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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경진 Apr 30. 2025

콩_온라인 카지노 게임_나눠_먹는다

1

초목이 함초롬히 비를 맞고 섰던 어느 날이다. 똑똑똑. 베프 삼촌 집온라인 카지노 게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누군가 방문을 두드린다. 근처 식당 느영나영의 여주인이 날씨가 그래서 해물부추전을 했다며 뜨끈한 접시를 내밀었다. 키친타월을 들어 올리자 밀가루+기름+해물냄새가 코끝을 후끈 자극한다. 조그만 상을 가져다 올려놓고 자르자 가위가 잘 들어가지 않는다. 오징어, 새우, 간간이 보말에다 부추를 아낌없이 둘렀으니 두꺼울 수밖에. 한입 베어 물자 ‘환상 속의 그대’다. 빗소리가 청각을, 녹색 부추가 시각을, 해물이 미각을, 기름 냄새가 후각을 만족시킨 오후였다.


2

베프의 집에 앉아 있어 보면 이웃들이 수시로 반찬을, 과일을, 군입거리를 갖다 준다. 삼촌도 보답한다. 모슬포 시장 나가는 길엔 가벼운 거라도 하나 사서 건넨다. 또 우영팟(텃밭)에서 상추를 뽑으면 나더러 가져가라 쥐어 주고, 무가 많이 뽑히면 근처 사촌에게 전화해 가져가라 이른다. 가파도 안에 직계는 물론이고 사돈의 팔촌까지 두루두루 모여 사니 받는 것도, 주는 것도 풍년이다. 큰 뭍에서 온 상인들과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엔 부산 가는 가게 주인에게 치맛단에 붙일 레이스를 부탁하곤 구해다 주자 올리브유를 바른 김을 한 팩 사서 보답하는 걸 보았다.


3

내가 사는 ‘블루’에도 이웃에서 심심찮게 찬조품이 들어온다. 가파도의 마당발 일지 삼촌은 우영팟에서 직접 기른 배추로 김치를 담갔다고 수시로 가져온다. 스케일은 또 얼마나 큰지 김치통을 전달받는 손목이 휘청거린다. 맛은 또 어떤가. 너무 맛깔스러워서 나와 주인장은 언제든 환영이다. 옆집 두월 삼촌은 밭에서 무를 뽑아 깍두기를 담갔다며 손수 들고 온다. 마을회에서, 노인회에서, 어촌계에서 주민들에게 수시로 수건 돌리듯 선물을 돌린다. 쌀, 조미료, 커피, 화장지, 타월 등 종류도 다양하다.


4

훌륭한 습관은 몸에 들이는 게 좋다. 나도 오일장에서 눈에 띄는 게 있으면 사와서 삼촌들이나 블루의 주인장과 공유한다. 김경윤 샘은 귤 한쪽이라도 생기면 오다 주웠다는 듯 가볍게 내 손에 놓아주고, 나도 홍마트에서 장을 볼 때면 혼자 끼니를 챙기는 그가 생각나 장바구니에 반찬거리를 더 얹곤 한다.


5

‘이걸 주면 과연 이웃이 좋아할까?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늘 망설이곤 했는데, 여기선 서로서로 나누는 게 아주 익숙하다. 섬 속의 섬인 특성상 대부분 가까운 친척들이라 주고받는 게 자연스럽고, 그 문화는 ‘육지것들’에게도 이어져 주면 받고, 받으면 주는 게 몸에 배어 있다. 어떤 때는 이 광경을 보다가 두 형제가 밤새 볏가리를 서로의 집 마당에 부려놓던 옛 이야기가 떠올라 슬그머니 미소를 짓곤 한다. 대문 없는 서로의 집을 드나들며 콩 온라인 카지노 게임 나눠 먹는, 참으로 특이하고 정겨운 풍습을 지닌마을이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대문이 없는 가옥 구조. 누구든 항상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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