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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래여 Jan 06. 2025

평범한 길

<단편소설. 2

2.


‘길 찾아 길 떠나다.’ 석남사 인홍 스님의 일대기를 떠올린다. 인홍 스님의 좌우명을 생각한다. ‘누워서 편안할 때 지옥 고를 겪는 중생을 생각하라’. 중생이란 부처의 구제 대상이 되는, 깨달음을 얻지 못한 사람이나 생명을 지닌 모든 존재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나도 중생인데 깨달음에 이르는 길을 찾아 떠나는 중인가.’ 반문한다.


오랫동안 온라인 카지노 게임 환자였다. 온몸을 두들겨 맞은 것처럼 운신하기도 힘들어 쩔쩔맸지만 남편에게도 딸에게도 내색하지 않았다. 아침을 챙기기 바쁘게 일터로 나갔다. 일이 행자를 살리는 셈이었다. 요양보호사! 행자 본인이 요양을 받아야 할 몸이지만 일단 집만 나서면 몸의 통증이 덜했다. 요양하는 할머니 댁에서 일을 끝내면 할머니 옆에 누워 한숨 자기도 한다. 그중에 여든아홉인 성실할머니는 이불을 펴 놓고 쉬라 한다.


행자에게 성실할머니는 친정엄마 같았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할머니에게서 엄마의 온기를 느꼈다. 열여섯에 시집와서 서른일곱에 과부가 된 성실할머니는 억척이었다. 할머니는 밭 한 떼기 물러주지 않고 죽은 남편을 원망할 새도 없었다. 그나마 오두막 집 한 채 남겨준 것도 감지덕지였다. 어린 4남매를 데리고 웅크릴 터전이라도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성실할머니는 진날 갠 날 없이 몸을 부렸다. 남의 집 허드렛일은 도맡아 했다. 봄에는 보리이삭을 줍고 가을에는 벼이삭을 주워 양식을 했다. 지독한 가난도 부지런함 앞에서는 기를 못 폈다. 4남매는 일찍 철이 들었다. 할머니는 소작을 얻어 농사를 지었다. 콩, 팥, 참깨, 들깨, 양파, 마늘 등, 오일장이면 어김없이 농산물을 들고 난전에 나가 앉았다.


“우리 애들은 일찍 철이 들었어. 어미 고생하는 줄 알고 공부도 잘했지.” 세월은 흘렀고 할머니는 노인이 되고 4남매는 모두 공무원이 되었다.

십여 년 전, 4남매는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오두막을 헐고 번듯한 현대식 집도 지어주었다. 그때 성실할머니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죽어도 여한이 없겠더라. 지금은 애들이 매달 생활비를 보태주니 돈 걱정 없이 산다. 노령연금만 받아도 사는데. 고맙지 뭐.”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지만 성실할머니는 뼈마디 성한 데가 없다. 골병이 들었다.

“자네는 몸 사리면서 살아. 내가 살아보니 그렇더라. 그때는 애들 공부는 시켜야겠고, 입에 풀칠은 하고 살아야 하니 아플 새도 없더라만.” 그 시절 세상 모든 어머니의 공통점이 아니었을까. 오죽하면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다 했던가. 가난할 때는 가족 입에 풀칠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도 없다.


