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라는 별에 소풍 와서 어떤 사람으로 살다 가고 싶은가
어젯밤,
아내는 회식으로 늦었고
나는 서영이와 서준이와 함께
이불속에서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오늘 서준이가 서영이 누나 넘어져 있을 때
씽씽카 세워줘서 감사하고 멋있었어."
"서준이 비탈길 위험할까 봐
앞에서 가다가 씽씽카 내려놓고 달려와서
잡아주고 같이 내려와 줘서 너무 멋졌어."
서로서로 오늘의 고마움을 이야기하며
조용한 밤이 감동으로 물들었다.
그러다 문득,
서영이에게 물었다.
“서영아, 서영이가 본 아빠랑 엄마는 어떤 카지노 쿠폰 같아?”
서영이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좋은 카지노 쿠폰,
건강한 카지노 쿠폰,
사랑하는 카지노 쿠폰.”
간단했지만,
그 세 마디는 하루의 피로를 잊게 하는
영혼의 칭찬이었다.
나는 가끔 ‘맞고 틀리다’보다
‘건강한 방향’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그 말은 늘 나와 다혜의 대화 속에,
아이들이 듣고 자라는 시간 속에 있었다.
그래서일까,
그 순간 문득, 우리의 모습이 떠오르며
작게 미소가 피어났다.
그러고 있을 때,
서영이가 조용히 물었다.
“카지노 쿠폰이 죽으면 하늘나라 가잖아.
근데 왜 휴대폰은 못 가져가?
토끼(애착인형)는 못 데려가?”
나는 천천히 대답했다.
“우리는 ‘지구’라는 별에
‘몸이라는 우주복’을 입고 소풍 온 거야.
소풍이 끝나면
핸드폰도, 장난감도,
아파트도, 돈도
다 이 별에 두고 가야 해.
하지만
사랑,
감사,
좋은 기억,
행복했던 느낌,
따뜻한 말..
이런 건 가져갈 수 있어.”
서영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작은 숨소리를 남기며 곧 잠들었다.
그 밤은
오늘 아침까지 따뜻하게 남아
이 마음 한구석을 포근히 데워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