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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지윤 Jul 29. 2024

카지노 게임 사이트, 나 일춘기야.

사춘기 빌드업

사람 많은 곳에 가면 에너지가 급속도로 소진되는 나를 꼭 닮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주말에 집에만 있으려고 한다. 지금 사는 곳은 육지에서 살던 곳처럼 조금만 걸어 나가면 바로 공원이 있거나 도서관, 쇼핑몰 같은 편의 시설이 있는 동네가 아니라서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외출을 하려면 항상 차를 타야 해서 힘들고 귀찮다고 했다. 우리는 하긴이라며 그 말도 일리 있다고 끄덕였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이때다 싶어 본격적으로 자신이 왜 주말에 외출을 하지 않고 집에 있고 싶은지에 대해 기세를 몰아갔다.


“엄마, 아빠. 내가 평소에 학교생활을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모르지?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 줄 알아? 수업시간에 선생님 말씀 집중해야 되지. 발표도 해야 되지. 친구가 내 책 보면서 뭐냐고 물어보면 또 설명해줘야 하지. 친구들이랑 노는 데 자꾸 여자애들이 방해하면 또 도망가야 하지. 여자애들이 우유당번하는 날은 또 도와줘야 하지....(중략)... 내가 얼마나 바쁜 하루를 보내고 오는데 말이야. 주말에는 내 장난감들하고 하봄이랑 집에서 편하게 쉬고 싶어. “


그 말을 듣고 있던 우리 부부는 순간 벙쪘다. 너무도 설득력이 있어서 할 말이 없었다. 우리가 지금 아홉 살의 말을 듣고 있는 게 맞나 싶었다. 평일에 열심히 살아서 주말에는 쉬어야 한다는데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어린 시절 주말마다 시어머니 손에 이끌려 박물관과 유적지를 꼬박꼬박 다녔던 남편도 매번 가기 싫어했고 집에 있고 싶어 했기에 자신을 똑 닮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모습을 보고 할 말을 잃었고 살짝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고 했다. 매주 외출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서로가 서로에게 지친 상태였다. 그런데 이렇게 실랑이를 벌이다 막상 외출을 하면 제일 잘 놀고 재밌다고 하고 집에 오기 싫어하기에 우리 부부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와의 외출을 포기할 수가 없다. 둘 사이에서 나는 협상을 시도했다. 주말이 이틀이니, 이틀 중 하루는 집에 있고 하루는 외출을 하는 건 어떤지 물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나쁘지 않다고 했고 우리는 극적으로 협상을 타결했다.


지난 토요일은 내가 일이 있어 오후부터 저녁까지 시내 외출을 했고 남편의 독점육아 날이었다. 나는 밤 9시 가까이 되어 집에 돌아왔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남편과 시간을 잘 보내고 있었다. 남편은 토요일에 집에 있으면서 자유롭게 놀아주는 대신 일요일엔 남편이 가고 싶은 바다에 가자고 약속을 했다고 한다. 막상 일요일 아침이 되니, 오리발을 내밀기 시작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보며 스팀 받는 남편.


“내가 언제 바다 간다고 했어요?”

“어제 집에서 노는 대신 오늘 외출하기로 했잖아.”

“나는 밖에서 논다고 했지. 여기 마당.”

“ㅡㅡ^...!!!!!!!!!”


아침 식사자리에서의 대화였다. 남편의 화난 표정을 보고 겁을 먹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울음을 터뜨렸다.


“왜 맨날 나가기 싫은데 나가야 해? 으앙. 서러워.”

“아유, 서럽구나. 그럴 수 있어. 인아, 이니 나이에는 밖에서 뛰어놀고 새로운 곳을 다니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해. 그리고 너 막상 가면 즐거워하고 재밌다고 하잖아.”

“그래도 맨날 갔던 데만 가고 저번에도 바다 갔잖아. 재미없어.”

“그런데 어제 외출 안 하고 오늘 외출하기로 아빠랑 놀면서 약속했다며~”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앙.”


“그리고 나 일춘기야. 친구들이 그랬어. 우리 지금 일춘기래. 그래서 예민한 거야. 그리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 어제 약속을 했더라도 오늘 아침에 마음이라는 게 바뀔 수도 있는 거지.”


대화가 이렇게 흘러간다고? 급전개. 일춘기는 뭐고 예민은 뭘까. 자신이 커간다는 걸 스스로도 알고 있는 걸까. 가끔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보면 우리 부부가 너무 많은 통제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뒤돌아보게 된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게 선택권을 준다고 하지만 답정너 스타일로 제시하는 건 아닌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가끔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답답해하는 모습을 볼 때 지나친 간섭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나보다는 남편이 더 심한 것 같긴 하지만. 부부는 일심동체이니 정도의 차이 일뿐 나도 똑같다. 반성한다. 우리에게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선택을 존중하고 수용하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남편의 상태를 보아하니 어디도 안 나가고 집에 있겠다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와 집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엔 틀렸다. 그래서 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꼬실 묘안을 생각해내야 했다.


“인아, 우리 망고빙수 먹으러 갈래? 연동까지 안 가도 돼. 해안도로에 있어.”

“응. 갈래!”

”그럼 카지노 게임 사이트 책 반납도 해야 하는데, 망고빙수카페가 도서관 바로 옆이라 잠깐 들르자. ”

“그래.”


우리는 망고빙수를 먹으러 갔다. 시내보다 맛도 없고 비싸기만 했지만 뷰는 좋았다. 에효. 관광지란. 그래도 집밖으로 나오는 데에는 망고빙수가 한몫했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맛의 차이를 그렇게 느끼지는 못했는지, 맛있다며 한 그릇을 다 먹었다. 잘 먹어서 예쁜 카지노 게임 사이트. 슬슬 배가 채워질 때쯤 다시 말을 꺼냈다.


“아 맞다. 엄마 지연이 이모한테 저번에 빌려 입은 옷 돌려드려야 하는데 어떡하지. 어제 주려고 가져갔는데 깜빡해서 못 전해줬지 뭐야. 카지노 게임 사이트고. 내 정신머리가 이렇다니까. 맨날 하나씩 이렇게 까먹어요. 이니, 바닷가에 사는 지연이 이모 알지? 그 이모한테 돌려줄 게 있어서 잠깐 갔다가 이모 집에 들렀다가 가자. “

“그래”


나는 지연 언니에게 저번에 빌려 입었던 옷을 돌려준다는 핑계로 해수욕장에 잠깐 들르기로 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또 막상 바다를 보니 들어가고 싶은지, 자신의 여벌옷이 있는지 물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나 갈아입을 옷 있어?”

“응. 있지.”

”그럼 나 바다 들어갈래. “


옆에서 두 주먹을 부들부들하며 웃고 있는 남편. 우리는 어제를 기점으로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손님으로 대하기로 했다. 나에게 매일 찾아오는 미션 같은 demanding guest. 마침 어제 간 바다의 파도가 높았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튜브까지 대여해서 파도를 타며 네 시간을 바다에서 나오지 않았다.


*demanding guest : 까다로운 손님


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물었다.

“인아, 일춘기 다음은 뭐야?”

“이춘기지. 3학년 때. “

“아, 그래?”

“그다음이 삼춘기, 사춘기지. 근데 어제 검정고무신에 나오는 기철이 보니까 나는 사춘기 안 겪을 것 같아.”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렇게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사춘기를 향해 가고 있는 듯하다. 이제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먼저 가고 싶다고 하는 곳이 생길 때까지 기다려 볼 생각이다.



이미지 출처: 제주스톡064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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