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픽션입니다.
오전에 방문한 고용 센터는 사람이 많았다. 대기표를 뽑은 후 한참을 서서 서성이다 간신히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여러 개의 창구에서 계속 사람들이 오갔다. 어떤 사람은 길게, 어떤 사람은 짧게 끝났다. 방문 횟수나 동네에 따라 창구를 나눠놓은 것 같았다. 연령대도 다양했다.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구인 사이트에 등록된 일자리가 그렇게나 많은데. 다들 어떤 사람을 뽑으려는 것일까.
어리고, 싸고, 싹싹하고, 말귀를 잘 알아먹는, 그런 사람을 원하는 회사가 대부분일 것이다.
신입에게는 경력을 요구하고, 경력직에게는 경력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그 이상을 해내기 위한 권리라거나 알맞은 임금 같은 것은 없다. 오로지 책임만이 남는다.
이게 잘못되면 네가 책임질 거야? 같은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어떤 방식으로 책임지기를 바라는 것인지, 늘 궁금했지만 물어보지는 못했다. 시비를 건다고 생각하거나 처음부터 잘못될 거라고만 생각하냐고 할 테니까.
스타트업은 프로젝트 하나에 회사의 존망을 걸기도 한다. 한 사람의 책임으로 프로젝트 전체가 망하기는 힘든 일이다. 그게 일개 사원이라면 더욱. 엉뚱한 사람한테 책임을 전가해 놓고 정말로 망하면 소송이라도 걸건가.
몇 번째 회사였던가. 경력직이라서 좀 더 많은 것을 기대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팀장은 자신보다 나이도 많고 경력도 많은 새 팀원이 입을 열어도 귀담아듣지 않았다. 텃세를 부린다고 생각하는 듯했고, 실제로 그러카지노 게임 사이트고 나중에 털어놓았다. 그럴 거면 왜 뽑았나 싶었다. 많은 것을 기대할 거면, 그것들을 해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손발을 묶어놓고 수영을 배웠다면서 왜 못하냐고 묻는 이에게 무어라 대답을 해 봤자 입 안으로 물이 들어올 뿐이다. 고통스러워하며 서서히 가라앉아 죽어갈 수 없어서 물 밖으로 뛰쳐나오면 뜨거운 태양과 건조한 공기가 피부를 태우고 입안을 마르게 카지노 게임 사이트.
물은 사람을 살리는 동시에 죽인다. 중독성이 강해서 금지물품으로 정하는 것을 고려해봐야 한다 했던 어느 소설가의 문장이 떠올라 혼자 피식 웃었다.
1시간을 넘게 기다려 창구 앞에 앉았다. 부정수급이 의심되어 입금이 지연되고 있다고 했다. 이게 무슨 소리인지, 청천벽력을 맞은 듯 해 자세한 사항을 물어보았지만 창구 직원은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했다. 곧 전화가 갈 것이라는 말과 오후에 다른 층에 있는 부정수급조사팀을 방문해서 진술서를 써야 할 수도 있으니 너무 멀리 가지 마시라고만했다.
지난달에 무얼 했나 돌아보았다. 좌담회 신청 건이 통과되어 방문을 했고, 해당 건은 분명히 신고를 했다. 친구가 알려줘 알게 된 좌담회 아르바이트는 괜찮은 벌이였다. 다만 조건이 딱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잘 없어서 매일 신청을 해도 한 달에 한 번 통과가 될까 말까였다. 특히 나이에서 많은 케이스가 제외되었고, 나이가 맞으면 기혼자를 원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연락이 왔다가도 현재 쉬고 있다는 말에 조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대답도 듣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특정 조건에 맞는 소비자의 의견을 듣고 싶어 하는 곳이 대부분인지라 어쩔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이도 많고 결혼도 안 하고 돈도 벌지 못하면 사회의 일원으로 취급해주지 않는구나 싶어 우울해지곤 했다.
집에 갔다가 다시 나와야 하나 망설이던 차에 전화가 걸려왔다. 좌담회를 했다고 신고한 날짜와 실제 근로 날짜가 다르다고 했다. 일단 실수를 했을 수도 있으니 확인해 보겠다고 하자 그게 바로 부정수급이라고 담당자는 매서운 말투로 쏘아붙였다. 진술서를 쓰기 위해 방문할 시간을 정하고 전화를 끊었다. 방문한 날짜와 돈을 입금받은 날짜가 달라서 헷갈렸나? 달력과 전화 기록, 통장 기록을 살펴보았다. 아무리 봐도 잘못된 것이 없어 보였다. 좌담회 측에서 잘못 신고를 한 것 같다고, 확인을 해달라 전화를 걸어 다시 얘기했다. 한 것도 없는데 오전 시간은 이미 다 지나간 후였고, 피로감이 몰려왔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밀가루가 아니고, 탄수화물 위주가 아니고, 너무 비싸지 않은 식사거리를 찾아보았지만 딱히 갈만한 곳이 없었다. 샐러드가게가 있었지만 가장 기본 야채샐러드가 12000원이었다. 일단 집으로 가기로 카지노 게임 사이트. 진술서를 쓰러 다시 올 수도 있으니 차비를 아끼려면 걸어가야 했지만 기운도 없고 날씨도 추워 30분가량을 걸었다간 병원비가 더 나올 수도 있었다.
집에는 먹을 것이 뭐가 있나 생각해 보았다. 단백질을 많이 먹어야 하는데. 계란을 대체할만한 게 없었다. 미래를 위해 건강을 고려해야 한다는 자체가 사치처럼 느껴졌지만 지난번 건강 검진에서 나온 혈당 수치를 떠올렸다. 당뇨 판정이라도 받으면 큰일이었다.
한숨을 쉬었다. 그때마다 몸에 남아있던 무언가가 함께 빠져나가는 듯카지노 게임 사이트. 끝없이 한숨을 쉰다면, 결국엔 무엇이 남게 되는 걸까. 두려워졌다.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도 두려웠지만 희망이 혼자 남게 되는 것도 끔찍카지노 게임 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