최근에 그 성실 할머니가 코로나에 걸려 돌아가셨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행자 역시 코로나에 걸려 코로나병동에 입원을 해야 했다. 물 한 모금 넘길 수 없고, 잦은 구토와 고열로 사경을 헤맸다. 할머니의 장례식장에도 못 갔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병실에서 끅끅 울었다. 성실 할머니의 죽음을 보며 온라인 카지노 게임 자신의 남은 삶을 생각했다. 코로나에 걸려 죽는다 해도 어쩔 수 없지만 만약 살아난다면 요양보호사 직을 던져버리고 평생 가슴에 묻고 살았던 꿈을 찾아 가리라. 일주일간 격리병동에 갇혀 있으면서 이를 악물었다. 딸은 딸의 인생을 살만큼 자랐고 남편은 그녀가 없어도 잘 살 사람이었다. 애면글면 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퇴원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예전의 행자가 아니었다. 요양보호를 하던 두 집도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 행자가 속한 복지관 센터 장은 극구 말렸다. ‘왜 그러느냐. 봉급이 적어서 그러느냐. 승용차 기름 값을 조금 더 보태 주겠다. 다른 복지관으로 옮기느냐. 집에 있으면 몸만 아프다. 세 집이 힘들면 두 집만 다녀라. 그것도 힘들면 한 집만 다녀라.’ 손끝 야물고 말은 없지만 할머니들에게 인기가 좋은 행자를 붙들려고 애썼다. 진성마저 ‘당신 왜 그래? 당신이 돈 안 벌면 뭘 먹고살래?’했다. ‘이제 당신이 벌어주는 돈으로 살 거야. 돈 없으면 안 쓰면 돼. 명이도 졸업했잖아. 계약직이라도 제 밥벌이는 할 수 있겠지. 그동안 내가 벌어먹였으니 이젠 당신이 책임져. 난 쉬어야겠어.’ 딱 잘랐다.


진성은 행자가 야멸치게 말해도 믿지 않았다. 며칠 쉬다 보면 또 일하러 가겠지. 당신 성질에 집에서 빈둥거릴 수 없잖아. 뭘 해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여자가 놀고먹겠다. 비웃음을 흘렸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남편이 그러거나 말거나 다 놓아버렸다. 딸은 행자가 요양보호사직을 놓아버리자 얼씨구나 하고 행자의 소형 승용차 열쇠부터 챙겼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딸이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자마자 운전면허증부터 따게 했다. 운전하기 싫다는 딸을 ‘내가 갑자기 죽으면 너 어쩔래? 네 앞가림이라도 해야지. 장롱 면허라도 괜찮아. 언젠가 쓸모가 있으니까. 지금 안 따 놓으면 힘들어. 대학 가면 더 바빠. 어미 말 들어.’ 윽박질러가며 운전면허시험장에 등록해 놓고 데리고 다녔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정말 아팠다. 온종일 누워 지내다시피 했다. 무릎은 무릎대로 아프고 허리는 허리대로 아팠다. 통증을 참다가 할 수 없어 병원에 가면 코로나 후유증이라 했다. 적어도 서너 달은 고생해야 낫는단다. 길게는 6개월까지 간단다. 그 사이 백신 3차 접종까지 끝냈지만 몸은 여전히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이렇게 시름시름 앓다가 죽으려나. 한심한 여자, 여태 뭘 하고 살았나. 온라인 카지노 게임 끝임 없이 자신을 질타했다. 밥 때도 잊었다.


“무슨 여자가 온종일 잠만 퍼질러 자는 거야? 남편이 와도 밥상 차릴 생각도 안 하고 널브러져서 뭘 하자는 거야?”

진성은 성질을 냈다. 진성의 가시 돋친 말에도 온라인 카지노 게임 화낼 기운조차 없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심한 우울증에 빠졌다. 엄마 생각을 자주 하게 됐다. 부산 달동네 살던 어린 시절을 반추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행복했는지 불행했는지 모르겠다. 늘 아픈 엄마가 있었고, 술을 즐기는 아버지가 있었고, 남동생과 여동생이 있었다. 가끔 아버지는 행자를 불러 앉혀놓고 술을 마셨다. 기분 좋게 술에 취하면 ‘우리 큰 딸, 우리 집안의 대들보’라며 행자를 추켜 세워주셨다. 아픈 엄마지만 엄마가 살아계실 동안은 자상한 아버지였고 엄마에겐 좋은 남편이었다. 그 아버지도 엄마도 너무 일찍 먼 길 떠나버렸다. 엄마가 보고 싶다.

“엄마!”

