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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rinette May 05. 2025

무료 카지노 게임에서 소를 잡던 날

여행 중 만날 이슬람 명절


아브라함이 손을 뻗쳐 칼을 잡고 자기 아들을 죽이려 하였다. 그때, 주님의 천사가 하늘에서 “아브라함아, 아브라함아!” 하고 그를 불렀다. 그가 “예, 여기 있습니다.” 하고 대답하자 천사가 말하였다. “그 아이에게 손대지 마라. 그에게 아무 해도 입히지 마라. 네가 너의 아들, 너의 외아들까지 나를 위하여 아끼지 않았으니, 네가 하느님을 경외하는 줄을 이제 내가 알았다.” 창세기 22:10-12




우리가 오만의 험악한 산악지대 ‘자발 아크다르(Jabal Akhdar; 초록 산이라는 뜻의 무료 카지노 게임어)’의 도로를 달리던 때는 2022년 7월이었다.


어떻게 이런 곳에 길을 놓았을까 싶을 만큼 황갈색의 단단한 바위산을 가파르게 깎아 만든 비포장길이다. 저편에서 차가 다가온다면 어떻게 비켜줄지 난감했다. 남편이 조금만 핸들의 각도를 잘못 조절해도 차는 아래 절벽으로 추락할 것이고 무료 카지노 게임는 오랫동안 발견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다 뉴스에 ‘한인 가족 6인 오만에서 실종’ 이런 기사라도 나온다면? 오마이갓. 나는 비자 관련한 업무로만 영사관과 접촉하고 싶었다.

“얘들아, 벨트 라! 벨트!”

아이들을 향해 계속 소리쳤지만 듣는 것 같지도 않았다. 대신 차창에 붙어 흥분에 겨운 비명을 질러댔다. 나는 전투기 조종사인 남편의 주행 감각을 믿으며 신경이 곤두서는 그 드라이브를 견뎌냈다(나중에 남편은 자기도 그때 몇 번이나 등줄기가 서늘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고 했다). 바위산 절벽엔 초록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았다.


그때 무료 카지노 게임는 Daft Funk의 곡 ‘Giorgio by Moroder’를 반복해서 듣고 있었다. 곡이 시작될 때 이탈리아의 뮤지션 지오반니 조르조(Giovanni Giorgio)의 레이션이 나온다. 그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마치 맥주 한 잔 걸치기라도 한 듯 음악가로서의 자기 삶을 읊조린다. 마지막 멘트가 나오면 다음엔 그 유명한 중독성 짙은 EDM의 비트가 시작되는데, 그 순간 우리 아이들은 자발 아크다르 절벽의 내리막길을 미끄러지며 비트에 맞춰 소리 질렀다. 꺄아아아아!


“내 이름은 지오반니 조르조예요. 하지만 모두들 나를 조르조라고 부르죠 (My name is Giovanni Giorgio. But Everbody calls me Giorgio).”


어느덧 험악한 암벽 지형 사이로 드문드문 살림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때 어느 집 마당 앞에서 어떤 붉은 액체가 도랑처럼 흘러 저지대로 고이는 것이 보였다.

“저게 뭐야?”

나보다 눈이 밝은 남편이 조심스레 차를 멈췄다. 차창 밖 20m쯤 너머로거대한 동물의 사체가 고요히 누워 있었다. 남자 어른과 아이들 몇몇이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도축당하고 있는 소였다. 남편이 내리자고 했다. 이런 걸 우리 애들이 봐도 되는 걸까.심한 트라우마로 남으면어떡하지. 잠시 마음이 불편했다.


하지만 저기 둘러서 있는 아이들도 분명 우리 애들 또래였다. 잠시 망설이다 우리 부부만 먼저 내리기로 했다. 붉은 피가 도로 앞까지 작은 개울처럼 흘렀다. 나는 흙과 뒤섞여 땅으로 검게 스며가는 핏자국을 밟지 않으려 걸음을 조심했다.

“앗살람 알레이쿰(안녕하세요).”

남편이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나는 멀찍이 서 있었기 때문에 다음의 대화 내용은 듣지 못했다. 하지만 손에 칼을 쥐고 옷에 적갈색 피를 묻힌 그 무료 카지노 게임 남자와 남편과의 사이에 점차 어떤 호의적인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남편은 더 크게 웃고 더 크게 제스처를 섞고 가엾은 소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기까지 했다.

‘저 호기심 좀 봐.’

남편은 나보다 대담했다. 곧 내게 손짓하며 가까이 오라고 소리쳤다. 그리고 애들도 내리게 하라는 게 아닌가? 아니, 내가 허락하기도 전에 아이들은 이미 거대한 소의 몸체와 붉은 피에 흥분하여 차에서 폴짝폴짝 뛰어내리고 있었다.


