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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생적 오지라퍼 Apr 17. 2025

겨울카지노 게임이 끝났습니다.

나도 그 멘트를 기다립니다.

나에게는 이번 겨울카지노 게임이 무지 긴 셈이다.

2024학년도 여름카지노 게임에 창호 공사가 이루어져서 2학기 개학이 늦어졌고

따라서 학년 마지막이 1월 24일이었고

그 이후 겨울카지노 게임에 들어간 셈이니

다른 해에 비하면 겨울카지노 게임이 엄청 짧았던 셈다.

(다른 선생님들은 엄청 힘드셨을게다.)

나는 2월 28일자 퇴직이니

지금도 겨울카지노 게임인지 퇴직한 것인지

가끔은 헷갈리기도 한다.

아니다. 즐거운 겨울카지노 게임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고는 있다. 방학중이라고 믿고 싶을 뿐이다.


시간이 많아지니 결국 보게 되는 것은 다양한 유튜브나 TV 프로그램이다.

평소에는 퇴근 후 지쳐서 절대 보지 못했던 것들인데 말이다.

그 중에서 내가 꼭 기다리고 찾아보는 것은

<김성근의 겨울카지노 게임이라는 프로그램이었다.

많은 연습을 시키는 야구 감독으로 유명하신 그 분과

그의 제자인 야구 선수들이 제주, 강릉, 일본으로 추억을 찾아 여행하는 일종의 로드 무비인셈인데

나는 조금은 다른 포인트에서 그 프로그램을 계속 돌려보고 있다.

친정 아버지와의 동행을 반성하며 되새겨보는 그런 마음 자세라고나 할까?

이번 주 마지막회에서는 오래 전 살았던 일본의 옛집을 찾아가는 것이었는데

(많이 변한 주변 때문에 쉽게 찾지 못했었다.)

자주 다니셨던 맛집 식당과

단골이던 자갈치 시장 고래고기집을 못찾아서

안타깝게 헤매시던 아버지와의 마지막 부산여행.

그때 그 아버지의 눈빛을 보는 듯 하여 마음이 몹시 저려왔다.

그리고는 까만 마지막 엔딩 자막이 올라간다.

<방학이 끝났습니다. 다시 야구를 시작하겠습니다.

그 문구를 보고는 다시 울컥했다.

나도 겨울카지노 게임을 끝내고 다시 무언가를 시작하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물론 내가 애정하는 그 팀의 야구를 다시 볼 수 있다는 안도감도 포함되어 있다만.


요즈음 가장 한 프로그램은 아마도

<폭싹 속았수다 였을 것인데

나는 그 드라마를 볼 엄두가 차마 나지 않았다.

대략 어떤 내용인지는 미루어 짐작하겠는데

어머니와 아버지 생각에 눈물이 터질 것이 뻔해서

나의 불효를 꼭꼭 집어낼 것이 분명해서

가슴이 터질 것이 뻔해서 가급적 피하고 있다.

지인들은 하루에 한편씩만 보는 것으로

눈물의 양을 조절했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은 그럴 자신이 없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들 녀석도 자기 이야기인양 싶어

잘 못보겠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잘못한 게 많아서

요새 니가 나에게 짜증 부리는 것으로 돌려받나보다 했더니

엄마가 언제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싫은 소리를 했냐고 되묻는다.

아니다. 나도 대못 여러 개 박았었단다.

차마 이렇게 대답은 못했다.

특히 어머니에게 나는 살갑고 애교 많고 든든한

큰딸 역할을 하지 못했었다.

퉁퉁거리고 볼멘 소리로 불만을 토로하던

지극히 T인 딸이 이쁘지만은 않았을 것이고

아마도 속상하셨던 날도 많으셨지 싶다.

그저 공부잘했던 나의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퉁쳐주셨을 것이다.

그런 싫은 소리를 엄마에게 쏟아놓은 날은

백발백중 내 마음이 편치 않던 날이었다.

아들 녀석도 요새 아마 그런 듯 하다.

내가 어머니에게 툴툴거리고 편치 않은 내 마음을 조금씩 풀었던 것처럼

(지나고나면 물론 후회막급이다.)

아들도 나에게 그러는 거라 생각한다.

누구에게 하소연하겠는가?

만만한 사람이라고는 어머니밖에는 없다.

예나 지금이나 그렇다.

아들 녀석의 속풀이를 기꺼이 받아주리라 생각한다.

언젠가는 아들 녀석도 나도

<폭싹 속았수다를 보는 날이 올 것이다.


머지 않은 시기에 멋진 엔딩 문구를 쓸 수 있기를 기대한다.

<겨울카지노 게임이 끝났습니다. 다시 과학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

나의 희망 문구는 이것이고

<솔로였던 긴 겨울카지노 게임이 끝났습니다. 앞으로는 둘이 함께하겠습니다.

아들의 희망 문구는 아마도 이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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