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은 첫 독립 출판물을 낳고...
따지고 보면, 이 모든 일의 카지노 가입 쿠폰은 옛 애인과의 이별이었다.
웬만큼 친한 사이가 아니면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사사로이 털어놓지않지만, 우연히 지인과 책을 만들게 된 계기를이야기하던 중,나의 지극히 사적인 창작 배경이 불쑥 튀어나와 버렸다. 그리고 뜻밖의 사연을 듣고 빵 터진 지인은 "이별의 시기를 이보다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는 없겠다"며 유쾌하게 받아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책 쓰기를 버킷 리스트에 고이 간직하듯, 나 또한 언젠가는 내 이름으로 된 책을 써야지, 써야지, 늘 생각만 하고 미뤄왔다. 그러다 그 목표를 위한 첫 행동을 취하게 된 배경에는 '웃프게도' 연인과의 이별 후, 갑자기 늘어난 시간과 공허함이 있었다. 힘든 일은 겹쳐서 온다고 하던가. 마침 프리랜서 통번역사인 내게 일감이 조금씩 줄어들더니 비수기까지 동시에 찾아왔다. 갑작스레 자유 시간이 철철 넘쳐흘렀다. 그 결과, 나는 어느 독립출판 모임을 직접 찾아가며첫 책 만들기의 첫 단추를 끼우게 된다.
그렇다. 애초에 나의 '첫 책 만들기'의 배후에는 거창한 목표가 있었던 건 아니다.
연인과의 이별과 프리랜싱 비수기의 조합이 낳은 결과물이 나의 첫 책이라니. 조금 냉혈인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으나, 결국 한 권의 책 탄생이라는 성과가 매우 만족스러워, 부끄럽지만 그 과정을 공개해 본다. (이별의 후유증을 겪고 있는 자, 그런데 마침 자기만의 책을 만들고 싶은 자가 있다면 그에게 독립출판을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때는 바야흐로 2년 전인 2023년 겨울. ‘구 남친'과 헤어진 후, 이별의 후유증이나 외로움도 온전히 느끼기 전, 이제 다시 솔로다! 혼자가 된 기념으로 자유와 해방감을 마음껏 즐기겠다며 애인이 있을 때는 쉽사리 하지 못하는 것들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이름하여 '솔로 버킷 리스트'(자칭).
유튜버들이 추천하는 '솔로일 때 반드시 해야 할 것들' 중에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소셜 모임 참여가 있었다. 애인이 있을 때도 독서모임에 몇 번 참여한 적은 있지만, 매번 모임만 참여하고 뒤풀이는 쏙 빠진 탓에 사람들과 교류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거기다 매일 프리랜서로 홀로 일하다 보니, 슬슬 다른 사람들과 교류할 필요성을 느끼기도 했다. 앞으로는 뒤풀이까지 참석해서 사람들과 더 친해져야지, 그렇게 다짐하며 처음으로 어느 소셜 모임 플랫폼에 가입했다. 다양한 테마의 모임들 중에서 ‘기왕이면 평소 내 관심사와 결합되면 더 좋지 않을까'란 생각으로 고른 것이 바로 독립 출판 모임이었다. 여러 명이서 함께 한 권의 책을 만드는 모임도 있었지만, 내 이름으로 된 나만의 책을 만드는 것이 나의 오랜 목표였기에, 혼자서 한 권의 책을 만드는 모임을 선택했다. (나름 프리랜서의 '퍼스널 브랜딩'이란 목적도 있었으므로)
그렇게 시작된 나의 첫 독립출판 여정. 독립 출판 모임에는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이미 자신만의 책을 만들어본 경력자도 있었고, 웹소설 작가나 방송 작가 등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평일 저녁에 진행되어 밤늦게 끝난 탓에, 기대했던 뒤풀이는 없었지만, 모임에 빠지지 않고 열심히 참여하고 질문도 하다 보니 어느새 모임장과 친해졌다. 덕분에 틈만 나면 카카오톡 메시지로 책 만들기와 관련된 궁금증을 해소할 수도, 함께 따로 시간 내서 코워킹을 하며 크라우드펀딩인 텀블벅 프로젝트에 대한 팁도 배울 수 있었다.
사실, 매번 모임에 꼬박꼬박 참여하면서도 내가 책 한 권을 실제로 완성해 출간까지 하게 되리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애초에 나는 모임에서 독립출판이란 개념을 대략적으로 배우고, 모임이 진행되는 기간 동안 출판사에 투고할 원고를 쓰고 모으는데 더 큰 목적이 있었다.(물론, 모임에서는 이를 밝히지 않았지만.)
모임은 홀로 일하는 내게 약간의 마감효과를 주어, 동기를 가지고 제때 글을 쓰도록 나를 부지런히 움직여주었다. 학창 시절부터 주어진 숙제만큼은 성실히 잘해가던, 나름 ‘범생이‘인 내게 매번 다음 모임까지 완성해와야 하는 과제는 일종의 미션처럼 느껴졌다. 매번 미션을 하나씩 깨는 과정이 성취감과 쾌감을 맛보게 해 주었다.