젊은 남자 서너 명이 축 늘어진 소의 사체를 분해하고 있었다. 소의 머리, 앞발과 뒷발은굵은 밧줄로 근처나무에 단단히 묶여 있었다.소는아무도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자세로 엎어져 있었고 그 아래로는피 웅덩이가 고여있었다. 오늘 아침에 작업을 시작하여 이제 한두 시간이 지났다고 했다. 신선한 피에서는 비린내가 심하지 않았다. 우리 아이들은 감탄하며 소의 사체 앞으로 바짝 다가가 무료 카지노 게임인의 매끄러운 칼놀림을 하나하나 지켜보았다.


그 주변에는 이 집안의 어린아이들이 양동이를 들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는데 아무리 어려야 대여섯 살, 그리고 열 살 안팎의 아이들이었고 그중엔 여자애도 있었다. 정확히 우리 애들 또래의 어린이들이 칼을 쥔 남자가 건네주는 데로 소의 내장을 분류해 양동이에 담아 부엌으로 옮기고 있었다.

“이건 심장, 이건 간, 이건 창자예요.”

아이들이 무료 카지노 게임어로 말하면 다른 어른이 서툰 영어로우리에게옮겨 주었다. 아이들은 맨손으로 기다란 창자를 쭉쭉 뽑아내 커다란 대야 위에서 능숙하게 씻었다. 아이들의 옷에도 핏자국이 많이 있었다. 그런 작업어린애들을적극적으로참여시킨다는 것에나는크게 놀랐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들이 지닐 수 있는 지식이라면 무료 카지노 게임 아이들도 지닐 수 있는 지식이 아닐까.


차마 보기 힘든 광경일 거라는 염려를 치워버리자 그들 가족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이 리듬감 있게 보이기 시작했다.

칼을 쥔 남자는 지금이 이슬람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이드 알 아드하(Eid Al Adha)’라고 했다. 이때 무료 카지노 게임인들은 온 집안사람들이 모여 소와 염무료 카지노 게임 잡는다고 한다. 이교도인 우리 가족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매우 정중했고, 소를 해체하는 방법을 설명할 때와 그 손짓에는 어떤 경건함이 스며 있었다.

‘이드 알 아드하’는 아브라함의 이야기에서 비롯된다. 아브라함은 자식을 얻기 위해, 부인의 몸종을 통해첫아들 ‘이스마엘 Ishmael’을 얻는다. 하지만 정실부인이 뜻밖에도 아들 이삭을 낳게 되었고, 이스마엘은 장남이었지만 서자였기 때문에 생모와 낯선 곳으로 떠난다. 신은 브라함에게 너의 가장 소중한 것을 나를 위한 제물로 바치라 말한다. 아비는 자신의 아들 이삭을 제단 위로 올린다. 이에 신은 누그러진 마음으로 너의 충직함을 이제 내가 알았으니 아들 대신 소나 양. 염무료 카지노 게임 대신 바치라고 전한다.이게 이 명절의 배경이었다.

이슬람과 기독교가 같은 아버지인 아브라함에게서 파생된 종교라는 건무교인내게 늘 신기한대목이. 아브라함의이 일화로 인해 이슬람 신도들은 일 년 중 특정 시기가 되면 그들의 가장 소중한 가축의 숨을 끊어신께 바치고, 그 고기를 가난한 이웃과나눈다.


칼을 쥔 남자가 소의 붉은 근육을 큼직하게 베어 남편에게 건넸다. 나눠주겠다는 의미였는데, 무료 카지노 게임는 그들 문화의 세세한 부분을 아직 이해하지 못했기에 한국인 특유의 사양하는 마음으로 손을 내젓고 깊은 감사를 표했다.

사막의 유목민이었던 무료 카지노 게임인은 자신을 찾아온 이방인을 환대하는 것을 매우 중요한 전통으로 여긴다. 끝없는 모래 언덕을 건너온 여행자에게 맑은 물을 건네고 기꺼이 자신의 집을 내어준다. 그렇게 그들은 아브라함의 아들 이스마엘의 자손 무함마드가 창시한 무슬림 문화 속에서, 척박한 아라비아 반도에서도서로를 보살피며 신의 예언처럼 번성했다.


"하늘을 쳐다보아라. 네(아브라함)가 셀 수 있거든 저 별들을 세어 보아라.” 그에게 또 말씀하셨다. “너의 후손이 저렇게 많아질 것이다.” 창세기 15:5

남자는 정중한 손짓으로 우리를 집안으로 안내했다. 무료 카지노 게임의 가정에는 손님을 맞이하는 ‘마즐리스 Majlis’라는 커다란 공간이 있는데, 우리말로는 응접실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즐리스는 보통 집의 크기에 비해 굉장히 넓은 비중을 차지한다. 20~30명의 성인이 모여 앉을 수 있는 크기이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마즐리스에 앉았다. 그곳에선 여성이 외부인과 함부로 접촉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 문화의 전통대로 여성 가족은 무료 카지노 게임와 자리하지 않았다.

여태 만나지 못했던 상당히 나이 든 모습의 등이 굽은남자가 들어왔다. 집안의 가장 큰 어른일 것이었다. 노인은 무릎을 꿇고 앉았다. 나도 그렇게 다. 나는 이방인이자 이교도였고 또 여자였다.

