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합격 통지를 받았다.
나는 간당간당한 성적으로 내가 가고 싶은 학과에 겨우 합격했다. 엄마에게 합격 소식을 알렸으나, 엄마는 마음에 차지 않는 대학이라 그런지 하나도 기뻐하지 않았다.
엄마는 마치 포기한 듯한 덤덤한 얼굴로 말했다.
"대학 입학금과 일 년 치 학자금은 대줄게. 그다음은 너 스스로 벌어서 다녀!"
"알았어. 그럴게."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정 안되면 학자금 대출을 해서 나중에 갚으면 될 것 같았다. 엄마가 일 년 치 학자금을 대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나는 내가 다니게 될 대학에 미리 가보았다. 정문에 들어서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녹지가 풍부하고 나무들이 많아서 대학 캠퍼스라기보다 유원지 같은 느낌이 들었다. 주말인데도 도서관에는 남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학생이 공부에 열중이었다. 나는 캠퍼스를 돌아보며 사진도 찍고, 학과 사무실과 강의실도 둘러보았다. 이제부터는 시켜서 하는 공부가 아닌,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열심히 해서 방송국에 들어갈 것이다.
엄마와 아빠는 다음 주에 서유럽 여행을 갈 거라고 했다. 여행을 가기 위해 아빠는 휴가를 낸 모양이었다. 평생 일만 해오던 아빠는 그 흔한 서유럽 여행도 처음이었다.
"일만 하느라 여행 한 번 못 가본 아빠를 졸랐어, 여행 가자고. 이번에 아빠 아픈 거 보니까 생각이 달라지더라."
"잘했어, 엄마. 두 분 오붓하게 잘 다녀오셔."
"무료 카지노 게임 때문에 걱정이긴 한데, 정우 네가 잘 보살펴 줄 수 있지?"
"걱정하지 마. 무료 카지노 게임는 내가 잘 살필 테니."
"그래, 다행히 무료 카지노 게임는 약을 잘 먹고 있으니."
"엄마, 이제는 아빠랑 두 분이 여행도 좀 다니고 그렇게 살아. 선우도 선우지만 엄마 아빠 인생도 있는 거잖아."
"아들이 병으로 고생하는데 어떻게 맘 편히 여행을 다니겠냐?"
"우리는 이제 걱정하지 마. 우린 우리 힘으로 살아갈 테니까. 엄마 아빠는 두 분 인생 살아야지."
"사실 전부터 가보고 싶었지만 갈 수 없었어. 아빠가 안 가겠다는 걸 겨우 설득해서 같이 가는 거야."
엄마 아빠가 서유럽으로 떠나는 날, 선우와 나는 인천공항으로 부모님을 배웅했다. 인천공항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무슨 해외여행 가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건지. 아빠는 좀 얼떨떨한 모습이었지만, 엄마는 긴장된 기색이 전혀 없이 태연했다.
"잘 다녀오세요."
"걱정하지 마!"
두 분이 동시에 말했다. 엄마는 좀 들뜬 표정이었다.
아빠가 들어가라고 해도, 나와 무료 카지노 게임는 부모님이 탑승구를 통과할 때까지 기다렸다.
시간이 임박하자 두 분은 탑승구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나와 선우가 두 분의 뒷모습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 엄마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고, 아빠는 우리를 한 번 흘끗 본 뒤 탑승구로 향했다. 손을 흔드는 우리를 본 아빠는 어서 가라는 손짓을 하고, 다시 등을 보이며 앞으로 걸어갔다.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두 분의 표정은 볼 수 없었으나 멋져 보였다.
부모님이 보름 동안 집을 비운 사이, 나와 선우는 엄마 찬스 카드로 생활비를 썼다. 아파트 관리비, 각종 공과금, 이동통신료 등등,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돈들이 빠져나갔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생필품이나 즉석식품, 신선식품들을 시키면 새벽에 문 앞에 싱싱하게 배달되어 왔다. 밥과 요리는 주로 내가 만들고, 선우는 설거지와 뒷 처리를 했다. 선우는 느리고 둔한 몸놀림으로도 제 역할을 꼼꼼히 해냈다. 단지 흠이 있다면 너무 느려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 청소는 로봇청소기가 해주었다. 생각보다 똑똑하고 깔끔한 청소기였다. 단지 옥에 티를 잡자면, 녀석이 청소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가 장애물들을 치워줘야 했다. 청소가 끝나면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 스스로 충전하는 것도 신기했다.
