고이고이 감싸여 있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 결정들. 울 일이 없어야겠지만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게 된다면 그 또한 슬픈 일이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정화작용을 일으켜 마음을 안정시켜준다. 실컷 울고 나면 마음의 고통이나 슬픔이 어느 순간 빠져나간 기분이 든다. 거짓 울음이 아니고 기쁨이나 고통을 마음껏 내비칠 수 있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마음껏 흘리고 싶을 때도 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아니라 마음이 움직여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로 인해 마음이 맑아질 것이다.


한강 작가는 동화도 맑고 깊게 쓴다. 눈처럼 맑고 투명한 눈물, 옹달샘 같은 눈물, 수백 번 정화작용을 거쳐 얻어낸 퓨어한 물 같은 느낌의 이야기다. 마음이 맑아지고 눈이 맑아져 눈물 없이 마음이 깨끗해지는 느낌이다.

울어야 할 때는 울어야 하리라. 눈물로 마음의 슬픔이나 미움, 고통을 씻어내고 마음에 깨끗하고 순수한 감정만 가득해지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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