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酒來雜記. 20대에 한 일이라고는 술마신 것뿐인 여자의 이제 그만 술과 이별하고는 싶지만 또 인사는 하고 보내줘야겠기에 적어보는 음주에 대한 잡다한 기록. 했으니까, 많이 했으니까, 이력서에 경험을 적듯, 경력사항을 써내려가듯 적어보겠습니다. 음주경험과 술에 대한 철학을, 술자리에서의 특기와 애주가로서의 포부에 대해, 술꾼로서의 장단점이나 주객으로서의 사명같은 것들을 당당히, 어깨펴고, 고개들고 기록해보려 합니다. 그건 대부분이 술얘기겠지만 때로는 청춘의 이야기이며 그러다 결국에는 우리의 이야기, 인생의 이야기와 닮아있을거라 믿습니다.

이런분께 추천드려요! 술을 좋아하는 사람 술을 싫어하는데 술좋아하는 사람을 이해해보고 싶은 분 술을 끊고싶은 분
01
술의 어원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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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이, 수블놈아! 술에 대한 얘기를, 아니 정확히 얘기하자면 술을 마셨던 나와 많은 이들, 술자리와 기억에 대한 얘기를 기록해보고 싶다며 남편에게 제목에 대한 조언을 구한 적이 있다. 내 얘기를 여느때와 다름없이 대수롭지 않게 귓등으로 들은 그는 대뜸, "술의 어원이 수-블 인거 알아?" 원래는 '물(水)에 불이 난다'는 뜻에서 ‘수불’ 이었다가 이게 수블이 되고 수울

02
아무래도 그건 음주가 아니라 연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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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남친, 그러니까 현남편과 소개팅 자리에서 술을 마셨던 기억이 난다. 겨울이었고, 구정 연휴와 연결된 휴일인데다가 여의도 빌딩숲 사이여서 문을 연 그럴싸한 레스토랑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밥을 먹었으면 싶었지만 굳이 바에서 만나자는 그의 말에 토를 달지 않았고, 어느 바에서 병맥주와 마른안주를 시켜놓고 우리는 마주 앉았었다. 내 앞에 앉은 그는 맥주를 몇

03
착한 술꾼은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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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이 맞지않는 사람을 어떻게 설득할건지에 대하여 평생을 걸쳐 가장 욕을 많이 먹었던 시기는 아마 대학생때였고, 엄마로부터였으며, 주로 과음을 한 다음날 이른 아침에, 가장 두둑이 먹었지, 싶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날새는줄 모른다고 20대에 시작된 나의 사춘기는 10대에 그 시기를 넘긴 이들의 그것에 비해 몇 배는 지독하고 매콤한 놈이었다. 갈등의 중심에는 당연히 술이 있었다. 그 때 이 세상의 모든 엄

04
"술을 퍼먹게하는 유전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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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량은 절대로 늘지 않습니다. 주량이 늘었다는 건 간은 이미 끝났고, 뇌가 망가지고 있는 겁니다.” 주량을 어떻게 늘리냐는 어떤 알쓰의 질문에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한 의사가 내놓은 답변이다. 한때 주당이었던 애주가로서 술에 약하다는 건,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학생이나, 피나게 연습을 거듭해도 뭇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05
위아더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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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개썅우리웨이 산소없이 물질을 태울 수 있는 불길을 세상에 없다. 전교2등에게 그 무엇보다 효과적인 촉매제는 전교 1등의 존재일 것이다. 나보다 객관적으로 우세한 친구와 달리기를 하면 내 기록도 단축된다. 응원이 실제로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통계는 차고 넘친다. 내 행동의 동기가 되어주는 사람들, 나를 더 잘하게끔 이끌어주는 이들, 나에게는 대학친구들과의

06
미지근한 88만원짜리 청춘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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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는 술은 그녀와 함께 경사는 누구와도 축하할 수 있다. 기분이 좋으면 너그러워지고 베풀게 되는게 인지상정이므로 길가던 모르는 사람들과도 얼싸안고 기뻐할 수 있다. 행복은 나누면 배가 되는게 맞다. 우리가 단체로 어떤 주술에 걸렸던 2002년 월드컵 당시가 그 방증이다. 모르는 이들과의 연대, 다들 미쳐있었던 한달 여에 걸친 대장정에서 기쁨이란 아무하고나 나누고 누릴 수 있는 헤

