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2주 차, 월 카지노 게임 추천 원 강의에 혹해버리다.
이전 스토리: 39살 육아휴직 2주 차에 월 천만 원을 벌 수 있다는 강의에 혹해버린 나.
단, 수강료는 299만 원. 엄청난 가격에 내면의 갈등과 고민이 심각했지만, 어느새 슬슬 찬성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지는데. 뭔가 엄청난 장애물이 생기는데.
1.공부가돈벌기가가장쉬웠어요.
그건 바로 잔고였다. 그렇다. 나는 돈이 없었다. 통장(텅장)에는 200만 원 남짓 남아있었다. 휴직 전 나름 배수 진을 친다고 적금도 들고 미리 나갈 지출들을 정리한 탓에 수중에 돈이 없었다. 와, 귀신같이 내 마음을 알았는지 강사가 "신용카드 결제도 된다고 합니다. 무려 12개월로!"라고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순간 홈쇼핑에 홀린 듯이 결제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그러나 나는 강사의 기대를 무참하게 저버린다. 허리띠 졸라맨다고 신용카드는 잘라버린 지 오래다.
그래, 일단 한 번 바람 좀 쐬고 와서 생각하자. 엉덩이를 붙잡는 듯한 강사의 말을 떨쳐버리고 미뤄놓았던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갔다. '어떡하지? 일단 아내를 깨워야 하나?, 아니다. 냉정하게 생각해 봐. 일단 가격이 너무 비싸잖아. 근데 이걸 할 만한 가치가 충분해? 이거 진짜 유튜브를 시킨 대로 만들면 수익이 가능할까? 책임져주지 않을 거잖아. 그리고 이렇게 수강생들 10명 20명이 막 만들면 오히려 경쟁력이 떨어지고 수익이 줄지 않나? 잠깐만, 근데 저 강사는 왜 본인 수익도 떨어지면서 이걸 팔려고 하는 거지? 봉사하는 마음이면 강의료를 안 받거나 적게 받아도 되지 않나?'
드디어 내 안의 '이성'이란 놈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명색이 철학을 전공했는데 비판적 사고 제대로 못하나?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주변을 한참을 서성였다. 그래 이건 아닌 것 같다. '감정과 욕망'이란 놈이 아직도 뿌리 깊게 내 머리를 잡았지만 일단 오늘은 아닌 것 같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래, 오늘 밤은 아니다. 밤에 결정 내리지 말자. 만약 내일 아침에 곰곰이 생각해보고 해도 늦지 않다.
돌아와 보니 역시나 댓글창에는 비웃는 사람, 정말 인생의 모든 것을 걸고 도전해 보겠다는 사람들이 뒤엉켜 있다. 노트북을 끄고 누웠다. 이성은 어느 정도 결론을 내렸지만, 월 천이라는 단어가 주는 욕망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나 천만 원 입금됐어!라고 신나 하는 나의 모습과 같이 기뻐해주는 아내와 아이의 모습이 지나간다. "여러분,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비판하는 사람들은 늘 비판만 하고, 진짜 제대로 못해요."라는 강사의 말이 귀에 맴돈다. 나는 행동을 못하는 루저인가?
언제 잠들었을까. 뒤척이다가 일어난다. 아침에 아내는 머리 말리고 출근 준비로 바쁘다. 그런 아내에게 399만 원 얘기를 하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을 것이 뻔했다. 일단 아내와 아이를 차례로 데려다주고, 다시 강의를 켰다. 다시 보기 없다는 사전공지와는 다르게 9시가 되자마자 친절하게 카카오톡 알림으로 링크를 보내준다. 여전히 욕망의 끈이 끈질기지만 누군가가 남긴 하나의 댓글이 내 머리를 탁 치게 만든다. "와, 이거 진짜 결제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놀랍네." 조소 섞인 그의 말투에 일단 생각정리를 한다. 그래, 생각으로 하지 말고 일단 글을 쓰자. 오래간만에 깐깐한 아저씨로 변신해서 스스로 문답해 보자.
(1) 진짜 월 카지노 게임 추천 원이 가능할까?
솔직히 어려워. 물론 가능할 수도 있겠지. 근데 확률 상 굉장히 낮아 보여. 월 천만 원이면, 연봉이 세금 떼고 1억 8천은 돼야 해. 대한민국에서 이 정도로 순수익을 남기기 위해서는 고소득 전문직/기술자, 대기업/IT기업 부장급, 중소기업 대표, 월 억 단위 매출이 발생하는 자영업자 정도가 되어야 가능하지. 이 사람들은 수십년 동안 커리어를 쌓고 스킬이 뛰어난 사람들이야. 특정한 스킬 없이 월 천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아.
레드오션이야. 경쟁자가 너무 많고 얼굴노출 안 하고 AI로 만든 콘텐츠로만 승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지. 유사 콘텐츠가 많아질수록 나눠 갖는 파이는 줄어든다는 것은 유튜브에서도 진리야.
(2) 근데 저 강의 수강생들은 뭐지?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는데, 중요한 건 '데이터'가 아닐까? 만약 100명의 수강생들이 있으면, 이들의 평균 수익은 얼마야? 차라리 이렇게 공개하는 것이 깔끔하고 더 신뢰성 있지 않을까? 단 한두 명의 사례로 결정하기에는 말이 안 된다.절반 이상이 수익이 난다고 했지만, 단돈 1만 원도 수익이라고 하면 원금도 회수 안되네.
