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4. 23
회의는 기본적으로 안건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결론을 내리는 일이다. 결론까지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참석자들의 생각이 어떠한지 파악할 수 있고 대다수 의견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건설적인 회의는 많지 않다. 대부분 윗사람의 일방적인 지시 내지 지적을 듣는 자리다. 듣는 사람들은 열심히 받아 적는 척을 하지만 실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낙서를 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사람은 마음이 시키는 대로, 펜이 가는 대로 그림을 그린다. 필기노트에 받아 적지 않고 노트북을 들고 온 사람은 열심히 타이핑을 하지만, 역시 말하는 사람의 얘기를 적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일을 한다. 메일에 답하거나 메신저를 하거나.
대부분 회사 다이어리를 들고 다니며 회의 내용을 카지노 게임 추천한다. 회사에서 준 다이어리를 쓰고 싶지 않은 개성 강한 사람은 플랭클린 플래너를 쓰거나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쓰거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들고 다녔다. 어떤 형태이든 손글씨를 쓰는 다이어리를 많이 쓰던 때에 노트북에 카지노 게임 추천하는 사람이 있었고 얼리어답터(early adopter)였던 몇몇은 휴대폰 노트 기능을 꽤 잘 활용했다. 하지만 회의를 주재하던 대표는 그 모양이 제대로 듣지 않고 딴짓하는 것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회의시간에 휴대폰 쳐다보는 걸 금지한 적 있다. 정작 손글씨를 쓰던 사람들은 낙서하고 있고 휴대폰에 쓰던 사람은 대표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주의 깊게 듣고 있던 사람이었다. 나도 가끔 팀 회의를 할 때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는 직원을 보면 눈에 거슬렸는데 알고 보니 회의 내용을 적고 있었다. 그 후 나도 외부에서 회의를 할 때는 번거롭게 다이어리를 들고 다니지 않고 스마트폰 하나만 덜렁 들고 갔다. 둘러앉은 사람들이 다 볼 수 있도록 테이블에 휴대전화를 내려놓고회의 내용을 쓰면 뭐라 하는 사람이 없다. 3~4명 소규모 회의를 할 때 딴청 부리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기 쉽다. 이런 회의는 실무 회의가 대부분이므로 딴청 부릴 이유도 없다.
10명 넘어가는 회의, 특히 대표나 본부장이 주재하는 회의는 자리가 서로 멀찍이 떨어져 있어 무엇을 적는지 볼 수 없다. 아까운 회의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기 위해서는 노트북을 들고 가면 제일 좋다. 메신저, 이메일로 업무를 보기 딱 좋다. 스마트폰은 멀리서 보기에 노는 것 같다. 필기 노트를 가져가면 무력하게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렇다고 1시간, 2시간 회의 내용이 모두 쓸모없는 얘기만 있는 것은 아니므로 귀담아 들어야 할 내용은 적어야 한다. 딴짓을 하다가도 핵심적인 얘기를 또 정신 차리고 듣게 되는 걸 보면 마음이 안드로메다에만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회의가 끝난 후 참석자들끼리 가끔 회의내용을 확인한다. "그래서 그건 어떻게 하라는 거였어?"라고 물으면 대답하는 사람들의 얘기가 조금씩 다르다. 서로 해석이 다르다. 어떤 팀장은 아예 못 들었다고 한다. 그래도 신기한 건 자신에게 해당하는 말은 아주 잘 들었다는 점이다. 그렇게 회의 참석자 대다수가 집중을 할 때와 하지 않을 때를 구분하며 지루한 회의 시간을 보낼 때, 처음부터 끝까지 회의 주재자의 말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열심히 받아 적는 사람이 있다. 그는 회의 날짜를 빈 페이지 상단에 적고 그 밑으로 깨알같이 적어 내려간다. 회의 후 적은 내용을 다시 볼까 싶을 정도로, 학생이 선생님의 말씀을 적듯이 아주 성실하게 카지노 게임 추천한다. 그렇게 카지노 게임 추천한 노트를 매년 버리지 않고 보관한다. 분명 두 번 다시 들여다볼 것 같지 않은데. (나는 매년 1월에 지난해 다이어리를 한번 훑어보고 찢어버린다. 업무에 관한 내용이 전부고 이미 다 처리했거나 하지 못했거나 둘 중 하나이므로 미련 없이 버린다. 하지 못했지만 새해에 할 필요 없는 일도 아주 많다. 우리가 하는 일 중 상당한 일이 안 해도 되는 일이다.)
