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9일 흐리고 매우 추움
약속과 약속 사이의 시간이 떠서 기프티콘을 쓰기 위해 찾은 프랜차이즈 카페는 다른 회사의 큰 건물 로비에 입점한 형태로 약속 장소에서 아주 가까웠다. 5년을 넘게 쓴 휴대전화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한 시간에 10퍼센트씩 배터리가 닳았기에 콘센트가 있는 자리를 찾다 보니 창가 자리에 앉게 되었다. 대형 통창문을 통해 바깥의 거리가 잘 보여서 괜찮은 자리인 듯했다. 강북인 집에서 판교, 그리고 다시 강남까지 오느라 지쳤던 카지노 가입 쿠폰 달콤하고도 시원한 밀크티를 시켜 몇 입인가를 쭈욱 들이키고 겉옷을 벗었다. 그런데 어깨와 팔게가 상당히 스산했다. 사무실이 아닌 출입구가 있는 로비가 있는 층의 유리라 단열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은 모양으로 외풍이 엄청났다. 카지노 가입 쿠폰 벗었던 겉옷을 어깨에 걸치고 잠시동안 게임에 집중했다. 약속시간까지 세 시간 정도를 보내며 카지노 가입 쿠폰 수시로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마땅히 옮길만한 자리가 나지 않았기에 휴대전화를 쥐고 있느라 차가워진 손을 번갈아가며 다리 사이에 끼우며 시간을 보내는 수밖에 없었다.
12시가 좀 넘어 집에 도착했던 것 같다. 씻고 침대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는데 콧물이 멈추질 않았다. 끝도 없이 나오는 콧물을 이용해서 무한에너지 같은 걸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다가 코 밑이 따가워져서 깨달았다. 동력원이 내 몸이었지. 계속해서 훌쩍거리다 이내 머리가 아파진 카지노 가입 쿠폰 열이 있나 싶어 체온계를 찾다가 실패하고는 잠을 청하기로 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절 아기 있는 집에선 다 갖고 있다는 모 브랜드의 체온계를 너무 사고 싶었지만 외주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던 시절에 사기엔 너무 비쌌기 때문에 어디서 난 건지 알 수 없는 수은체온계는 쓸 때마다 찾는 게 일이었다. 물론 물건을 제자리에 두지 못하고 새로운 제자리를 만들어준 다음 그 장소를 까먹는 내가 만든 일이긴 했다. 수많은 물건들에게 카멜레온의 영혼이 종종 담긴다는 썰을 믿고 싶다. 내가 방금 만들어낸 썰이다.
그리 오래 잔 것 같지 않았지만 어딘가 오싹한 기분을 느끼며 눈을 뜬 나는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머리맡을 더듬었지만 휴대전화는 손에 잡히지 않았다. 다시 잘까 싶었지만 어딘가 카지노 가입 쿠폰한 느낌에 고개를 든 나는 코에서 뭔가 뚝 떨어지는 걸 느꼈다. 코피인가 했는데 다행히도 콧물이었다. 하지만 코의 어딘가가 고장이 난 듯했다. 맑은 콧물이 글자 그대로 줄줄 흘러내렸다. 머리는 깨질 것 같았고 오한이 들어 너무 추웠다. 손도 발도 몹시 차가웠다. 다시 온 집안을 뒤져 체온계를 찾아냈다. 체온계에도 카멜레온의 영혼이 담긴 것이 분명했다. 체온은 37.5도. 4시였다.
일단 타이레놀 두 알을 먹고 가습기에 물을 채우러 싱크대로 향했다. 밥솥처럼 생긴 가습기가 싫어서 새로 산 가습기는 수조와 분무구가 모두 붕규산유리로 되어있었다. 물을 가득 채운 수조의 뚜껑을 닫으려는 순간, 힘이 없는 손이 수조를 놓쳤다. 깨졌다가는 난리가 난다는 생각에 카지노 가입 쿠폰 온 힘을 다해 다시 수조를 붙잡았고 수조는 기울어진 상태로 내 손에 잡혔다. 그리고 물은 내 몸을 향해 쏟아졌다. 나도 모르게 욕을 내뱉었다. 치울 기운조차 나지 않아 그 자리에서 잠옷을 벗고 몸을 닦은 수건을 물웅덩이 위에 던져 놓았다.
그렇게 한참을 누워있었지만 잠은 오지 않았고 열도 내리지 않았다. 콧물 때문에 숨을 쉴 수가 없어 입을 크게 벌리고 헉헉대며 숨을 몰아쉬고 있자니 이 시기에 이 시간에 이렇게 아플 일인가 싶어 서러운 감정이 들이닥쳤다. 전기요 온도를 가장 뜨겁게 올렸지만 차가워진 손과 발은 좀처럼 데워지질 않았다. 응급실을 가야 하나, 구급차를 불러야 하나 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하필 자기 전에 본 뉴스는 응급실 본인부담금이 올랐다는 내용이었고, 이 시간에 구급차를 부르면 온 아파트 사람들이 다 깰터였다. 혼자서 아픈 건 정말로 서러운 일이라는 생각에 눈물이 나기 시작카지노 가입 쿠폰. 으아 으아 앓으면서 흐느끼다 보니 내 성격에 애인이 있다 한들 이 시간에 연락해서 깨우지는 않을 것 같았다. 깨워서 우리 집에 온다 한들 그가 무엇을 도와줄 수 있단 말인가. 가족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그냥 아픈 게 서러운 일이다로 귀결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딱히 덜 아프거나 덜 서러워지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조금 더 울다가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눈을 뜨자 온몸이 부서질 것처럼 아팠다. 체온은 38도에 달했고 머리는 여전히 깨질 것 같았으며 목도 아파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음날 카지노 가입 쿠폰 모 대학에서 특강이 잡혀있었고, 리허설을 해보기는커녕 강의 자료도 완성하지 못한 상태였다.
