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이재명 망언집, 권성동
부동산에 대해서는 의식주 중에 인간 활동의 근거지를 마련하는 주와 관련되어 매우 민감한 문제이고 답도 없습니다.
이 세상에 다양한 정책들 중에 관련자 모두가 만족하는 정책은 없습니다. 특히 전통적으로 의식주라고 하여 인간의 삶의 기본 요건이란인식이 있어 관용어가 만들어져 통용됩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의와 식에 대해서는 비교적 이견이 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는 의식주의 특성의 차이로 보입니다. 옷이라고 하는 것은 매우 비싼 옷을 입는 사람이 있고 저렴한 옷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는 그 사람의 수입이라기보다는 철학적 부분이 작용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수입이 적어도 비싼 옷을 입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수업이 많아도 저렴한 옷을 입는 경우도 있습니다.
식의 부분도 캐비어니푸아그라니 등 특정한 음식을 제외하면 개개인의 취향의 작용이기에 그렇게 심한 갈등이 없습니다.
하지만 부동산만큼은 그 의미가 다릅니다. 이에 대해서는 부동산이 의와 식에 투입할 자원의 양을 결정할 만큼의 영향력이 있고 개인의 취향을 반영할 다양한 선택지가 없으며 때로는 부동산에 의하여 개인의 삶의 기반 전체가 흔들리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우선 부동산에 대하여 민감한 사람들은 부동산이 자산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여기에는 문화가 작용하여 아파트를 대출을 받아 구입하는 사람들과 투자의 대상으로 보는 경향성이 많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에는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아파트와 같은 공간보다는 다세대라도 근처에 어떤 편의 시설이 있는지를 고려하는 경우의 주거 선택 문화도 비교적 많이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타인의 시선을 중시하는 문화와 결합되어 어디에 사는가는 많은 의미를 함축하기에 이에 따른 아파트 선호도는 매우 크고 이에 그 영향력도 매우 큽니다.
아파트 선택 이후 대출금에 따른 개인 삶의 질도 변화가 생깁니다. 좋은 아파트에 살면서 높은 관리비와 대출금으로 월에 생활할 비용이 적어 경제적 자원의 부족에 심리적 압박을 받습니다. 그래서 커피 한 잔을 하자거나 담배를 피우는 상황에서 자신이 사야 할 때는 아메리카노를 사고 타인이 사준다고 할 때는 비싸고 달달한 커피를 마신다는 내용의 글들이 콘텐츠로 제작되고 많은 공감을 얻기도 합니다. 담배에 대해서도 쉽게 끊을 수 없기에 동료나 자신보다 어린 사람에게도 받아서 피우고 이런 경우가 유명 개그 프로그램에서 한 장면으로 활용되기도 했습니다.
나중을 위한 인내라고 하지만 매일 다가오는 그러한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선택권이 늘어나야 한다고 봅니다. 토지이익배당금에 대해서는 반론이 당연하고 논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주거 기본권에 대해서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함께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부동산을 투자 대상으로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집이란 주거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딛고 올라서야 할 바탕으로서 필요합니다. 그들에게는 자신의 부동산이 그 현상 그대로 유지될 것이 아니라 가격이 상승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이와 비교해 집이란 주거 공간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집값이 올라가는 것은 관심이 없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살고 있는 집과 평범한 일상의 유지에만 관심이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주거 기본권에 대하여 부동산을 투자로 생각하는 분들에게서 집이 주거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집이 주거 공간으로 생각하고 유지하는 입장에서는 개인의 자아실현을 위하 주거 안정이 확보된 상태에서 이사 갈 일이 없으나 한 공간을 서재로 만든다거나 게임 방으로 만드는 등의 소비적 투자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부동산을 투자 대상으로 인식하는 경우에는 그러한 소비와 자아실현을 위한 투자의 여력이 없습니다. 지금과 같은 투자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주거의 공간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자원은 투자 대상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끌려 들어갈 것이고 그러면 인간답게 사는 것이 좋은 주거 공간보다 가치롭다고 선택한 이들은 이용의 대상이 될 뿐입니다.
국가의 입장에서는 이런 경우 소비가 모두 부동산에 묶이고 부동산으로 부를 이룩한 사람들은 한 개인이 소비하는 영역이 좁으니 거시경제의 흐름에 악영향을 줍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한다면 주거기본권의 실현에 대하여 심도 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으며 좋은 주거에서 투자의 대상으로 부동산을 보는 사람들로부터 주거는 삶의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호하고 주거의 기본권을 보호할 장치가 필요할 것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주거 기본권을 보장받은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안정된 주거 공간 안에서 유지할 것이고 부동산을 투자 대상으로 보는 사람들은 자신들끼리의 경쟁을 하게 되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 모두 만족할 상황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만약 부동산을 투자 대상으로 보는 사람들이 집을 주거 공간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자원을 흡수하지 못해 안타까워서 주거기본권에 대해 반대한다면 이는 부동산 문제를 넘어 생각해 볼 문제가 될 것입니다.
-처음 보는 내용에 대하여 진솔한 반응을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퇴고하지 않습니다.
- 다양한 사회분야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해 주신 권성동 님께 감사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