점심시간에 한 동료가 팟캐스트인지 유튜브에서 "카지노 게임 추천하는 사람들이 감옥에 간다"라는 말을 들었다며 자기는 잘 카지노 게임 추천하지 않기 때문에 감옥에 갈 일이 없을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우리는 그의 농담에 맞장구를 치며 잘 카지노 게임 추천하지 않는 그의 습관을 칭찬했다. 가끔 폭로성 뉴스를 들으면 항상 놀라는 점이 녹취록과 카지노 게임 추천 노트가 있다는 건데 엄청 꼼꼼한 사람들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아니면 정치판이 원래 습관처럼 카지노 게임 추천을 남겨야 하는 곳일지도 모르지만.
최근에는 AI가 통화내용을 자동 녹음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누구와 언제 무엇 때문에 통화했는지를 자동으로 정리하고 대화 내용을 텍스트로 옮겨준다. 예전에도 중요한 사안일 경우 일이 잘못됐을 때를 대비하여 책임소재를 파악하기 위한 용도로 녹음하는 경우가 있었다. 혹은 하도 앞뒤 다른 말을 하는 상사나 거래 파트너 때문에 아무 소용없는 줄 알면서 녹음하는 일도 있었다. 어떤 직원은 윗사람과 면담하면서 녹음하는 경우도 있다. 법적 조치를 하기 위함이 아니라 최소한 내게 책임이 없다는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따라서 전문 소형 녹음기를 사용하는 것이 아닌 스마트폰 녹음 기능을 활용한다. 그러다가 상대방 동의 없이 녹음하고 있는 걸 들키게 되면 당황, 민망, 험악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요새는 그럴 일이 없다. 스마트폰과 연동된 스마트 워치로 녹음할 수 있고 시계 화면은 그저 초침만 보이므로 상대방이 알 수 없다. 어떤 직원은 회의 내용을 정리하기 귀찮아서 AI가 회의록을 쓰도록 하기 위해 녹음한다. 카지노 게임 추천이 차곡차곡 쌓인다.
카지노 게임 추천은 히스토리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하다. 개인, 회사, 국가, 인류, 지구의 역사 더 나아가 인류 문명의 퇴보와 발전 등 모든 것을 카지노 게임 추천한 책(노트, 영상 등) 덕분에 우리는 과거를 상상하고 이해하며 그 카지노 게임 추천을 통해 잘못된 것을 고치고 배우고 성장한다. 카지노 게임 추천은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이든 다 카지노 게임 추천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때로는 진심을 감추기 위해 거짓을 말하고 상대방 비위를 맞추려고 없는 말을 하며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할 때도 있다. 억압적인 말, 마음에 담으면 아픈 말은 흘려들어야 한다. 그런데카지노 게임 추천한 말들은 세월이 흐르면그 진위를 파악하기 어렵다. 특히 글자로 남은 말의 카지노 게임 추천은 단어와문장의 나열만 있을 뿐 말할 당시의 상황, 화자의 감정을 알기란 쉽지 않다.
인공지능의 편의적인 기능을 쫒다가 불필요한 카지노 게임 추천을 양산하고, 결국 그게 쓰레기로 남는 일이 곧 벌어질 것 같다. 그 안에 나의 말도 쓰레기가 되어 썩어갈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