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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rinette May 11. 2025

카지노 게임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란

사기당하지 않겠다는 여행자의 의지



짧은 줄 알았던 남편의 아랍어 실력은 이번 카지노 게임 여행 내내 은근 쓸모가 있었다.


공군에 몸 담고 있는 남편은아랍에미레이트에 1년간 파견되면서, 너무나 생소한 이 언어를 익히느라 꽤나 고생했다. 영어권 언어라면 글자 모양이라도 익숙할 텐데, 내 눈에도 아랍어는 지렁이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꿈틀거리며 흙 알갱이를 톡톡 떨어트리며기어가는 모습처럼 보였다(아랍 문자를 낮춰 비유하려는 의도는 전혀 아니다). 소리 또한 귀에 딱 와닿지 않는 음들의 조합이라 가끔 코란 구절을 암송하는 아랍인의 음성을 들으면 낮게 흐르는 음악처럼 들리기도 했다.

남편은 이슬람 문화권 장교들과 함께 아랍어로 이루어지는 일과와 과제에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그 모습이 때로는 딱하기도 했다. 현지인의 문맹률도 상당히 높다는데. 영어라면 뭐라도 거들어주련만.



그런데 남편이 카지노 게임에서는 희한한 능력을 발휘했다. 영어를 한마디도 모르는 택시 기사와 아랍어로 여러 군데의 경유지를 설명하며 목적지에 도착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요금 협상도 야무지게 이끌어내 나의 감탄을 자아냈다.

“아까 뭐라고 말한 거야?”

신기해서 내가 물으면 남편은 씨익 웃으며 봤지? 하는 표정만 지었다.

또 무알콜 맥주를 일반 맥주라고 판 카지노 게임 사기꾼한테 맥주값을 환불받아오는 신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슬람 국가에서는 술이 엄격히 금지된다(Al cohol이 아랍어에서 유래했다는 건 아이러니한 일이다). 일부 허가받은 곳에서만 주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술을 판매하도록 허용하고 있는데 이런 곳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당연히 사기꾼들에게 우리 같은 관광객은 등쳐 먹기 딱 좋은 상대였다.


“진짜 알코올이 든 맥주가 맞나요?”

아무리 라벨을 읽어 봐도 제조국이라던가, 알코올 함량 같은 것들이 보이지 않았다. 의심 가득한 우리의 물음에 가게 주인은 온갖 손짓을 동원하며 맞다고 했다. 비쩍 마른 남자는 하늘에도 손짓하고 자기 가슴에도 손을 얹으며 자신의 얼굴을 남편의 코에 닿을 만큼 가까이 들이밀었다. 남편은 고개를 숙이고 수줍게 웃다가 만약 너 거짓말이면 다시 오겠다고 했다. 둘은 서로의 거래가 만족스럽다는 듯 대화의 마지막에 “오, 나의 형제여!”를 외치며 헤어졌다.

숙소에 돌아와 병뚜껑을 따는 순간, 우리는 직감했다. 이 자식들 사기 쳤구나. 피식 김새는 소리로 드디어 자신을 세상에 드러낸 갈색 액체. 맛을 보았다. 맹맹한 보리차를 탄산수로 만든 맛이었다.

“에이, 여행 오면 이런 일은 흔하지 뭐. 놔둬. 뭐 어떡해.”

이렇게 내가 말하고 있는데 남편은 이미 우리가 딴 맥주병과 아직 따지 않은 병들을 주섬주섬 챙기고 있는 게 아닌가.

“아, 이 쉐끼들 그냥. 내가 가만 놔둘 줄 알고!”

남편은 두려울 게 없는 사람처럼 방을 나서고 있었다.

“아니, 그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일 줄 알고 그래? 그냥 놔둬!”

나는 남편을 말리려 쫓아나갔다. 이런 타국에서 엉뚱한 봉변을 당하면 안 된다. 우선, 망신스러웠다.

“나 맥주 안 마셔도 돼!”