온라인 카지노 게임 가만히 엄마를 불렀다. 하늘로 간 엄마는 소식 한 장 없다. 누가 그랬던가. 내 죽고 나면 다 헛것인 삶을 왜 악착스럽게 살아야 하느냐고. 그해 겨울, 엄마가 죽었다. 중학교 3학년 졸업식을 며칠 앞둔 날이었다. 그날은 유난히 추웠다. 눈도 많이 내렸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울지 않았다. 언젠가 겪을 일이었다. 엄마는 늘 머리가 아프다며 머리에 흰 무명 끈을 질끈 묶고 누워있기 일쑤였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중학생이 되면서 엄마 대신 살림을 도맡았다. 아버지는 건설현장 노무자로 일을 나갔지만 늘 술에 절어 들어왔다. 일당을 고스란히 행자에게 맡기는 것만도 고마웠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들쑥날쑥 들어오는 생활비를 아껴가며 두 동생과 엄마 약값을 댔고 삼시 세끼를 챙겼었다.


결국 엄마는 죽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울지 않았다. 아버지는 술을 밥처럼 먹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중학교를 졸업하고 신발공장에 취직을 했다. 실질적인 가장이 되어 아버지와 두 동생의 뒷바라지를 했다. 남동생이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은행원이 되었을 때 아버지는 ‘집안의 경사’라며 술을 끊겠다고 선언했다. 행자에게 ‘그동안 집안 살림 산다고 고생 많았다. 인자 우리 집 살림은 상엽이랑 니 동생한테 매끼고 니는 시집을 가야지. 벌써부터 고모가 듬직한 신랑감을 거론했지만 차마 말을 못 했다. 맞선 봐라.’ 그렇게 진성을 만났다.


“나이 차가 좀 나지만 사람이 건실하더라. 지난 설이었나. 누님이 불러 갔더니 그 청년이 인사를 하더라. 누님의 시가 쪽 조카라는데 사람이 진국 같더라. 알부자란다. 시어머니 될 사람만 있단다. 사윗감으로 내 맘에 쏙 들더라만. 사람은 다 인연 따라 사는 거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술병을 끼고 사는 아버지가 인연 타령을 하니 웃음이 나왔다. 마침 직장생활에 염증도 나던 참이었다. 접었던 공부를 할 수 있었으면 싶었다. 맞선 보는 날 온라인 카지노 게임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저는 공부를 더 하고 싶어요. 검정고시를 거쳐 고등학교 졸업장을 따면 방송통신대학이라고 가고 싶어요.” “목장은 저 혼자 꾸려도 됩니다. 하고 싶은 공부 하십시오.”

진성은 첫마디에 흔쾌하게 대답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열아홉 살 신부가 되었다. 부산에서 결혼식을 하고 농촌 시댁으로 들어왔다. 시댁은 모든 것이 풍족했다. 농촌이지만 예쁜 양옥집에서 살 수 있었고 너른 들판에 젖소 목장이 있었다. 목장 옆에는 둑이 잘 정돈된 하천이 있었고, 목장 위에는 연곡 저수지가 있었다. 일본 강점기에 만든 큰 저수지는 아무리 긴 가뭄에도 물이 마른 적이 없다고 했다. 그 저수지 덕에 연곡마을은 인근에서 부자마을로 통했다. 알부자 촌이라고 불리었다.


또한 시어머님은 자상했다. 엄마 정이 그리웠던 온라인 카지노 게임 시어머님을 친정엄마처럼 생각했다. 진성을 따라다니며 젖소 돌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입덧을 했다. 첫 애를 낳았다. 딸이었다. 큰 딸은 살림밑천이라며 시어머님도 남편도 좋아했다. 둘째는 아들이었다. 연년생으로 남매를 낳았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더 이상 아이를 원하지 않았다. 피임을 했다. 그런데 2년 후 입덧을 했다. 산부인과에 갔더니 임신이란다. 생명을 지울 수도 없어 낳은 것이 막내딸 명이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스물다섯도 되기 전에 세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가정주부로 사는 것이 행복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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