주말 아침이었다.
성호가 집으로 놀러 오라는 전화를 했다. 부모님이 시골 할머니 댁에 가는 바람에 집이 비는 모양이었다.
성호와 나, 태호, 셋은 만화책을 보고, 피자를 시켜 먹고, 오락게임으로 시간을 보냈다.
나는 태호를 만난 김에 전에 태호에게 물었던 아이에 관해 물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 괴롭히던 애는 아직도 학교 잘 다니냐?"
"누구?"
"아, 왜 있잖아. 무료 카지노 게임 돈 뺏고 괴롭히던 새끼. 내가 좀 알아보라고 하던 애 말이야. 걔, 아직도 학교 잘 다니냐고."
"무료 카지노 게임 괴롭히던 애 없었는데? 누굴 말하는 거야, 형?"
"날마다 무료 카지노 게임 돈 뜯어 가고 괴롭히던 애가 없었다고? 무료 카지노 게임가 걔 때문에 학교도 자퇴한 건데? 걔한테 엄청나게 시달리는 거 같았는데, 무슨 말이야? 없다니."
"우리 반에 무료 카지노 게임한테 돈 뜯고 괴롭히던 얜 없었어. 무료 카지노 게임는 수업 시간 내내 잠만 잤고, 우리랑 말도 잘 안 했거든."
"이상하네."
정말 이상했다. 무료 카지노 게임를 괴롭히던 앤 도대체 누구였지?
"나도 얘들한테 들은 얘긴데, 무료 카지노 게임가 학교 끝나고 혼자 화장실 뒤쪽으로 가거나, 급식실 뒤쪽 쓰레기장으로 가는 걸 본 얘들이 있었대. 그때 몰래 본 애들이 그러는데, 무료 카지노 게임가 누구와 얘길 하듯이 혼자서 이야기를 하더라는 거야. 얘들이 소리 죽여 킥킥대며 그 모습을 봤대. 그러다가 무료 카지노 게임가 몸을 구부려 말고 한참 바닥에 쓰러져 뒹굴다가 가기도 했고, 무료 카지노 게임가 굉장히 괴로워하는 모습이어서 그걸 지켜본 애들이 동영상을 찍었는데, 무료 카지노 게임가 좀 이상하더라는 얘기들을 했었어. 그 당시 소문이 쫙 퍼졌었거든. 전교생이 모르는 애들이 없었을 거야 아마. 자퇴한 무료 카지노 게임만 몰랐겠지. 무료 카지노 게임가 자퇴하자 무료 카지노 게임가 정신병원에 갔을 거라는 말들도 돌았었어."
태호는 그 당시 애들과 공유했던 동영상이 어디 있을 거라며 핸드폰에 저장된 동영상을 찾았다.
"여깄 네, 이거."
태호가 보여 준 동영상엔 무료 카지노 게임 혼자였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혼자서 구시렁거리며 말을 하고, 팔뚝으로 얼굴을 가린 채, 바닥에 쓰러져 뒹굴고 있었다.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오로지 무료 카지노 게임 혼자였다. 한참 후, 일어나서 교복을 툭툭 털고 터덜터덜 운동장을 걸어가는 모습까지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렇다면 선우를 괴롭히던 그 아인 실제 인물이 아니라, 선우 환시 속 인물이었다는 건가? 조현병에 걸리면 환청과 환시가 반복돼서 나타난다는데, 선우는 그 환시 속 인물인 광식이한테 괴롭힘을 당해 엄마에게 돈 달라고 행패를 부렸다는 얘기인가? 선우는 그동안 헛것을 보며 시달려왔고, 급기야 정신병원 신세까지 지게 된 거였나?
나는 그동안의 무료 카지노 게임를 생각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무료 카지노 게임를 괴롭혔던 광식이 때문에 조현병에 걸린 게 아니라, 조현병 때문에 광식이라는 헛것이 보였던 거였다. 나는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코끝이 매캐해졌다. 몹쓸 병으로 시달려왔을 무료 카지노 게임 모습이 마음에 밟혀 가슴속이뻐근해지며 눈이 시큰거렸다.