“다음 카지노 가입 쿠폰까지 원고를 다 써오세요.”
어느덧 모임의 후반부에 접어들었고, 모임장이 최종 과제를 내주었다.
그리고 범생이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비록 퇴고는 조금 덜 되었을지라도, 초고까지는 어떻게든 완성해 보자는 마음으로, 틈틈이 열심히 글을 썼다.
그렇게 한 달에 약 한 번, 많으면 두 번 만나 과제물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미션을 하나씩 클리어하다 보니 어느덧 독립 출판물 만들기의 마지막 단계인 샘플책 주문을 앞두게 되었다. 샘플책 주문을 위해 표지를 만들어오는 게 최종 과제였는데, 표지에 대해서는 딱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에 막막했다. 모임원 중 한 명은 직접 아는 일러스트레이터가 있다면서, 원한다면 소개해주겠다고 했다. 어떤 식의 그림을 원하는지 설명하고 견적과 일정을 논의하면 된다고.
프리랜서로 일하며 늘 외주를 받는 입장이었는데, 이렇게 내가누군가에게외주를 주게 될 줄이야. 비용은 얼마나들려나… 원래 내 목표는 출판사 투고였는데, 여기까지 온 것만도 장하다, 하고 이쯤에서 그만두는 게 나을까.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 중, 오랜만에 집에서 먼지만 모으고 있는 아이패드를 꺼내보았다. 한때 온라인클래스로 인스타툰을 배우며 유료 결제한 그림 그리기 어플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와 열어보았더니, 그 안에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고 여러 동작까지 적용해 그린 기록들이 남아있었다. 그래, 나름 그림 그리기를 취미로 내세우던 시절이 있었지.
그래도 명색의 내 첫 책인데, 비록 완벽하진 않더라고 내가 직접 만들었다는 데 의의가 있지 않을까? 기왕 여기까지 온 거, 끝까지 내 힘으로 해볼까?
그렇게 별생각 없이 책의 표지를 끄적이기 카지노 가입 쿠폰했다. 우선, 예전에 만들어놓은 내 캐릭터를 표지 정중앙에 그려 넣고, 책 제목인 ‘오 마이 갓김치‘의 김치를 그려보려 노력했다. 몇 차례의 어설픈 김치 그리기 시도 끝에 내린 결론은, 심플 이즈 베스트!아무래도 내게는 전문가처럼 멋지게 잘 그릴 기술이 없으니, 최대한 카지노 가입 쿠폰 대상을 단순화해 보자. 그렇게 그린 그림이 바로 노트북 한대 앞에서 당황하는 표정의 캐릭터와 새빨간 배경의 표지다. 애초에 김치를 살리고 싶었으나, 도저히 제대로 표현할 길이 없어 궁리하던 끝에 김치를 대표하는 색깔인 빨강색으로 바탕을 전부 채워버린 것.
훗날 알게 되지만, 이 ‘빨강 표지’ 효과가 상당했다. 큰 뜻 없이 단순하게 채워버린 표지의 색깔이 의외로 사람들 눈에 확 띄는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북페에서 내 책을 산 사람들 대부분이 “표지가 빨강이라서 강렬해서”, “인상적이어서”를 구매 이유로 꼽았다. 북페어 현장에서 직접 책을 팔 때 내가 느낀 점은, 빨강표지가 걸어가던 행인들이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는 것. 물론 제목의 효과도 있었다. 오 마이 갓김치!래, 폭소를 터뜨리며 지나간 사람들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가끔 “표지에는 돈을 절대 아끼지 말아라”는 조언을 SNS에서, 특히 출판 전문가들의 커뮤니티에서 보곤 한다. 그런데 사실 내게는 책의 표지나 디자인이 단순히 책을 담아 선보일 일종의 도구에 불과했다. 단순히 내가 쓴 글을 담아 세상에 선보일 물리적 형태가 필요했던 것이기에, 그것에 지나친 정성을 쏟기보다 완성된 표지 자체가 필요했던 것이고, 따라서 그다지 많은 시간을 투자하거나 오래 고민하진 못했음을, 큰 계획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얼렁뚱땅 만들어버렸음을, 부끄럽지만 이제야 고백한다. 내가 직접 그린 표지에 대단한 자신감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누군가의 눈에는 그저 유치한 그림, 지극히 단순한 그림으로 보일지 모르나, 내게는 내가 직접 그렸기에 나다움이 묻어난다는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
내 마음에 쏙 드는 표지를 위해 완벽을 기하느라 일정을 미뤘다면, 아마 내 책은 끝내 탄생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결국 그렇게 직관적으로 탄생한 나의 아마추어스러운 표지는 다행히도 '귀엽다'는 반응을 많이 받았다. 어쩌면 내가 직접 그렸기에, 어딘지 모르게 어설프고 아마추어스럽다는 이유로 독자들이 내 책을 사준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책을 구매해 준 독자들께 언제나 감사한 마음뿐이다.
이렇게오랜만에 독립 출판물을 직접 제작한과정을되돌아보니,
때로는'완벽'보다 '완성'이 더 중요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