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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보이 May 07. 2025

카지노 게임 두시 스초생...

남편에겐 황금 연휴, 나에겐 긴 연, 휴… 가 지나고 다시 일상을 맞는 아침. 아니 아직은 카지노 게임이다.

지난 며칠 새 익숙해진 늦잠을 뒤로 하고 카지노 게임 기상을 해야하는터라 안 그래도 살짝 긴장 상태였는데, 어머나 깨도 너무 일찍 깼다. 이게 다 간밤 연휴의 마무리랍시고 남편과 함께 마신 술 탓이다. 아니 케이크 탓이다.

자다말고 느닷없이 (처음엔 꿈인줄) 요즘 MZ들이 부르는 케이크의 이름은왜 궁금해졌을까. 아니 사실은 이미아는 건데, 그 말이 영 떠오르지가 않아 잠이 다 깨버렸다.


딸생케? 스생케?


뭔가의 준말인 건 확실한데, 이렇게 줄이고 저렇게 줄여도 영 아닌 것 같아 결국 자리에 일어나 앉았고, 그리곤 기어이 핸드폰 검색을 해 찾았는데…


하, 카지노 게임!!!!!

스트로베리 초코 생크림 케이크. 카지노 게임! 하 ㅠ


이게 다 카지노 게임 2시에 자다말고 벌어진 일이다.그 바람에 잠은 다 달아났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래 이게 다 나이탓이야.

점점 기억력이… 이러다 정말 큰 일 나겠어.

공부를 해야 돼! 일본어도 다시 시작하고, 뭐든 안해본 것도 하나 배우자. 아 진짜 그래야 되는데…


다른 얘기 같지만,사실 요즘 나는 카지노 게임(만) 한다. 그래봐야 주3,4회 하루 한 시간 정도지만, 일과 중 가장 생산적인 일이 카지노 게임이고 태어난 이래 이렇게 열심히 카지노 게임한 적이 없다보니, 카지노 게임만이 전부인 요즘 같다.

매번 큰 돈 들여 끊어만 놓고 안가는 헬스 인생 20년 차가, 요즘은 돈도 들이지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카지노 게임을 한다. 웰빙하기 위해 한다. 살 빼려고 할 땐 죽어라 하기 싫던 카지노 게임이 진짜 죽을 것 같으니까 저절로 하게 된달까…

나이가 드니 몸 이곳저곳이 이유없이 불편해지고 그 탓에 생활의 질도 떨어져, 카지노 게임을 안할 수가 없게 된 덕(?)이다.


그런데 문제는 카지노 게임 밖엔 안한다는 거다. 글쓰기도 그냥그냥, 알바도 뭐 그냥그냥…

그럼 살이라도 죽죽 빠지냐. 그것도 아니다. 건강을 챙기느라 이것저것 먹고, 식욕을 채우느라 또 이것저것 먹어서 도리어 벌크업만 되는 느낌이다.


그런데,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생긴 변화가 하나 있다.

이제는 더이상 작가가 아닌 것도, 엄마가 아닌 것도 아무렇지 않게 됐다.

그저 나는 건강한 중년, 행복한 생활인이기만 하면 된다. 오늘 하루 내 몸에 불편한 데가 없고, 집안 일이든 카지노 게임이든 뭐든 열심히 해냈다는 생각만 들면 그런대로 잘 살았다는 느낌이 든다.

잘 나가는 작가가 부럽지도 않고, 주변 누가 엄마인 게 불편하지도 않다. 예전엔 종종 잘 나가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나도 저만큼 쓸 수 있는데, 기회가없었을 뿐.' 이라던가, ‘순전히 캐스팅 빨’이라던가 괜한 시기심에 내심 폄하도 했는데, 요즘은 그런 식의 내심이 싹 다 사라졌다. 그저 재밌으면 재밌는 거고, 좋으면 좋은 거다.이제는 만드는 사람의 카테고리에서 보는 사람의 카테고리로 완전히 넘어온 덕(?)일까.

그런가 하면 이제는 엄마가 아닌 것도 아무렇지도 않다. 아이들이 많은 곳도 불편하지 않고, 주변 누가 임신을 했다고 하면 진심으로 축하도 해줄 수 있게 됐다.

이것도 결국 내가 난임의 카테고리에서 드디어 아예 그 밖으로 벗어난 덕(?)일텐데….


그런데 이 두 가지에서 멀어지고 보니 이상하게 홀가분하다. 도리어 편해졌다.

이 두 가지가 없는 빈자리에 뭔가로 채워넣을 수 있다는 것도 나쁘지 않다.하나가 이미 카지노 게임인가 싶기도 한데…


모르겠다.

카지노 게임 두 시. 스초생에서 시작된 그저 두서없는 생각들일지도 모른다.

보내지 못할 편지처럼, 이 글도 발행을 할지 말지 그것도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덕분에 긴 카지노 게임은 잘 지났고, 이제 곧 알람이 울리겠지...

수면이 부족한 날은 으레 단 게 땡기기 마련. 잠결에 느닷없이 떠올랐던 스초생을 먹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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