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백과 점천, 즉 두 명의 저승사자가 명단을 훑어보았다. 그중에는 사공재옥이란 남자도 있었다.
“참 특이한 성도 다 있네.”
점천은 저승사자 생활을 백년 넘게 했지만 ‘독고’란 복성은 들어봤어도, ‘사공’이란 성을 가진 사람을 데리고 가는 것은 정말 오랫만이었다. 뭐 저승사자가 자신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요즘 베트남이나 필리핀 쪽에서 귀화를 하면서 새롭게 성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어요.”
점백이 붙임성있게 말을 붙였다.
"그래, 근데 재옥이란 남자는 옛날 사람이잖아."
팀장은 눈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가 말을 이었다.
“점백 사자도 끝까지 긴장해야 해. 요즘 가끔 돌발상황이 생기곤 해서.”
그들이 오늘 데리러 온 사람들은 제각각 사연이 있지만 가장 주요 인물은 재옥이라는 남자였다. 저승사자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나이만 보면 딱 하고 견적이 나왔다. 한 명은 주연, 나머지는 조연 이런 식이다. 여기 이름을 올린 다른 사람들은 모두 나이가 여든 살이 넘었다. 어쩌면 이들은 잠깐의 고통으로 더 이상 죽음의 공포가 없이 가는 것이 더 편한지도 몰랐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은 몸이 아파서 진료를 받기 위해서 5층 한의원에 올라가는 참이다. 어떤이는 허리가 아프고, 어떤이는 무릎이 아팠다.
오늘 시나리오는 간단카지노 쿠폰. 5층 한의원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줄이 낡아서 끊어지기 직전인데 그곳에 오늘 죽을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다. 85세 노인을 필두로 90세 노파분도 타고 다 그만한 연배였다. 85세 어르신이 제일 막내다.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인사공재옥만 타면 끝이다.사공재옥은 겨우 45세 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끝없는 악행을 보다 못한 신이 그를 호출카지노 쿠폰. 하지만 단서조항이 붙어 있었다. 개선의 용의가 보이면 살려줘도 좋다는 것이다.
전문용어로 현장거래라고 한다. 실제 물건을 사러 왔다가도 현장에서 물건의 하자가 있으면 거래를 중단하듯이, 실제 이승에서 저승으로 데리고 가려고 하는데 뭔가 그 사유가 달라졌다면 집행중지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경기도의 변두리 한적한 역세권에 위치한 10층짜리 낡은 건물 입구에 팔짱을 끼고 저승사자 둘은 서 있었다. 점백 저승사자가 만든 시나리오는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 늘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대로 착착 움직였다. 교통사고나 화재도 늘 정해진 시간을 어기지 않았다. 신께서 저승사자에게는 원활한 업무처리를 위해서 미래를 보는 능력을 주기 때문이다. 물론 그 미래는 그 사람의 성격과 판단태도를 감안한 것으로 항상 사람들은 시나리오대로 행동했기에 지난 30년간 거의 틀림이 없었다. 사람들의 행동은 항상 그 성격과 기질에 따라 예측가능했다.
막 건물 입구에 사공재옥이 들어섰다. 1층 현관 입구에서 그는 이제 막 도착한 엘리베이터 안으로 허겁지겁 노인들이 하나 둘 타는 것을 보았다. 그도 타려는 채비를 했다. 아마 평소의 그 같으면 뛰어가듯이 엘리베이터로 돌진했을 터였다.
하지만 웬일인지 그의 마음은 평소와 달리 너무나도 차분했다. 주변의 모든 것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노인 한 명이 저승사자의 투명한 몸을 통과해 지나가면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백 명 중의 한 명 정도로 예민한 사람은 저승사자와 몸이 통과하거나 근처에 닿기만 해도 소름이 돋아하는 경우가 있었다.
재옥은 사실 조금 달라져 있었다. 그건 어젯밤 꿈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나타난 덕분이었다. 자신을 고아원에 버리고 간 냉철한 아버지의 모습을 카지노 쿠폰 단 한순간도 잊어본 적이 없었다.
“돈 벌면 바로 데리러 올게.”
어린 자신과 눈까지 맞추려고 몸을 숙여서 어깨를 잡고 눈과 눈이 서로 약속을 카지노 쿠폰. 어린 나이였지만 그는 그 순간에 그 누구보다도 아버지를 믿었다. 아버지의 눈동자 안에는 전혀 거짓이라곤 보이지 않았다. 어렸지만 그는 그 순간의 아버지는 그 누구보다 진실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아무리 그 순간을 머릿속에서 수천번 슬로비디오로 돌려보고 정지를 시켜봐도 그건 진실의 순간이었다.
