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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쾌주 Apr 28. 2025

제 7화

* 이 글은 픽션입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 구직 사이트에 접속한다. 이력서를 열어 아무것도 손대지 않았지만 수정 버튼을 누른다. 구직자 리스트의 기본 정렬은 최신 날짜순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습관처럼 하게 된 행위다. 각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인사 담당자가 출근하자마자 구직자 리스트를 훑어보지는 않을 것 같았지만 이런 것이라도 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다.


새로 올라온 구인 공고는 없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나지막한 한숨과 함께 창을 닫는다. 몇 달 째 걸려 있는 공고들 뿐이다. 그 중에는 서류에서 탈락한 곳도 있고 면접에서 탈락한 곳도 있다. 무난하게 잘 본 면접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들은 대체 어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원하는 걸까?

메일함에 들어가 스팸 메일을 지우고, 업계 소식을 알려주는 뉴스레터를 읽는다. 크고 작은 스타트업이 매일같이 생겨나고 망하고 투자를 받고 프로젝트를 런칭한다. 그들은 하나같이 함께 할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찾고 있다고 말한다. 나이나 경력 같은 건 상관없다고. 그러면 대체 무엇을 기준으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뽑는걸까?포트폴리오는 몇 번이나 수정을 했고, 보완도 했다. 큰 회사에 지원할 때는 그 회사의 예전 프로젝트들을 참고해 신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첨부했고 퀄리티는 최상급이라 자부할 수 있다. 여러 회사를 다니는 동안 다양한 환경에 빠르게 적응해왔고 융통성도 생겼다. 웬만한 툴은 다 다룰 줄 알고, 웬만한 콘텐츠는 다 기획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어필을 할 기회가 애초에 주어지지 않는다. 자소서를 읽기나 하는 것인지, 포트폴리오를 열어보기나 한 것인지. 단순히 출생년도를 필터로 다 걸러버린 것은 아닌지. 혹은 커리어란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 갯수를 보고 그냥 통채로 휴지통에 넣어버린 것은 아닐지. 이 모든게 의심인지, 망상인지, 혹은 현실인지. 궁금했지만 궁금하지 않았다. 알아버리면 감당할 수 없을 테니까.


텍스트가 통 눈에 들어오지 않아 신경질적으로 스크롤을 내린다. 남자 두명이 팔짱을 끼고 화면 너머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이다. 희끗희끗해진 짧은 머리에 어딘가 친숙한 미소를 짓고 있는 남자. 월급이 밀렸던 회사의 피디였던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다. 조금은 엉뚱하고, 유쾌하고, 매사에 최선을 다 하던 온라인 카지노 게임. 금요일이 되면 술자리를 열어 어린 팀원들을 모아놓고 밤새도록 술을 마셔대던 온라인 카지노 게임. 술을 잘 마시지는 못했지만 팀원들과, 피디님과 빨리 친해지기 위해 매번 술자리에 참석했었다. 소주 석 잔에 터질듯이 새빨개진 얼굴을 보시고는 너는 그만 집에 가라고 하셨지. 하지만 매번 아침까지 남아있었다. 첫 차가 다닐 무렵이 되면 도로변에 포차가 세워지면서 국밥을 팔곤 했던 것이다. 반쯤 감긴 눈으로 국밥 한 그릇을 다 먹는 걸 보시고는 어쩐지 흐뭇해하시던 그 눈빛. 단 한번도 술값을 내라고 하신 적도 없었다. 이런 분이 왜 이런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다니고 계실까, 하는 의문도 여러번 가졌었는데 월급미 밀리자마자 가장 먼저 퇴사를 하신 후 좁다면 좁은 업계에서도 소식이 들려오지 않아 막연하게, 업계를 떠났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창업을 하셨구나.


전화번호부와 메신저 리스트를 살펴보았다. 아직 연락처가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 번호를 등록한 게 벌써 8년 전이다. 번호가 바뀌었을 가능성도 있다.

8년만에 연락을 해서, 무어라 말을 해야 좋을까. 기사를 보고 연락드렸다고. 창업을 축하드린다고. 전 분야에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모집 중이라고 써 있던데, 혹시 저의 일자리는 없냐고?

한참을 망설이다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그 정도의 뻔뻔함이 있었다면 애초에 이런 상황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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