07
사랑의 모양이 한가지만은 아닐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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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를 소개팅에서 만난 걸 감사하게 생각해라,평생." "진짜로 감사하는 중이야. 니가 내 옆자리 동료라고 생각하니 아찔하다." 남편과 나. 우리가 소개팅이 아니라 대학교 동기로 만났더라면, 혹은 직장 동료로 만났더라면 우리는 분명 서로를 경멸했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휴학이나 졸업, 새로운 곳으로 발령, 또는 인사이동이 있기 전까지

08
적어도 세번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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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실제로는 그보다 더 많은. 장황한 나의 음주생활과 애환에 대한 얘기를 듣는다거나, 숙취로 얼굴이 허옇게 질려있는 나를 보았다거나,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이 이쯤에서 드실 생각. “술을 끊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니.” 거짓말을 좀만 보태 사방에서 수천 번 이상의 이 질문을 받았던 나는 그러면, “없겠니?“ "응?" "그 생각을 안해봤겠니?" "정말 마시기만 했

09
취중진담의 진짜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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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꾼의 배우자들이 이 글을 싫어합니다. 남편은 진지한 이야기는 반드시 맨정신에만 해야 한다고 믿는, 내입장에서 볼 땐 고루하고 따분하기 그지없는 사람이다. 심각하고 진지한 이야기일수록 한마디의 경솔한 농담과 살짝은 이완된 승모근이 곁들여져야 하는 법이라는 걸 그는 모른다. 그러나 그에게도 논리란 있는데, 중요한 이야기일수록 기억해야 하는 부분이 많은 법이며, 그래서 바른 정신일 때 해야 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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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캔맥주의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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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야에서 극단에 닿을 정도로 치열하게 몰두하면 어떤 경지에 도달한다. 평생 달리기만 한 사람, 평생 구두만 고친 사람, 그런 사람들은 단 두 줄의 단순한 문장안에 삶의 본질이나 인간에 대한 통찰을 담아낼 줄 알았다. 구두는 꼭 마누라예요. 발에 맞으면 편하지만 맞지 않으면 평생 애물단집니다. 마라톤은 인생하고 똑같아요. 편안한 지점도 있고 주저하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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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은 없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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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며칠동안 명준은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헥토파스칼, 간접영향권, 열대성저기압 등의 단어를 들으며 오래된 식당에서 포구의 음식들을 먹었다. 메스칼을 떠올린 이후로 그 맛이 계속 생각나 이런저런 술을 마시며 밤을 보냈지만, 무엇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하긴 어떻게 그 시절의 술맛을 다시 맛볼 수 있겠어?? 술에 취해 그는 생각했다.김연수 <엄마없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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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여, 잔을 더 높이 드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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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시원 술주정 <술꾼도시여자들 수많은 82년생 김지영 들 중에 몇 만 몇 천번째쯤에 서 있는 나는, 그녀들 중 하나이기 때문에 영화속 김지영이 느꼈던 많은 불합리와 부당함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내가 생각할 때 82년생 김지영은 어쩌면 대외적으로는 남녀차별없이 동등하게 자랐지만, 사회에 나와서 대놓고 행해지는 차별과 부당함에 무방비로 습격당한 1세대다. 다른 얘기들은 차치하더라도 라떼만

13 최신
내가 흘린 눈물은 전생이라는 강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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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나 관공서에서 여러가지 실수들을 여러차례에 걸쳐 저질러보며 느낀 점이 있다. 그 실수들의 공통점은 바로잡을 수 있다는 거였다. 오지게 욕을 먹고 굽신거리며 사과를 했을지언정, 바꿀 기회는 주어졌다. 인간이 모르고 저질러버린 실수, 살면서 남긴 행적이나 자취는 원하면 되돌리거나 바꿀 수가 있다. 없던 일로 만들거나 취소하는 것이 가능했다. 무효,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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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주과 집술. 그리고 혼술

2025년 05월 04일 일요일 무료 카지노 게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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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는 어떻게 마무리하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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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직까지 그들의 주량을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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