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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씨 Apr 24. 2025

마술사의 카지노 게임, 소풍도시락 싸기 대작전

ep.12





우리 엄마는 김밥의 달인이다. 내가 소풍 가는 날이면엄마는 여지없이 새벽부터 일어나 김밥 수십 줄을 쌌다. 분명 내 도시락에 담길 김밥은 기껏해야 한두 줄일 텐데 도대체 누구의 뱃속에 다 들어갈지 모르는 검은색 김에 쌓인 김밥들이쟁반 위에 소복이 산처럼 쌓아져 있었다.


소풍 가아침점심저녁 모두 다 카지노 게임이다. 아침에는 방금 막 싸서 참기름 냄새가 솔솔 나는 카지노 게임을 썰지 않고 통으로 잡고 먹는다. 점심은 엄마가 도시락에 싸준썰어진 카지노 게임을 먹고, 저녁은 계란물에 묻혀 구워진 김밥을 먹는다. 엄마는 밥이 김밖에있는 누드카지노 게임, 랩으로 세모 모양을 잡아서 만드는 삼각카지노 게임, 거기에 유부초밥까지 기똥차게 잘 만들었다.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인기 만점이었던 엄마 김밥은 소풍 때마다 거대한 도시락에 선생님들 카지노 게임까지 싸서 같이 보내주었다.


엄마의 김밥은 밥이 특별했다. 너무 고슬고슬하지도 너무 질지도 않은 적당한 식감의 밥알들에 엄마가 직접 끓인 단촛물을 부어서 밥에 양념을 한다. 새콤 달콤한 밥알들이 김 위에 얇게 펼쳐지고 각각 조리된 김밥 속재료들이 하나씩 밥 위에 차례대로 놓인다. 엄마의 손에는 동그란 틀이 들어가 있는 것처럼 김말이 발을 사용하지 않아도 단단하고 동그랗게 김밥이 쓱 하고 말아 졌다. 그렇게 빠른 속도로 싼 김밥들은 하나둘 먹음직스럽게 놓였다. 어른이 되고 맛있다는 김밥들을 다 먹어 보아도직까지엄마가 싸준카지노 게임이 제일 맛있다.


나는 엄마처럼 김밥을 쌀 자신이 없었다. 엄마가 김밥 싸는 것을 옆에서 보면 엄청 쉬워 보이는데 막상 내가 싸면 이상해지는 게 김밥이었다. 한 번은 유튜브에서 류수영 김밥을 보고 만들었다가 폭싹 망했다. 당근을 볶을 때 기름을 넉넉하게 둘러 당근 기름을 만들고 그 기름으로 나머지 김밥재료들도 볶는 레시피였는데 기름양을 잘 조절하지 못해서 기름김밥이 되었다.


김밥을 극복하지 못한 나는 미술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인터넷에 보이는 소풍도시락 영상을 찾아소꿉장난 하듯 아이의 소풍도시락을 쌌다. 김밥은 잘 못싸지만 만들기는 즐겨했던 나의 손가락들로 도시락에 사랑을 담아냈다. 그런 도시락을 보고 딸아이는 항상 "우와~!"라는 감탄사와 엄지 척을 보내주었다.


그러나 크면서 할머니 김밥의 맛을 알아버린 딸아이는 할머니가 싸준 그냥 김밥으로 소풍도시락을 요구했다. 나는 도시락을 싸기 위해 미술가가 되었지만 우리 엄마는 마술사인가 보다. 김밥마술사...


마술사의 카지노 게임엔 레시피가 없다. 오직 그녀의 손맛으로 만들 수 있는 김밥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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