나는 급히 화장실로 들어가 코를 풀었다. 아무에게도 말 못 하고 무료 카지노 게임가 혼자 겪어냈을 수많은 순간이 가련해져서 자꾸만 눈물이 비어져 나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아파트 입구에서 무료 카지노 게임가 혼자 구시렁거리고 있었다. 나는 멀찌감치 서서 한참 동안 무료 카지노 게임를 지켜보았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혼자 말하다가 화가 난 듯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퇴원한 무료 카지노 게임는, 날마다 약을 먹는 중이었다. 병원에서 퇴원을 시켰을 때는 환청이나 환시가 사라졌을 법도 한 데, 아직도 무료 카지노 게임 눈에는 환시가 보이는 건지. 무료 카지노 게임의 병은 아직도 진행 중인 건지. 그만큼 무료 카지노 게임에게 광식이라는 허상의 존재가 뿌리 깊이 박혀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조현병은 한 번 걸리면 완치될 수 없다는 말을 어느 블로그에서 읽었다. 그래서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것도.
나는 무료 카지노 게임에게 다가가 물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야, 누구랑 얘기했어?"
"그 새끼."
"여긴 아무도 없는데? 내가 다 봤어. 넌 아까부터 혼자 얘기하고 있었어."
"아니야, 방금까지도 그 새끼 있었어. 봐봐. 저기 가잖아!"
"무료 카지노 게임야. 아직도 환상이 보여? 네가 본 건 환상 속 인물이야. 걔는 현실에 없는 애라고. 헛것이 보인 거라고."
무료 카지노 게임는 순간, 정지버튼을 누른 표정으로 굳어 있다가 강하게 부정했다.
"뭔 소릴 하는 거야? 말도 안 돼. 환상이라니."
"인제 그만 떠나보내. 무료 카지노 게임야, 그만 그 애 보내 줘. 그건 아무도 대신할 수 없어. 너만이, 할 수 있는 거야."
무료 카지노 게임는 내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키득키득 웃었다. 그 웃음은 웃는 게 아니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울고 있었다. 입술은 웃고 있는데, 눈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나는 태호에게 공유한 동영상을 선우에게 보여주었다. 선우 혼자 얘기하고, 선우 혼자 바닥에 뒹굴고, 선우 혼자 터덜거리며 운동장을 떠나는 모습을.
무료 카지노 게임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동영상을 몇 번이나 보고 또 봤다. 그때의 일이 다시 떠오르는지 동영상을 보면서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나는 무료 카지노 게임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괜찮아, 무료 카지노 게임야. 괜찮아! 다 지난 일이야. 잊어."
무료 카지노 게임는 벽을 붙잡고 서서 오래도록 울었다.
나는 무료 카지노 게임 옆에 서서 무료 카지노 게임가 울음이 그치기를 기다렸다.
흐렸던 하늘에 가느다란 실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빗물은 무료 카지노 게임의 머리칼에 작은 물방울로 맺혀 있다가 어느 순간 사그라들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의 머리칼에서 김이 솟아올랐다. 나는 비를 맞으며, 무료 카지노 게임 머리에 가는 비가 내리는 것을 바라보았다. 비는 잔잔한 바람 속에 스며들 듯이 내렸다. 이 비는 얼마나 먼 곳을 거쳐 여기까지 왔을까. 무료 카지노 게임는 지금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을 광식이라는 허상 속에 시달려왔을까.
나는 선우를 보며 가슴이 아팠다. 의도치 않은 병에 걸려 형인 나에게도, 엄마에게도 자세히 말 못 하고 혼자 견디며 애태우고 불안해했을 선우. 섣불리 상상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힘든 시간을 싸워왔던 내 동생. 선우를 귀찮아하며 차갑고 싸늘하게 대했던 나. 어디 한 곳 마음 붙일 데 없이 외로웠을 선우에게 형이라는 게 따뜻하게 마음자리 한 번 내주지 못했다는 뒤늦은 자책이 몰려왔다. 나는 미어지는 마음을 억누르며 선우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왔다. 선우는 들어오자마자 샤워를 하더니 저녁도 먹지 않겠다고 하고 방에 들어갔다.
사진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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