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배역으로 향하는 지하철 2호선 안. 작은 노트만 넣어 핸드백 들고 다니던 날라리 대학원생에서(지하철에서 서서가니 가벼워야함) 노트북이나 아이패드를 배낭에 넣고 다니는, 덜 날라리 대학원생으로 진화하였다. 배낭이 무거우니까 지하철에서 가급적 문 쪽에 서서 배낭을 앞으로 메고 등을 기대서 가는데, 오늘은 지하철에 사람이 많아서 손잡이를 잡는 쪽으로 밀렸다. 내 시선이 향한 창문에는 이런 스티커가 붙어 있다.
세계최초 2030년 세계정부탄생
일론머스크 차기 48대 대통령
3차 세계대전 핵전쟁
지구호의 선장 000
여러분의 영혼문제를 책임져 드리겠습니다
하고, 홈페이지 주소와 핸드폰 번호가 쓰여있다. 기괴하다. 진짜 저기에 전화를 거는 카지노 가입 쿠폰이 있을까? 어떤 또 이상한 종교 집단이겠지, 하고 처음엔 무시하고 시선을 거두다가 여기에 이런 스티커 붙이는 건 불법인가, 합법인가? 저 스티커는 잘 떼어지지도 않게 생겼는데 괜찮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두리번거리는데 유독 내 시선이 닿는 이 창문에만 붙어있다. 뭐지, 하고 드라마 스토리가 펼쳐질 듯한 상상을 하며 지하철 안 전체를 조망하는 시선으로 나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오늘은 저녁 수업이 있는 날인데 특강이 있어서 점심에 받은 샌드위치를 먹고 있으니 수업을 같이 들었던 학우 한 명이 어, 학교 빨리 왔네요, 하고 말을 걸었다. 흔히 학교에서 카지노 가입 쿠폰 점심 특강을 사전 신청하면 샌드위치같은 간단한 식사를 준다. 점심시간에 진행되는 강연이나 세미나는 의외로 우걱우걱 씹으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된다. 그리고 같은 공간에 있던 다른 학우하고도 논문 관련해서 말을 걸다가 친구가 되었다. 같은 직장인이기도 하고 나이 또래도 비슷했다. 먼저 연락하고 지내자고 하길래 나도 반가워 연락처를 주었다.
학교에서 연사 특강이 오면 단체 메일을 보내준다. 우리가 카지노 가입 쿠폰이나 수업에서는 만날 수 없는 저명한 교수, 신진학자에서 노한동 작가와 같은 핫한 작가들을 초청하기도 한다. 오늘은 수업 전에 시간이 나서 박병석 전 국회의장과 김완섭 현 환경부장관 초청 강의가 있어서 미리 캘린더에 적어 놓고 집에서 조금 일찍 나왔다.
박병석 의장은 예전에 오며 가며 자주 뵙기도 하고 지나가면서 항상 따뜻한 눈빛으로 인사하고 먼저 말도 걸어주었던 게 인상적이었다(그가 나를 안다는 뜻은 아니다). 협치를 주제로 말씀을 나눠주셨는데 소속당만큼 정파적 색채가 강하지 않은 자칭 타칭 중도개혁자로서 6선 의원까지 했고, 또 국회의장으로서 '협치'하면 꼽히는 인물이다. 전직 의장으로서, 정치계 오래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정치제도 및 문화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헌법 및 선거제도 개혁, 정당 개혁의 방향에 대해 설명해 주었는데, 흔히 정치인을 초빙하면 출신당을 대변하는 말을 늘어놓고 선전하기보다는 균형적인 관점에서 진심으로 우리나라 민주주의, 나라 발전에 도움이 될 만한 생각을 바탕으로 가급적 중립적인 표현 방식을 취했다. 합리적이고 거부감이 없게 들렸다. 우리나라에서는 이기거나 지는 것으로 과대대표되는 선거구제 특성, 지역갈등, 세대 갈등, 반중반북/반일반미 갈등 등으로 현재 중도적인 생각이 반영될 기회가 거의 없다시피하다는 말이 공감이 되었고, 중도, 혹은 중용적인 인물 필요성에 대한 국민들의 수요가 있음에도 양당 지지자층에게 회색분자로 제거되거나(누구라고 생각나는 인물이 있진 않아 누구를 상정한 건 아니다) 선택받기 어려운 현실이 개선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환경부 장관은 얼굴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약간 희끗해 보이는 머리색과 외모와 달리 말을 열자 굉장히 젊게 느껴졌다. 32년간 공무원 생활 중의 내공과 공직자로서의 철학이 단단하면서도 사고의 유연함이 느껴졌다. 굉장히 똑똑하면서 유머러스하다는 인상을 풍겼다. 김장관도 기재부 출신으로 문과계에서는 엘리트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데, 몇몇 기재부 출신들에게 느꼈던, '나는 굉장히 고지능이고 똑똑하다 못해 넘사벽 천재다', 가 마구 느껴지는 이미지에서 약간은 비껴 나서 부드럽고 말이 잘 통하고 인간적인 이미지로 다가왔다. 합리적으로 경중을 판단해 정무적 판단을 하지만 국민을 생각카지노 가입 쿠폰 본질을 잃지는 않는, 고민카지노 가입 쿠폰 공직자의 모습이 느껴졌다. 국민에게 더 다가가 소통하면 그 조직 이미지와 신뢰 확보에 (+)가 될 기관장이다.