그게 아버지의 마지막 말이었다. 커서 보육원을 강제로 퇴소해야 카지노 쿠폰. 자연스럽게 범죄단체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고, 물건을 훔치고 사람을 때렸다. 특히 그는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들을 보면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 괜히 말끔한 아이를 보면 시비를 걸고 발을 걸어서 넘어뜨리고 주먹을 휘둘렀다.
그렇게 상대의 이빨을 부러뜨렸고, 합의할 돈도 없으니 바로 폭력전과를 달았다. 그렇게 어느덧 폭력전과는 쌓여서 전과 8범이나 되었다. 문제는 그것에 그치지 않았다. 카지노 쿠폰 교도소를 들락날락하면서 점점 더 큰 범죄의 소굴로 빠져들었다.
한 번은 그에게 망을 보게 하고 교도소에서 만난 감방동기들이 금은방에 물건을 훔치려고 들어갔는데, 경비가 다가오자 놀란 그가 주먹을 휘두르는 바람에 그 주먹을 맞고 경비가 죽었다. 졸지에 살인범이 된 것이다. 15년을 형을 살고 나오니 사회는 급속도로 변화되어 있었다. 카지노 쿠폰 어떤 것에도 적응을 할 수가 없었다.
벌써 그의 나이도 사십 대 중반이었다. 하지만 그는 회개하지도 개심하지도 않았다. 사회에 대한 원망과 불만이 가득가득 더 쌓였다. 이제 그는 더 큰 범죄를 계획하고 있었다. 아직 잡히진 않고 있지만 동기들과 몇 건의 절도도 진행 중이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유부녀를 폭행하기도 했고, 소리를 지르려는 피해자를 죽일뻔하기도 카지노 쿠폰. 그의 악행은 점점 더 소문이 나기 시작카지노 쿠폰.
맘이 약해지려고 할 때마다 그를 버리고 간 부모를 생각카지노 쿠폰. 어차피 한번 살다가 가는 인생이었다. 부초같이 살다가 강 하구 뭍에 온전히 뿌리를 내리는 이름 모를 풀도 있겠지만, 자신처럼 오수구로 빠지는 잡초 같은 인생도 있지 않겠는가. 그는 그냥 자신을 버린 부모의 기대에 맞춰서 살고 있다고 생각카지노 쿠폰. 모든 것이 자포자기였고, 모든 것이 부질없는 행동이었다.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동시대를 살고 있는데, 가톨릭에서 성인이 있으면 자신처럼 악인도 있어야 균형이 맞는 것이 아닐까. 그는 그렇게 생각카지노 쿠폰. 그런 그에게 어젯밤은 이상한 밤이었다. 정확히는 꿈이지만. 단번에 꿈에 나타난 아버지를 알아보았다. 아버지는 그를 보육원에 내려주던 그때 그 모습이었다. 지금의 그 보다 살짝 어린 삼십 대 후반의 아버지 모습이었다. 허름한 점퍼차림에 구겨진 체크무늬 바지를 입은 아버지 주변에는 안개 같은 연기가 바닥에 깔려서 흐물거렸다.
“우리 아들 참 오랜만이지?”
그 말을 들었는데, 재옥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왜, 저를 한 번도 데리러 오지 않으셨죠?”
꿈이지만 그의 목소리는 완강카지노 쿠폰. 자신을 내려다보니 자신은 우람한 몸매 그대로의 모습이다. 힘으로 하면 아버지를 눌러버릴 수도 있는 기운이 느껴졌다.
“사실은 널 내려다 주고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사고가 났단다.”
말하는 아버지의 뒤로 거대한 사고당시의 장면이 오버랩되면서 나타났다. 교차로에서 잠깐 아들을 생각하면서 눈물을 흘리면서 운전하는 아버지 옆으로 졸음 운전을 하던 거대한 트럭이 그대로 밀고 들어오는 장면이었다.
“아아악.”
재옥은 자신도 모르게 그 장면에서 소리를 질렀다. 그 순간 모든 것이 이해가 됐다. 눈물이 펑펑 흘러내렸다. 카지노 쿠폰 비틀거리면서 무릎을 꿇고 아버지의 허리춤을 꼭 껴안았다. 아버지도 그를 꼭 안아 주었다.
“괜찮아. 우리 아들. 괜찮아. 내가 진작에 널 도와주지 못해서 참 미안하구나. 미안해, 정말 미안하단다.”
재옥은 아버지의 몸에서 흐느끼는 미세한 떨림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 자신의 잘못된 지난 시간들이 너무도 후회가 되었다. 눈물이 그치질 않았다. 그 상태로 눈물이 고인채로 눈을 떴다. 아침이었다. 그의 침대 시트는 눈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눈을 뜬 채로 한참을 누워 있었다.
