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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동 나나 Jan 25. 2025

병원에서 담그는 김장 카지노 게임

69세의 무능력과 93세의 초능력

93세, 75세, 69세 셋이 사는 집에 김장카지노 게임를 40kg을 담는다. 다행히 올해는 절임 배추를 사서 담게 되어 일이 많이 줄었다. 1년 전까지 생배추를 사서 저녁에 잘라 진한 소금물에 절이고 밤사이 몇 번 일어나 위의 것을 아래로, 아래에 있는 것을 위로 놓는 작업을 했다. 새벽에 일어나 씻고 물기가 잘 빠지도록 엎어 놓는다. 하룻밤을 꼬박 새워야 한다. 대부분 일을 93세가 하지만 69세는 일도 안 하면서 마음만 불안하다.


가까이 사는 친구가 절임 배추의 간편함을 이야기하지만 93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25년간 두바이에 살았으니 한국의 물정을 모르는 것은 93세나 69세나 마찬가지다.


얼마 전 친구는 자신이 선물한다며 절임 배추를 사서 우리 집으로 배달을 시켜 버렸다. 어쩔 수 없이 선물로 받은 절임 배추로 카지노 게임를 담게 되었고 다행히 맛이 있었다.그 성공에 힘입어 올해 김장카지노 게임를 절임 배추로 주문하고 미리 양념을 준비했다. 93세는 생강, 마늘을 갈아 냉동고에 보관하고 각종 젓갈을 사놓고 고춧가루는 진작에 준비해 냉동고에 들어있다. 11월 23일이 김장을 하는 날이다.


김장을 앞두고 갑자기 11월 18일 93세가 입원을 했다. 기운이 없고 어지럽다고 하시는데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다. 새벽에 응급실로 가서 열을 다시 재니 39.8도다. 어지러울 만하다. 입원해야 한다고 하니 평소와 달리 쉽게 수긍한다. 여러 가지 검사를 해서 얻은 병명은 '이유 없는 고열'이다. 93세의 염증 치수(정상 CRP 0~00.3 mg/d)는 8.5이고 간 수치가 높다.


입원 후 이틀이 지나도 내려가지 않는 염증 치수, 그것과 함께 문제는 입맛이 없다는 것이다. 평소에 93세는 조금씩이지만 잘 드시는데 입맛이 없다고 하는 게 가장 두려운 일이다. 며칠을, 항생제를 쓰고 열이 오르락내리락한다. 69세는 93세의 입맛을 돌아오게 하기 위해 자극적인 음식을 권한다. 간장 게장, 오징어젓, 카지노 게임 볶음, 열무카지노 게임와 고추장을 병원으로 가져간다. 며칠이 지나자 93세의 열이 조금씩 안정이 되고 입맛도 돌아온다.


이제 김장카지노 게임가 걱정이다. 절임 배추를 주문한 곳에 알아보니 취소도 연기도 안 된다고 한다. 40kg의 배추가 93세가 입원해 있는 23일에 도착하는 것이다.69세는 나이만 먹었지 그렇게 많은 카지노 게임를 담아 본 적이 없어 양념을 얼마나 준비해야 하는지 가늠할 수가 없다.


항상 93세가 카지노 게임를 담았고 직장에 다니는 69세가 돌아오기 전에 부엌은 깨끗이 정리되어 있었다. 그런 69세가 40kg의 감치를 담는 것은 불가능이다. 분명히 맛이 없을 것이고, 그 원망을 내년 봄까지 아니 여름까지 들어야 한다. 난 그렇게는 못 한다. 차라리 절인 배추를 버리는 게 낫다. 친구에게 부탁하니 친구가 하는 말

‘담기야 담지, 맛은 보장 못해’라고 한다. 93세의 음식 솜씨가 웬만해야지.








고민을 하다가 22일에 회진을 도는 의사에게 입원 중인 93세의 외출을 부탁한다.

‘저… 집에 일이 있어서 그러는데... 한두 시간 정도… 외출을 다녀오셔도 될까요?’

‘네, 다녀오세요.’

‘야호! ‘



23일 아침 69세는 출근을 하며 75세에게 부탁을 한다. 절임 배추가 오면 비닐봉지에서 꺼내서 씻지 말고 싱크대 위에 긴 나무 도마를 놓고 배추를 올려놓아 달라고 했다. 10시쯤 되어 배추를 잘 정리해 놓았다며 사진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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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뿔싸!

배추 안에 있는 소금물이 빠지도록 엎어 놓아야 하는데 반대로 얌전히 차곡차곡 올려놓았다. 전화해서 물이 빠지도록 다 뒤집어 놓도록 부탁한다. 75세는 물 빠질까 봐 일부러 그렇게 놓았다고 한다. 남자가 생각하는 집안일은 이렇게 다르다. 얼마 후 다시 사진이 왔다. 모두 뒤집어져 있다. 75세의 성격처럼 다소곳하니 예쁘게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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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세는 병원에서 집으로 와서 김칫소를 마련한다. 69세는 잔심부름을 하고 친구는 버무리고 93세는 이거 넣어라, 저거 넣어라, 많다, 적다를 반복하며 양념이 마련된다. 밤새 만들어 놓은 육수에 명태 대가리를 적게 넣었다고 핀잔을 들으며 어찌어찌 김칫소가 준비된다.

“다음에는 명태 대신 상어를 잡아다 넣어요!.” 내가 농담을 던졌지만, 어머니는 진지하게 말했다.

“그거 좋네.”


그 사이 75세는 물 빠진 배추를 속 넣는 자리로 옮기고 어질러진 부엌과 창고를 정리하고 카지노 게임통에 마른 행주질을 한다. 카지노 게임가 담기고 우거지를 얹고 나면 카지노 게임냉장고로 옮긴다. 우리 집 카지노 게임 통의 무게는 17kg이다.

93세는 그 사이에 걸레로 방바닥을 닦고 입원해서 못 했던 정리와 청소를 부지런히 한다. 69세는 화가 난다. 가만히 앉아 양념만 봐주고 카지노 게임 간만 봐주면 좋으련만 그사이를 못 참고 저렇게 움직이고 사람을 불안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움직이면 병원으로 모시고 가겠다고 으름장을 놓지만 끄떡도 안 한다. 69세가 화를 내자 삶고 있는 수육을 먹고 가겠다고 한다. 거짓말이다. 수육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김칫소를 다 넣고 정리를 대강하고 수육과 겉절이를 먹으며 93세가 이야기한다. 내년엔 69세가 김장카지노 게임를 담아야 한다고 말이다. 내가 죽을지도 모르고, 이제 간을 보는 것도 잘 못하니 본인은 못 할 것 같다고 한다.

그 말에 69세는 수육이 넘어가지 않는다.억지로 수육을 넘긴 69세는

‘내년엔 김장 안 하고 사서 먹지’하며 어깃장을 놓는다.

“카지노 게임를 사 먹는다고? 사 먹는 카지노 게임는 얼마나 헤픈데." 하신다.


수육을 먹고 난 뒤, 75세에게 뒷정리를 부탁한다. 93세는 병원으로 돌아가야 한다.병원으로 93세를 모시고 가는 차 안에서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어머니는 아마 자신이 없는 시간에도 우리가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자신의 자리를 서서히 정리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내년에도 93세가 담은 김장 카지노 게임를 먹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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