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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탄주 Feb 04. 2025

술 이야기

마주앙 세잔에 기절하다.


대카지노 게임 3학년 봄 카지노 게임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과 대표가 불러서 가보니 자기가 주선한 여대생과의 미팅에 한 명이 못 나온다는데 메꾸어 줄 수 있느냐는 거였다. 저녁에 따로 할 일도 없어서 옷을 갈아입고 여대 앞 다방으로 갔다.

가지고 있는 물건 하나씩 내놓으라고 해서 나는 주머니에서 잡힌 10원 동전을 꺼내 주었다. 잠시 후 10원 동전을 든 여자가 내 앞에 나타났고 둘은 자리를 옮겨 이름은? 고향은? 취미는? 등 전형적인 미팅 첫 맞남의 대화를 했던 거 같다. 할머니 성이 한 씨 어머니도 한 씨인데 그녀도 한 씨인 것이 흥미로워서 일주일 후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시간과 장소를 정했다. 돌아가신 어머니와 할머니 제사 지낼 때마다 보아온 지방 “顯 妣 儒人 淸州 韓氏 神位” “顯 祖妣 儒人 淸州 韓氏 神位”가 떠올랐던 것 같다.

일주일 후에 종로 3가 약속 장소에 가니 경양식 집이었고 분위기에 맞춰 포도주인 마주앙을 시켰다. 세 잔쯤 마셨을 때 나는 정신을 잃었다. 지금 기억에 화장실에서 구토를 하고 그녀가 등을 두드렸다는 기억 정도가 살아있다.

술은 아버지한테 배워야 한다는데 조실부모한 나한테는 해당되지 않았고 할아버지는 술을 못 드셨다. 학창 시절에 친구가 없었으므로 술을 접할 기회가 없어서 그때까지 내가 술을 먹을 수 있는지, 먹으면 주량은 얼만지 전혀 몰랐던 것이다.

가난한 대학생이던 나는 따로 친구도 없었으므로 생활비에도 빠듯한 얼마 되지 않은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데이트 비용에 사용하며 만남을 이어갔다. 그녀는 나보다 경제적 형편이 좋았지만 비용은 당연히 남자 쪽 부담으로 알았다.

공부보다는 노는 것에 진심인 학생들만 모인 카지노 게임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남녀 공학인지라 커플들도 많았는데 키도 크고 외모가 연예인 버금가게 생긴 학생은 여자 친구가 없대서 너는 왜 여자 친구가 없냐고 물어봤다.

“저는 필요하면 언제든지 만들 수 있어서 굳이 여자 친구가 없어도 상관이 없어요.” 그러고 보니 예전에 내 주위에도 잘 생기고 매력적인 애는 오히려 여자 친구가 없었던 거 같다. 배우 정우성이나 가수 지드래곤이 아직 배우자가 없는 것도 같은 이유인가?

내 등을 두드리던 그녀는 지금 내 딸의 엄마이자 우리 손자의 할머니가 되었다. 우리 집안 며느리 3대가 모두 청주한씨가 되었다. “顯 曾祖妣 儒人 淸州 韓氏 神位” 가 추가된 것이다. 제사 때 지방 쓰기가 한결 쉬워졌지만 앞으로는 제사를 지낼 세대가 없다.

1981년도에 사범대 졸업과 동시에 강동 중카지노 게임로 발령이 났다. 이름에 나타나 있듯 서울시 강동구에 있는 카지노 게임일 것이다. 지금이라면 검색을 하고 네비로 위치를 알아볼 텐데 그 당시에는 물어 물어 찾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일단 강동 중카지노 게임에 가서 발령 신고를 하고 착임계를 써야 한다. 그 당시 서울의 동쪽 끝은 천호동이었으므로 거기에 시내버스 종점이 있었다. 천호동에서 강동 중카지노 게임를 물으니 성남 가는 시외버스를 타라는 거였다. 갈아탄 버스가 산으로 들로 덩컹거리면서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데 혹시 서울이 아닌가 불안했다. 들판 한가운데 카지노 게임 건물이 있고 거기 설립된 지 얼마 안 된 강동 중카지노 게임가 있었다.

모든 게 낯설고 바쁘게 돌아가던 3월이 지나고 4월쯤 동문 신임 교사 환영식이 있었다. 하늘 같은 선배님들이 주는 소주를 주는 대로 받아 마셨는데 4잔째 쯤 정신을 잃었던 거 같다. 다행히 숙소가 카지노 게임에서 멀지 않은 곳이어서 어찌어찌 집에는 갔는지 과정은 기억에 없다.

전날 술을 많이 먹고 출근해서 피곤하고 힘들어하면서도 왜 매일 술 먹을 자리를 찾는지 나는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 당시에 월급날이면 술집에서 외상으로 먹은 술값을 받으러 줄줄이 교무실에 대기하던 아줌마, 아저씨들을 기억한다. 교사 월급으로 한 달 간신이 살아가는데 술값까지 나가면 집에 살림은 어떻게 하지?

그 이후로 공식적인 회식 외에 술자리 대부분 초대받지 못했다. 카지노 게임 내 공식적인 정보는 아침 교무회의에서 공지가 되고 발표하는데 내밀하고 중요한 정보는 밤에 술자리에서 공유되었다. 신설 카지노 게임라 처녀 총각 신임 교사 많았다. 옆좌석의 여교사와 다른 부서의 남교사가 같은 날에 결혼식이 있다는 소문에 공교롭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둘이 결혼하는 거였다. 사실 둘은 오랫동안 연애를 해왔는데 나만 몰랐던 것이다.

순환근무에 의해서 다른 카지노 게임에 가서도 회식이 있고 소주를 3잔 이상 먹지 않도록 극히 조심했다. 동석자들에게 설명을 해도 이해해 주는 경우는 거의 없고 ‘나와 친해지기 싫은가?’ ‘자기만 잘난 체하려고?’ 등등 의심의 눈으로 바라본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래 저래 동료들과는 원만히 어울릴 수가 없었고 다른 사람이 다 아는 정보를 나만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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