일이 있어서 인근 시내로 나가야 카지노 쿠폰. 그는 아침 길가에 가로수들이 이렇게 찬란하게 햇살 아래서 빛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래, 이제 그만하자. 그동안 살면서 너무 나쁜 짓을 많이 했어. 아버지는 나를 버린 게 아니었어. 그것으로 충분카지노 쿠폰. 재옥은 한 손으로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골목 어귀에서 낡은 리어카에 폐지를 담는 노파가 보였다. 마침 부른 센 바람에 노파가 리어카 쪽으로 담는 순간 박스 몇 장이 도로 위로 이탈카지노 쿠폰. 그가 그것을 보고 얼른 달려가 집어서 리어카에 실어주었다. 무심코 돌아서는데 그의 등 뒤에서 노파의 쉰 목소리가 들렸다.
“고마우이, 청년.”
그는 단 한 번도 누군가로부터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기분이 이상카지노 쿠폰. 마치 나 자신이 내가 아닌 것 같았다. 지하철에서 나와서 동료들과 만나기로 한 대부업체가 있는 건물을 발견카지노 쿠폰. 자신이 올라가야 할 사무실은 6층이었다. 건물 입구 쪽으로 다가가는데 1층 엘리베이터에 노인들이 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동시에 한 노인이 계단에서 다리를 잰걸음으로 주춤거리면서 잘 올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의 그였다면 엘리베이터가 막 도착했기에 뛰어가서 타고 올라갔을 터였다. 하지만 밤사이에 그는 변화되었다.
아버지가 자신을 의도적으로 버리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그는 감동되었다. 아버지가 살아 있으면 아마도 이 노인과 비슷한 연배일 것이다. 그는 계단에서 비틀거리고 있는 노인를 부축카지노 쿠폰. 그리고, 천천히 노인의 팔을 받치면서 엘리베이터 앞으로 부축하면서 갔다.
중년남자가 한눈에 보기에도 서로 일행이 아닌 것 같은 노인을 돕는 모습을 봐서 그런 것인지,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던 노인 한 분이 엘리베이터 문 열림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안에는 겨우 한 사람이 탈 공간이 남아 있었다. 재옥이 자신이 부축해 온 노인을 태웠다.
“난 괜찮소, 저기 청년이 먼저 타고 올라가요.”
“아닙니다. 어르신 저는 계단으로 천천히 가도 됩니다. 어서 올라가세요.”
재옥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노인에게 탑승을 양보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재옥은 옆 계단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점백 저승사자는 그 모습을 보고 아연질색했다. 자신이 그린 시나리오가 완전히 빗나갔기 때문이었다. 틀릴 수가 없는 시나리오였는데, 어디서 차이가 났는지 이해가 안 되었다.
“어떡하죠?”
점백이 팀장 점천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이런 경우가 있다는 것은 선배들에게 말로만 얘기를 들었지 실제 자신이 집행하는 경우에는 단 한번도 없었기에 대처할 방법이 생각나질 않았다.
“어떡하긴 뭘 어떻게 해. 일단 취소하고 다시 날을 잡자. 뭐 확실하다고 하지 않았어?”
“네, 원래 제가 본 미래는 여기서 당연히 저 사공재옥이라는 남자가 노인을 밀치고 막 닫히려는 엘리베이터를 잡으면서 타고 올라가는 것이었거든요. 허, 참 이상하네. 더구나 지금 보셨죠? 저 남자가 할머니를 부축해서 태워드렸어요.” 점백 저승사자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뚱 했다.
“옛 명심보감이란 책에 이런 말이 있지, 一日行善이면 福雖未至나 禍自遠矣요 (카지노 쿠폰이면 복수미지나 화자원의요.) 一日行惡이면 禍雖未至나 福自遠矣니. (일일행악이면 화수미지나 복자원의니) 하루동안 선한 일을 행하면 복은 비록 이르지 아니할지라도 화는 저절로 멀어지고, 단 하루라도 악한 일을 행하면 화는 비록 이르지 아니할지라도 복은 저절로 멀어진다. 란 뜻이야.” 라고 점천이 답했다.
“점천 팀장님은 역시 훈장 출신 아시니라고 할까 봐 아주 청산유수이시네요.”
“카지노 쿠폰을 했으니, 화를 면하는구먼. 뭐가 그를 바꿨는지는 모르겠으나 규칙은 규칙이니 어디 또 기다려보자고. 그나저나 또 경위서를 써야 하는 건가.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