냉동해 둔 밥을 꺼내 죽을 만들려고 했는데 여전히 힘이 없던 손이 용기를 놓쳤다. 꽝꽝 얼어붙어 있던 플라스틱이 산산조각이 났다. 욕을 할 기운조차 없었지만 깨끗이 치우지 않으면 고양이가 밟을 위험이 있었기에 카지노 가입 쿠폰카지노 가입 쿠폰 울면서 바닥을 여러 번 훔쳤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을 찾았으나 하필 휴진이었고, 카지노 가입 쿠폰 헐떡거리며 800미터를 더 걸어갔다. 일을 해야 해서 최대한 덜 졸린 약으로 지어달라고 하자 선생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무슨 일을 하냐고 물었다. 내 대답에 따라지어 주는 약이 달라질 것 같지는 않아서 카지노 가입 쿠폰 그냥 강사라고 대답을 했다. 먹고 안 나으면 졸린 약을 먹어야 합니다,라는 답변과 함께 5일 치의 약을 받아 집으로 왔다. 과연, 약을 먹어도 졸리지 않았지만 열도 내리지 않았다. 콧물과 기침은 아주 조금 나아졌다.
카지노 가입 쿠폰 으아으아 앓는 소리를 내면서 강의자료를 완성했고 사탕을 먹으면서 리허설을 했다. 스크립트를 만오천 자나 썼는데 40분 분량밖에 나오지 않았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2시간이었기에 카지노 가입 쿠폰 다시 으아으아 앓는 소리를 내면서 자료를 두 페이지 추가했다. 다시 리허설을 하려니 목이 너무 아파서 어떻게든 될 거라고 믿기로 했다. 다행히도 어떻게든 되어 강의는 성공적으로 끝났고 반응도 좋았다. 이후 사흘간은 약을 먹고 자다가 가습기에 물을 보충하고 다시 기절하고 중간중간 책을 읽기만을 반복했다. 입술과 코 밑에 4개의 포진이 생겨 진물이 나고 딱지가 앉았다. 그렇게 열흘쯤 지나서야 입가의 포진은 한 개만 남고 사라졌지만 귀안에 새로운 포진이 생겼다. 20여 년 만에 걸린 독감이었다.
다들 추우니까 감기조심하세요,라는 말을 하지만 감기의 원인은 바이러스다. 어릴 때 읽은 책에서는 추워서 감기에 걸린다면 에스키모들은 늘 감기에 걸려있지 않을까요?라는 문구가 있었고 이 문구가 매우 인상 깊었던 나는 이 내용이 나의 지식을 알림과 동시에 스몰토크를 하기에 아주 좋은 소재라고 생각했다.
아무개 : 추운데 감기조심해.
나 : 감기는 춥다고 걸리는 게 아니야. 에스키모들을 봐.
아무개 : ......
위와 같은 대화를 수십 번 반복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게 별로 좋은 스몰토크용 소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약 5년 전이다. 짧게 만났다 헤어진 인연이 저 대화를 복기하며 어떻게 저런 식으로 사람을 비웃을 수가 있냐고, 너무 상처받았다고 쓴 글을 우연히 보지 않았다면 나는 아직도 스몰토크용으로 저 얘기를 입에 달고 살았을지도 모른다. 물론 날이 추우면 옷을 껴입게 되고 실내외를 왔다 갔다 하다 보면 땀을 많이 흘리게 돼서 체온조절에 문제가 생기고 그 과정에서 면역력이 낮아질 수는 있다. 하지만 여기까지 얘기를 하게 되면 더 카지노 가입 쿠폰 스몰토크라고 부를 수도 없다. 다만 나는 정말 웃으면서 농담조로 저 얘기를 건넸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몹시 당혹스러웠다.
사실 우리가 서로를 걱정해서, 예의상하는 말인 조심 해, 에서 우리가 조심한다고, 주의를 기울인다고 해서 해결되는 일은 별로 없다. 그래서 나는 어릴 때부터 조심하라는 말이 싫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나의 낮은 사회성과 낮은 공감력을 이해해 달라는 말은 아니다. 의식의 흐름에 따라 글이 물 흐르듯이 써지는 데에서 카지노 가입 쿠폰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지금, 아직까지 완전히 낫지 않은 것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주변을 봐도 이번 독감은 유난히 더 독하고, 쉽게 걸리는 듯하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성인이 되고 회사를 다니게 되면서 수많은 역병지대를 거쳐왔지만 단 한 번도 독감에 걸리지 않았고, 코로나도 아주 뒤늦게 걸린 편이었다. 한동안 계속 날이 추워 마스크도 열심히 하고 다녔고 손도 열심히 씻었다. 하지만 12월이 되면서 잡다한 개인사와 나랏일이 겹쳐 유난히 외출이 잦았는데 유독 춥다고 느낀 날부터 앓아누웠다. 코로나에 걸렸을 때도 잘 먹던 나였는데 이번 감기는 앓고 난 후 입맛도 없고 장 상태도 좋지 않다. 무엇보다 기운이 없다. 맨 몸으로 십 미터만 걸어도 으아으아 소리가 절로 나온다.
다들 추위와 감기를 조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