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다는 것은무엇일까.
나는 평소 다독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 친구 선의 다독에 생각이 이르면, 혹은 늘 새로운 책을 읽고 있는 친구 훈을 보면 역시 다독하는 이들은 다르구나 고개를 끄덕이고 만다.내가 유난히도 좋아하는 친구들이다. 심지가 곧고, 자신의 생을 잘 살아나가는 친구들. 가족과 가까운이들을 정말이지 잘 챙기는 친구들. 그래서 본받고 싶은 친구들. 이 둘의 공통점이 다독이니, 결국 다독을 하면 멋진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결론에도달무료 카지노 게임 것이다.
선도 훈도 특별한 인연의 친구들. 잘 모르는 무명작가 정연의책을 사주었던 친구들. 특히나 훈은 나를 철저히 (병팔이 작가) 아이돌대접해 주니, 늘 어깨가 으쓱해질 수밖에 없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하지 않았던가. 고래도 춤추게 할 칭찬이라면, 작은 정연쯤이야얼마든지 춤추게 할 수 있지.
선은 사실 칭찬을 잘하지 않는다. 선과 나는 T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우리는 참으로 결이 비슷하다. 살아온 나날의 역사도 꽤나 비슷하다.
우리는 물론 공감능력은 뛰어나지만, 굉장히 합리적이고 진취적인 편이다. 만약 어떤 불행한 일이 닥친다면, 아마 우리는 똑같이 흐르는 눈물을 닦을 것이다.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를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그 방법대로 실천하는 쪽을 택할 것이다. 울고 주저앉아 있을 타입이 절대 아니다. 울고 주저앉아 있다고 일이 해결된다면 그리 한다. 하지만 운다고 아무것도 해결되는 것은 없다.그럴 시간에 나서서 해결을 해야지.앗, 우리는 진정 T발뇬?
선과 나는 친하다. 그냥 생각과 행동의 결이 같다. 그런 선과 내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녀는 '출판계의 빛과 소금'이라는 점, 다독가라는 점이다. 정말 책구매를 많이 하고, 책을 많이 읽는다. 한 번은 그녀가 유명 소설가의 문체를 따라 하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그 위트와 필치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평소 생각도 정말 깊고, 행동의 깊이 또한 따라갈 수가 없다.
많이 읽는 자는 정말로 대적할 수가 없다.독서를 멀리무료 카지노 게임 스스로를 많이 반성하고 부끄러워했던 순간이었다.(변명하자면, 표절할까 봐 읽기를 멀리한다.)
선은 나쓰메 소세키를 제일 좋아하고, 늘 내가 모르는 책들을 찾아 읽는다. 그럼에도 선의 일터에는 내 에세이가 꽂혀있다. 그녀가 평소 읽는 책들에 비하면 내 책은 정말이지 손이 가지 않는 졸작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선이 내 책이나 글에 대해 칭찬을 달리 하지 않는 것은 그래서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그 대화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어느새 대화는 내 새 책을 위한 기획 이야기로 흐르고, 선은 새 책의 제목까지 뽑아주었다. 아, 내가 글쓰기와 책 쓰기의 어려움을 토로한 날인듯하다.분명 그날 나의 쓰지 못무료 카지노 게임 일은 우리 대화의 시치미 정도는 되었을 것이다. 그 시치미가 그날 우리 대화라는 우동국물에 아주 강렬하게 뿌려진 모양이다. 선은 갑자기 나의 글을 아주 좋아한다고 했다. 그러니 정연은 계속 글을 쓰고, 반드시 또 책을 내어야 한다고 했다.
자신이 아주 많은 책을 읽어보았지만 정연처럼 술술 읽히는 글을 쓰는 이는 흔치 않다고도 하였고, 독자에게 억지 감정을 짜내려 하지 않는 것이 참으로 특별하고 좋다고 하였다.나는 슬픔을 이야기하지만, 늘 한 발짝 떨어져서 제삼자적 객관성을 잃지 않는다는.(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기, 가 내가 글을 쓰며 가장 크게 중점을 둔 부분이기도 했다.)
아니, 도통 내 글과 책은 칭찬하지 않기에 내 당신과는 순수하게 마음만 나누려 하였더니 어찌 내 작품세계를 관통하듯 읽고 통찰력을 뽐내는 것이야?
가슴속에서 겨우내 망설이던 목련이 움을 탁 틔우는 것만 같았다. 정말이지 절필할 뻔하였던 마음속 그 수많은 위기들이 타파되는 느낌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소세키를 좋아하는 다독가 선이의 평가가 아닌가! 출판계의 빛과 소금 선이의 평가가 아닌가!
선이는 말했다. 정연이 다음 책은 우리(선이와 직장 식구들)가 200권을 사기로 뜻을 모았어.
아니, 그건 사재기인데? 일단 가족관계는 아니지만은. 선이가 사실 '출판계의 빛과 소금'으로 일컬어지는 이유는 지금 읽지 않더라도 책은 무조건 사두고 보자는 신념 때문이기에, 정말 200권을 살지도 모를 일이다.좋아무료 카지노 게임 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아끼지 않는 선이이기에.
이상하다. 내 생은 늘 불행의 파도가 넘실거린다.
큰 파도를 맞고, 너덜너덜 해지면 누군가가꼭나를 구하러 온다. 그리고 또 파도를 맞는다. 그러면 정남이와 엄마, 소한이가 함께 버텨준다. 물론 언제나 나를 구하는 것은 나 자신이어야 함을 잊지 않지만, 자꾸 누군가가 나를 구하러 온다. 아마 칠순잔치에 첫 번째 작가로서 절필의 위기를 맞이했을 때를 돌이켜 이야기할 기회가 온다면 그때 선이가 나를 구하러 왔었던 이야기를 할 것이다.
희망이 없는 줄 알았지만, 고개를 들었더니 거기에 무료 카지노 게임이 말갛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