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준비를 마치다.
93세가 보건소를 다녀왔다고 한다.
'왜 무슨 일이 있어요?'
‘이름이 뭔지 모르는데, 나중에 집으로 보내준대’ 하신다. 나이 드신 분들에게 건강 체크나 치매 검사를 하고 결과를 보내주나 보다 했다.며칠이 지난 후우편으로 93세 이름이 적혀있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우편함에 있었다. 병원에서 말로만 들었던 심폐소생술을 포기하겠다는 것에 동의하는 카드였다.
그다음 날은 퇴근해 집에 돌아오니 영정 카지노 게임 추천을 찍었다고 한다. 69세는 보자고도 안 하고, 93세는 보여주지도 않는다.
얼마 전 69세는 93세의 영정 카지노 게임 추천을 준비해야 할 것 같아 사촌에게 의논을 하였다. 그의 얘기는 평소 카지노 게임 추천 중에 잘 나온 걸 확대해서 쓰면 된다며 신경 쓰지 말라고 한다. 69세는 93세의 카지노 게임 추천이 별로 없음을 알고 있지만 찾으면 나오겠지 하고 잊어버렸다.
저녁 식사를 하는데 이제 난 죽을 준비는 다 해 놓았다며 천만 원이 든 통장을 보여준다. 장례 비용으로 쓰라는 뜻이다. 친구가 쓰러져 병원에 있는데 돈이 얼마나 어떻게 있는지 모른다고 한다. 천만원을 69세 이름으로 넣어 놓으라고 한다. 69세와 75세는 눈만 마주치며 아무 말도 못 한다.
DNR, 영정 카지노 게임 추천, 장례비용까지 며칠 만에 깔끔하게 준비하는 사람이다. 93세가 그런 사람이라는 걸 알고는 있었다. 완벽해 보이는 준비는 그동안 심한 잔소리로 내 마음을 할퀸 것보다 더 깊은 상처를 만든다.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깊은 뜻이 있지만 그런 말을 듣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무능력하고 믿을 수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
93세는 93세 다운 것이 맞지 않나? 힘이 없으면 없는 대로 걱정이 되면 되는대로 보여주면 좋겠다. 93세가 69세보다 강하고 일을 많이 하고 75세를 야단치고 못 마땅해 한다.
전기를 끌 줄 모른다. 양말은 뒤집어 벗어 놓아라, 일의 속도가 느리다, 저런 머리로 회사를 어떻게 다녔는지 모르겠다며 혼자 소리로 이야기한다. 참고로 75세는 S전자 임원 출신이다. 카지노 게임 추천와 75세는 다 듣고 있지만 못 들은 척한다. 들은 척하면 또 어쩔 건가? 그렇게 40년을 같이 살았는데 아니 그 잔소리로 잘 살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며칠이 지나 새벽에 다리를 휘청이며 93세가 방에서 나온다.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다가 나오며 어지럽다고 한다. 금방 넘어질 듯 휘청거린다. 뭔가 평소와는 다르다. 출근을 일찍 당겨서 병원 응급실로 갔다.
병원으로 가는 동안 많은 생각이 지나간다. 이래서 그 며칠 사이 죽을 준비를 다 해놓았나보다. 돌아가시려나 싶다. 정말 준비가 다 된 건 걸까? 장례에 필요한 물건들만 있으면 죽을 준비가 되는 건가? 아니 우리에겐 시간이 더 필요한데 그날이 오늘이라면 69세는 아무 준비도 안 되어있다.
병원에 도착하자, 의사와 간호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긴장한 마음으로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그때, 93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빨리 나를 치료해줘야지!” 여전히 강한 목소리로 75세와 69세를 놀라게 했다. 의사들은 93세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며, “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곧 치료를 시작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그 순간,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93세는 여전히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고,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건강해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카지노 게임 추천은 Do-Not-Resuscitate의 약자로, ‘심폐소생술 포기’라고 합니다. 심장 박동이 멈추거나 호흡이 멎었을 때 인공호흡, 심폐소생술, 심장 충격 등 생명 연장을 위한 의료 행위를 시행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다.
미래에 자신이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할 것을 대비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미리 작성해 놓을 수도 있다. 국내에는 지난 2016년 '존엄사법'이라 불리는 연명의료결정법이 통과되면서 도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