그리고 유튜브는 수익기준은 구독자 수 1,000명, 시청 시간 4,000간, 지난 90일간 공개, Shorts 동영상의 조회수 1,000만 회야. 이걸 한 달만 해서 넘을 수 있다고? 마치 한 달 벼락치기해서 서울대 보내준다는 말 같은데?
(3) 그럼 저 강사는 뭐지? 얼굴이 알려지고 나름 유명한 유튜버 아냐? 수익인증도 했잖아?
맞아. 유명하네. 근데 이 사람의 커리어를 찾아보니 한 5년 전부터 전업으로 유튜브를 하던 사람이야. 이미 이해도가 스킬이 충분한 사람이지. 근데 본인의 유튜브는 전혀 다른 내용이고, 정작 돈을 벌게 해 주겠다는 유튜브 채널은 공개하지 않았네.
(4) 근데 대체 왜 이 강의를 하나?
결론은 돈, 돈, 돈이야. 돈 벌기 위해서. 유튜브보다 이렇게 돈 버는 게 더 이득이기 때문이지. 만약 본인이 이 비밀을 알고 있다면 본인이 계속 계정을 만들어하면 되지 않을까? 왜 수강생이라 부르고 경쟁자들을 더 만들어? 내가 만약 이 '돈 버는 비밀'을 알고 있다면 나 혼자 해 먹거나, 내 가족과 친한 친구에게만 알려주지 않을까? 결론은 유튜브보다 남는 장사, 강의를 파는 것이지.
그리고 유튜브는 운영 잘해도 콘텐츠를 계속 생산해야 해. 구독자도 유지하면서 신규 유입이 늘어야 하는 거지. 직장처럼 안정적이지 않아. 결론은 강의를 팔아서 수익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거지.
혼자 끄적이면서 이 내용으로 정리하고 보니 결론이 났다.
단기간 고수익 보장! 편하게, 일 안 하고, 많은 돈을 벌고 싶으세요? 누구나 가능합니다.
다만 강의료를 내세요. (할부 12개월 됩니다.)
만약 신문, 광고, 구인앱에 이렇게 나왔다면 어땠을까? 모두 사기라면 욕했겠지. 그러나 스토리텔링과 몇 명의 간증은 우리를 휘어잡는다. 만약 그래도 솔깃하다면 그들에게 몇 가지만 물어보자.
'왜 강의로 이걸 판매카지노 게임 추천 건지? 동기가 대체 뭐지?'
'오히려 공급자가 늘면 경쟁이 되지 않나?'
'강의 수강생들의 평균 수익금은 어느 정도일까? 또 언제부터 수익이 발생했을까?'
'환불규정은 정확히 어떻게 되고, 수익을 어느 정도까지 책임질까?'
4. 탐욕이아니라희망이었는지도.
결제는 접었지만 이제 다단계에 빠진 사람들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솔직히 힘 안 들이고 돈을 벌고 싶다. 옆집 철수 아빠는 사업해서 돈을 얼마 벌고, 엄마 친구 딸은 가게를 차려서 용돈도 많이 준다던데. 그래,나도돈을많이벌고싶은데많이벌능력이없었다.의지만충만하고스킬없는나를멱살 잡고끌어올려줄누군가가필요했던거다.그래서 이런 강의에 홀리는 거다.
문득 영화 <범죄의 재구성에서 나온 마지막 멘트가 떠올랐다.
"걸려들었다. 지금 이 사람은 상식보다 탐욕이 크다. 탐욕스러운 사람,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 반대로 세상물정을 잘 안다고 잘난 체하는 사람. 모두 다 우리를 만날 수 있다. 사기는 테크닉이 아니다. 사기는 심리전이다. 그 사람이 뭘 원하는지, 그 사람이 뭘 두려워하는지 그것만 알면 된다."
한편으로 조금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먼저 나 자신의 적나라한 욕망을 마주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댓글을 단 사람들의 사연이 정말 안타까웠다. 나처럼 회사가 어려워 휴직한 사람들, 아니 아예 권고사직 당한 사람들, 경기가 어려워서 내몰린 자영업자들, 교육비에 허덕이는 아이 엄마, 꼭 하고 싶지만 돈이 없어 결제가 못한다는 사람들, 빚을 내서라도 하고 싶으니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사람들. 모두 돈이 급하다 못해 귀하지 않겠는가. 그 귀한 돈을 지불하면서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었던 것이다. 어쩌면 그들은 무엇보다 돈이 귀했지만, '희망'이 그리운 것이 아닐까? 단순히 '탐욕'이 아니라 생존과 더 나은 삶을 위한 위한 '희망'이 아니었을까? 꼭 월 천만 원이 아니더라도 월 100만 원 아니 월 10만 원이라도 같이 벌어보자고 해도 같이 할 사람들 이 아니었을까?
화면 속에서 여전히 열심히 얘기하는 강사와 댓글들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녀석아, 솔직히 왕도는 없다는 걸 순순히 인정하자. 유튜브 월 천, 블로그 월 천 가능할 수 있다. 근데 너도 이 바닥에서 엄청나게 구르고 실패해 보고, 끈질기게 버텨야 가능하다. 이제까지 뭐 하나 만들어보지도 않은 녀석이 왜 자꾸 편법과 지름길을 찾냐.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녀석이 마라톤 대회 나간다는 꼴이 아니냐.치트키는게임에나있다.여기리얼월드에는그런거없어.더많이듣고,보고,시도하고,넘어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