내가 계속 소리쳤지만 남편은 이미 눈이 돌아 있었다. 순간 얼어서 나까지 따라가야 하나, 그럼 애들은 호텔 방에 홀로 놔둬야 하나, 이거 경찰을 불러야 하나,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렇다. 봉변을 당해도 한 사람만 당해야 한다. 나는 부부의 의리를 등지고 호텔 방에서 아이들과 초조하게 남편을 기다렸다. 한 30분쯤 지났을까. 씨익 웃으며 그가 돌아왔다.아까 우리가 건넸던 카지노 게임 지폐 몇 장을 펄럭이면서!나의 형제인 사기꾼을 무슨 수로 구워삶아 그 돈을 도로 받아왔는지 나는 아직도 알 수가 없다.

원래 '생소한 언어' 몇 마디가 '어눌한 영어' 몇 문장보다 더 빛나 보이는 것일까. 남편은 어느 카페에선 우리의 커피값이 메뉴판의 아랍어 가격과 다르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카페 주인은 자기가 실수했다며 가격을 정정했다. 남편은 어느 여행지에서든 그 나라 숫자만 알아도 사기는 안 당한다는, 그답지 않게 있어 보이는 말을 해서 나를 “아아….”하게 만들었고 그러는 동시에 또 어디선가 완전 헐값처럼 생긴 손지갑을 정말 헐값에 사 와 놓곤“잘 깎았지?”하고 자랑해서 내 말문을 막히게 만들기도 했다.

가끔 남편이 카지노 게임 상인들과 나누는 아랍어, 영어 섞인 대화를 무심코 듣고 있으면 대화 내용이 가관이었다.


카지노 게임인 : 팁 좀 줘. 아니면 초콜릿이라도. 나 어린 아들을 둘이나 키워. (손가락 두 개를 펼쳐 보임)

남편 : 아, 그래? 난 어린 아들이 넷이나 돼. (손가락 네 개를 펼쳐 보임)

카지노 게임인 : …….

남편 : 껄껄껄.

카지노 게임인 : 그래? 난 부인이 넷이야. (손가락 네 개를 펼쳐 보임)

남편 : …….

다른 가게에서는 이런 식이었다.


카지노 게임인 : 오, 내 형제여. 넌 부인이 몇 명이니?

남편 : 응?

카지노 게임인 : (날 보며) 쟨 몇 번째 부인이야?

남편 : 응. 세 번째 부인이야. (손가락 세 개를 편다) 이번 카지노 게임 여행에는 third를 데려왔어!

카지노 게임인 : (우리 아이들을 보며) 저 아들 넷, 다 저 third가 낳은 거니?

남편 : 응. 넌 부인이 몇 명인데?

카지노 게임인 : 난 다섯이야. (손가락 다섯 개를 펼쳐 보인다)


아, 이 사람들 콱 그냥.

정신이 어질어질했다. 카지노 게임 사람과 대화에 말려들면 옆에서 들어도 멀미가 났다.




가장 정상적인 대화는 룩소르의 어느 여자 가이드와 이루어졌다. 20대로 보이는 아름다운 검은 눈매를 가진 그녀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나를 “유미야!”라고 부르고 있었다. 'youmi ya'라는 아주 정확한 발음이었다. 나는 깜짝 놀라서 쳐다봤다.

“너의 남편이 너를 계속 ‘youmi ya’라고 부르던데 '유미야'가 한국어로 '나의 사랑'이라는 뜻이니?”

그럴 리가.

나는 그냥 “이봐, 유미!”라고 부르는 거라고 그 카지노 게임 여인에게 진실을 알려 주었다. 그래도 그녀는 그날 내내 나를 “유미야”라고 불러주었다. 아주 따뜻한 목소리로.

이젠 어린아이들을 챙기느라 정신없는 우리 부부.

서로의 스무 살을 보았던 나와 남편은 어느덧 예쁜 네 아이의 부모가 되어 카지노 게임 여행을 마친 얼마 뒤 결혼 10주년을 맞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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