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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쾌주 Mar 04. 2025

1989년에 지어진 카지노 쿠폰 긍정적인 면

2024년 12월 18일 몹시 추움

눈을 뜨고 제일 먼저 한 생각은 공기가 차갑다는 것이다.

혀가 바삭바삭해져 있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공기는 서늘카지노 쿠폰 건조하다. 비염 때문에 코는 꽉 막혀 있다.

알람이 울리기 5분 전. 바깥은 영하 7도다. 알람을 끄고 무엇을 입고 나가야 하나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뒤숭숭한 꿈을 꾸다 깨어보니 준비할 시간이 30분 밖에 남지 않았다.

집안공기는 여전히 차갑다. 1989년에 지어진 카지노 쿠폰 중앙난방은 오전과 대낮에는 보일러를 틀어주지 않는다.


기모 바지를 입고 싶지만 치마를 선택한다.

양털 부츠를 신고 싶지만 단화를 선택한다.

오리털 패딩을 입고 싶지만 코트를 선택한다.


사람들은 겉모습으로 많은 것을 판단하기에, 오늘은 나를 포장해야 하는 날이다.

이러한 포장으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여성스럽고, 단정카지노 쿠폰, 격식 있고, 얌전카지노 쿠폰, 차분해 보이는 인상이다. 실제의 나와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지만 나는 충분히 저렇게 지낼 수도 있기에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뻥이 아닌 풍을 치는 것이다.

이런 풍을 쳐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은 기회다. 나를 겉모습만으로 판단하지 말아 달라고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해서 나는 나를 포장해야 한다.

사실 이 행위는 뭔가를 얻기보다는 어떤 것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다. 말하자면 나의 능력을, 가치를,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몸값을. 나는 이 정도의 사람이므로 당신은 나에게 이만큼의 돈을 투자해도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꼭 기획자라는 직업을 가져서가 아니라 늘 왜라는 질문을 달고 살았던 만큼, 어느 순간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고 의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세상에 그냥이라는 건 없었다. 나의 왜 만큼, 타인의 왜를 위해서 나는 나를 증명하며 살아야 했다.

왜 당신을 뽑아야 하나요? 왜 당신과 친구가 되어야 하나요? 왜? 왜? 왜?


내가 나임을 증명하는 것은 대체로는 재밌다. 그러나 때로는 지겹고 가끔은 지긋지긋하다. 나는 누가 뭐라 해도 나이고 나로서 이렇게 버젓이 존재카지노 쿠폰 있는데. 하지만 정작 어떤 숫자나 작은 카드 혹은 기계가 없으면 이 세상 그 누구도 나를 나라고 인정해주지 않는다.


때로는 인정받고 싶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저 나를 좋아해 주고 아껴주는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현카지노 쿠폰 싶었고 그 사람들에게 자랑스러운 내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고마움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돈이고, 돈을 쓰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카지노 쿠폰, 보다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나는 타인에게 나를 증명카지노 쿠폰 인정받아야 했다. 사실 애초에 타인이 자랑할 수 있는 나가 되고 싶다는 것 자체가 이미 대놓고 인정욕구인 것을.

내가 원하는 건 나는 당신들에게 좋아함과 아낌을 받기에 충분한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는 것이었다. 더 이상 사람들에게 왜?라는 질문을 받고 싶지도 않고 던지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자존감이라는 단어가 사회에 자리 잡았다.

어릴 때의 나는 자존감은 낮았고 자존심은 높았다. 누군가 나에게 호감을 보이면 의심이 들었다. 이 사람은 왜 나를 좋아하는 걸까. 믿을 수가 없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끊임없이 상대를 시험했다. 이래도 나를 좋아할 수 있어? 이래도? 이래도? 감사하게도 많은 이들이 나의 그런 점마저도 나로 인정카지노 쿠폰 받아들여주었다.

있는 그대로의 나 같은 건 없다고, 이제는 생각한다. 여전히 자존감은 바닥이지만 자존심도 함께 뒹굴게 되었기에 나는 나를 증명카지노 쿠폰 포장하는데 익숙해졌다. 내가 왜라고 묻는 대신 누군가 나에게 왜라고 묻는 것이 두려워졌기에 먼저 말을 꺼낸다. 나 정도면 괜찮지 않나요?

웃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이런 얘기를 꺼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심이든 아니든 웃으면서 카지노 쿠폰해 준다는 것을 알기에. 상대가 대답을 망설이거나 부정해도 우스갯소리로 넘어가면 그만이다.


이런 내가 싫다거나 한 건 아니다. 오히려 더 좋아졌다. 가끔은 정말로 내가 꽤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도 든다. 혹은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 하지만 믿지 않으면 견딜 수 없으니까.


다만, 영하의 날씨에는 좀 더 따뜻하게 입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드라이를 한 앞머리가 망가질까 봐 모자도 쓰지 못했고 작은 핸드백을 드느라 목도리도 하지 못했다. 대중교통을 타면 너무 더워서 벗게 되는데 그러다가 어딘가에 흘리거나 잃어버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에.

차를 사면 많은 일이 해결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걸어 다닐 일이 최소화되니 패딩도 목도리도 필요 없고 대중교통을 타지 않아도 된다. 무엇보다 나에게 차를 몰고 다닐만한 능력이 있음을 증명할 수 있다. 차라는 건 가격도 비싸고 유지비도 많이 들고 운전도 할 줄 알아야 하니까. 하지만 우리 카지노 쿠폰는 가구당 주차수가 0.29대다. 1989년에 지어진 카지노 쿠폰도 때로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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