칼을 쥐었던 남자가 일어나 그들의 명절과 도축의 의미를 서툰 영어로 성의껏 설명해 주었다. 다른 젊은 남자가 과일이 가득 담긴 접시와 차를 내왔다. 그들은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매우 놀라워했고, 한국인을 실제 만나본 게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나는 정확한 의사소통보다 더 중요한 건 진심이 담긴 눈빛과 몸가짐이라 믿으며 내가 알고 있던 유일한 무료 카지노 게임어를 계속 반복했다.

“마샬라, 마샬라(어머나, 어머나)”, “슈크란(감사합니다).”

우리가 이런 환대를 받을 수 있었던 건아이들과 함께 있는 가족 단위의 여행객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무료 카지노 게임인은 가족의 가치를매우 소중히 여기고 존중한다.

나는 그들의 깍듯한 환대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그렇게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우리 아이들은 마즐리스 바닥에 눕고 구르며 그들이 내온 과일을 실컷 축냈다.



“나를 이스마엘이라 불러 다오(Call me Ishmael).”

미국 소설 ‘모비딕’의 첫 문장이다. 비록 이스마엘은 아버지의 선택을 받지는 못했지만 훗날 이슬람교의 시초가 되는 무함마드를 후손으로 남겼다. 서구인에겐 무료 카지노 게임인이 이방인이자 이교도인 이스마엘이고, 우리 가족 역시 무료 카지노 게임인에겐 또 다른의미의이스마엘이었다. 내 이름이 무언지, 내 정체성이 무언지 여행지에서는 그런 정보가 희미해진다. 그저 예의를 갖춘 이방인으로서 새로운 세상과 접촉한 경험만이 어떤 의미로 남을뿐이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그 집에서 나와 더 나아가다 어떤 앞에차를 대었다. 그리고잠시 쉬기로 했다. 강가 저 멀리서 이제 막 신성한 의식을 끝마친 또 다른 제물이놓여 있는 게 눈에 띄었다. 그것은 그저 자리에 고요히 존재했다.

"아까 그 고기, 받아올 걸 그랬나?"

남편이중얼거렸다.

"그러게. 그땐 분위기를 파악할 수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받아와도 정말 괜찮았을 것 같아."

나는 말했다.

여행지의 낯선 경험은 모든 사전조사로 파악될 수 없는 것이고, 그 일이 지난 다음에야 판단이 되는 것들이 있다.

멀리 소의 사체 주변으로 파리가 날아들었다. 내 눈앞에까지 날아와 나는 몇 번이고 손으로 쫓아내었다.


부모님 고향이 제주도인덕분에 나는 아주 어린 시절이었던 1980년그곳의 돼지 도축을 기억한다(지금은 여러 규정에 의해 이런 개인 도축이 금지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때 나는 서너 살이었고, 마침 잔칫날이었다. 남자 어른들이 돼지의 앞발 뒷발을 기다란 나무 기둥에 꽁꽁 묶어, 마치 원시인의 전리품처럼그 가엾은 것을 거꾸로 매달아바닷가로 향하던 장면이 기억난다. 늦은 오후였던 것 같다. 어른들은 너 같은 어린애는 이런 걸 보면 안 된다고 했다. 나는 그 시선을 피해 몰래 바다로 뛰어갔다. 하늘이 온통 새빨간 노을로 가득 차 있었다. 내가 발 디딘 바위는 옛 용암의 기억을 벌써 잊은 채 검게 식어 있었다. 바위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아빠..."

나는 아빠를 찾았지만 남자 어른들 사이에서 아빠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 중간의 장면은 기억이 끊겨 있다. 나는 하늘도 붉고 바닷가 바위의 숭숭 뚫린 구멍도 붉었다는 걸기억한다. 수많은 붉은빛이 검은 바위 표면의 구멍을 메우며 반짝였다. 하늘과 땅은 온통 시뻘갰고,또 드문드문 검게 얼룩져 있었다(그강렬한 색채의 대비는 너무나 비현실적이라 나는 가끔 내 상상이 빚어낸 장면인가 의아할 때도 있다). 그날 밤, 나는 친척들과 함께 도마 위에 썰린 돼지고기 몇 점을 간장에 찍어 먹었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음식을 먹는 그 떠들썩함이 참 좋았다. 유년의 제주도는그러니까동백꽃처럼 강렬한 붉은빛과현무암처럼 새카만 빛의조합으로남아있다.


꿈같은 그 짧은 장면을 성인이 된 뒤에 제주도를 여행 중인 직장 선배에게 불현듯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녀는 가만히 이렇게 말했었다. 유미 씨, 그런 건글로 남겨놔야돼.


저 멀리 소의 사체에서 터져 나온 붉은 핏물이 강물에 스며들어 내가 앉은자리까지 흘러오고 있었다. 여러 가닥의 붉은 실처럼 가늘게 흘러들어와 점점 희미하게 퍼졌다. 나는 가만히 앉아 붉은 해의 뉘엿거림을 천천히 지켜보았다.


아이들이 소의 핏물이 섞인 강물에 발을 담그고 한참을 첨벙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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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bal Akhdar, O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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