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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아 Mar 18. 2025

당신은 무엇에 카지노 게임입니까


3월 달부터 매주 월요일 온라인 영어 수업에 참여하기 시작한 장중딩. 수업이 밤 9시부터 10시 반까지라 끝나고 나면 바로 잘 시간이어서 수업 시간에 대해 불만이 가득하다.


안그래도 중학생이 되어 여러가지 변화와 늘어난 공부량이 버겁기만 한 아이에게, '월요일부터 늦게까지 수업을 들으라고 하니 뭐 그리 신나서 집중이 될까'.. 라고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초롱초롱 눈을 빛내며 선생님의설명을 예쁜 글씨체로 일목요연하게 받아적어주었으면' 참 좋겠는데...내내 컴퓨터 앞에 삐딱하게 앉아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해 있고, 필기도 영어인지 지렁인지 알아볼 수 없게 괴발세발 하는 녀석에게 결국. '야!! 이 자슥아 그렇게는 도저히 안되는 거뉘??' 라는 소리가 목구멍까지 솟구쳐 오르지만... 참자..이를 악물고 참는다. 참을 인(忍)자 세 개를 그려보려 하지만 이마에는 선명한 내 천(川)자만 그려진다. 인터넷 강의를 듣는 갓중딩의 등짝을 지켜보는 에미의 의식의 세계는 그야말로 어지럽기 짝이 없는 내적 갈등. '이거슨 소리없는 아우성'.


분명히 어딘가 나의 옆집에는 그런 아이들이 있다고는 들었다. 허나, 그건 그냥 그렇게 믿고 싶은 나 같은 엄마들이 만들어낸 '도시괴담' 같은 거라고, 어딘가 존재한다는 그런 아이들은 분명히 전설속의 유니콘같은 존재라고 믿고 있다. 나는 이럴 때마다 주 기도문을 외우듯, 주문을 외우기 시작한다.

"그래그래... 잠만 잘자도 예쁘고. 똥만 잘 싸도 기특하고, 아장아장 한걸음 떼고 걸었을 때 세상을 다 얻은 것 같던 그 때를 기억하자. 불과 12년 전이다. 이 아이가 바로 그 아이다. 겨우 13년 전만 해도 어둠 속에 둥글게 몸을 말고, 밥은 커녕 내 뱃속에서 탯줄을 빨대삼아 양수를 마시던, 가끔 툭 차는 발길질이 마냥 신기해서 얘가 축구천재 아냐? 착각하게 했던. 그아이가이아이다. 이아이가그아이고, 그아이가이아이다, 가얘고,갸가갸다~~"중얼중얼...


10시 반, 끝까지 맘에 별로 안드는 태도를 일관한 장중딩의 수업이 끝났다. 나 역시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영어 공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직후 복습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자기 전에 오늘 수업의 핵심이었던 8개의 문장만 다시 한번 써보라고 했다. 안 그래도 늦은 시간까지 수업을 하느라 기분이 좋을리 없는 녀석이 그 요구에 흔쾌할 리가 없다. 이미 필기를 다 했는데, 어디에 쓰라는 거냐고 툴툴거리는 장중딩. 이미 예상한 바이기에, 복습을 위해 미리 한부 더 복사해놓은 교재를 주며

"엄마가 우리 아들 편하게 복습하라고 미리 한부 더 준비해놨지~"

"음.. 엄마는 이럴 때만 카지노 게임이시지."

순간, 교재를 건네던 손이 멈칫! 한다. 뭐라? '이럴 때만...?'

"너, 그게 무슨 뜻이야?"

목소리 끝이 가늘게 떨림을 예민한 녀석이 모를리 없다. 슬쩍 눈치를 보더니,

"아니, 공부에 관한 건 엄마가 '카지노 게임히' 준비해주잖아."

"공부에 관해서만? 다른 건 '카지노 게임히'가 아니야?"

"글쎄... 몰라?"

할 말이 없으면 어깨를 으쓱하며 귀찮은 듯 몰라~ 하는 녀석의 버릇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태도이다.

참을 인(忍) 개뿔... 주문이고 나발이고 섭섭과 괘씸이 분노의 파도를 타고 몰아치기 시작한다.


"야. 이놈의 새끼야! 내가 너한테 열심인게 한두가지야? 나는 너를 10달동안 카지노 게임히 기다렸고, 최선을 다해 젖먹던 힘까지 쥐어짜서 카지노 게임히 낳았고, 모유 수유도 자그마치 15개월이나 카지노 게임히 먹였고, 일하면서, 수업하면서 카지노 게임히 키웠어. 좋은 거 보여주고, 좋은 거 들려주고 싶어서 카지노 게임히 찾아다녔고, 유치원때부터 초등학교 6년 내내, 중학생이 된 이날까지 아침마다 카지노 게임히 학교에 데려다주고, 너에게 필요한 공부가 뭐가 있을지, 어떻게 하면 학원 뺑뺑이 안돌리고 즐겁게 공부할 수 있을지 카지노 게임히 생각했어. 이 모든 '열심'이 너한테는 아무것도 아니야?"

"아우.. 엄마.. 뭘 그렇게 오버하고 난리야. 그냥 한 소리야."

우리 엄마 왜 저래? 하는 표정을 하고 있는 장중딩을 보니 혼자 열받아 우다다다 쏟아내어 말하면서도 열적긴 하다. 에미라는 인간이이걸 무슨 생색이랍시고 내가 그동안 너를 위해 카지노 게임히 일을 이렇게 조목조목 따지고 앉았나 싶고, 이러는 내가 치사하기 이를데가 없다. 어떤 부모가 자식을 키우는데 카지노 게임이지 않을까. 우리 엄마의 카지노 게임에 비하면나의 카지노 게임은 발끝도 못쫓아가게 얼마나 하찮고 부끄러운가 말이다.

게다가 나도 아이가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볼때마다 습관처럼

"공부를 그렇게 카지노 게임히 집중해서 하면 좋겠다." 하니, 아이의 말도 그저 그 정도의 의미였을 뿐이었을게다.


아이의 한마디에 왜 그렇게 필요 이상으로 발끈해서 쏟아내었나 생각을 해보니, 내 마음속 바닥에 나만 알고 있는 욕심이 보인다. 다같이 미쳐 돌아가는 광기어린 교육 열풍에 휩쓸려 흔들리지 않으려고 마음을 매일 다잡으면서도 막상 중학생이 되자 불안해지는 마음에 스멀스멀 기어나오던 조급한 욕심. 그것이 자격지심을 불러 일으켜 아이의 한마디에 정곡을 찔린 듯 뜨끔했던 게지.


가장 중요한 '카지노 게임'을 잠시 놓쳤다. 그저,

'카지노 게임히 믿어주기'

'카지노 게임히 응원하기'

'카지노 게임히 사랑하기'

그러니, 다시 한번 주문을 외워보자.


그래.. 13년전 그아이가이아이고이아이가그아이다쟤가얘고갸가갸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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