이런 시간을 갖는 것은 또, 다른 학과 학생들이 현안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질문을 하는지를 지켜보는 측면에서 상당히 재밌다. 각자의 전공과 살아온 배경, 관심사가 다르기에 생각하는 포인트가 완전히 다르다. 다른 카지노 가입 쿠폰의 질문에서 생각의 포인트를 보고 또 그것에 강연자가 답변을 하는 내용, 태도를 보는 것이 굉장히 공부가 된다. 교수들이 사회를 보거나 토론자로 참여할 때 맥을 짚고, 추가적으로 질문을 할 때 보면 질문하는 수준이 굉장히 비상하다. 그 수준이라는 것이 굉장히 뭐 나같은 범인들은 이해 못할 내용을 늘어놓는게 아니고, 또 단순히 우리보다 더 많이 공부해서, 지식이 많아서가 아닌 탁월함이다. 한끗차이인데 크다. 괜히 서울대 교수가 아니구나를 느끼던 순간은 매 순간이다. 생각하는 것이 남다르고 핵심을 찌르고, 질문의 수준이 높으면서도, 그 질문을 모두가 이해할 수 있게 자신의 생각을 굉장히 쉽게 풀어서 말하는 능력이 부럽다. 그리고 어떤 질문을 받아도, 심지어 자기가 충분히 공부한 분야가 아니더라도 상대가 질문을 하였을 때, 어떤 맥락 속에서 그런 궁금증을 가졌으며, 질문의 핵심이 무엇인지 그 궤를 꿰뚫고 겸손하고 예의있고 신중하게, 최선을 다해 답변한다. 이런 것이 인공지능이 아직은 따라가지 못하는 인간 한 명 한 명 머리에서 나오는 조합능력, 질문을 하는 능력, 비상함이다.
자기가 잘 모르니 아는척하며 빙-돌려 자기가 아는 내용 답변으로 때우려는 카지노 가입 쿠폰이 있다. 결국 답변을 기다리는 사람은 내 질문을 이해 못한거야? 그런 말이 아니잖아-라고 느낀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역량의 한계로 망신당하느냐 vs 알맹이 없는 허접한 말이라도 있어보이게 채우느냐, 중에 선택이라도 하는 것 같다.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보여 후자가 더 허접해 보이는데 말이다.
특강 두 개를 옮겨 다니며(여야 인사를 넘나들며), 다행히 마스크가 있어 미세먼지를 통째로 흡입하지는 않으며, 교수님 방으로 향했다. 어제 교수님에게서 뜬금없이 메일이 와서 개정된 책을 주겠다고 하셔서 받으러 가봤는데, 교수님이 가능하다고 말씀한 시간이 이미 지나서 안 계셨다. 소규모 수업이었어서 정이 쌓였는지, 번거로운 일일텐데도 잊지 않고 챙겨주시는 마음이 고마웠다. 이번에는 책에 사인을 받아야지! 외부에 있었다면 접근하기 어려운 저명한 교수들을 카지노 가입 쿠폰적으로 만나 안녕, 하고 인사를 건네받고 폭싹 속았수다 봤냐며 카지노 가입 쿠폰 대화를 나누고, 매주 만나 비상한 그분들의 생각과 경험을 듣는다는 게 굉장히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지난주만 해도 설산이던 관악산이 어제 카지노 가입 쿠폰 미세먼지로 가득하다. 날씨를 보니 23도인데 이게 맞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