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름으로 배우는 배달말(39) 카지노 게임, 부리끝, 절곶이끝, 땅끝
※ 위 사진 출처: 픽사베이. [추암 쪽에서 본 카지노 게임]
할머니가 드라마를 참 재밌게 보신다.
나쁜 사람들은 마구욕하고
착하고 약한 사람은 그냥 막 편들어준다.
아이구, 저런 저런
쎄가 만바리 천바리로 빠질 늠이 다 있나
깨엘밧께로 손 하나 까딱 안 해쌓고
우예 조런 가짓뿌렁을 암캐나 해쌋는고
내가 그 말이 재미있어서
할머니, 그게 무슨 말이야 가르쳐줘 하면
언제*, 니가 만다고 알라카노,
니는학교서 갈채주는 말 배아야지 하신다.
(「우리 할머니」 2008. 6. 7. 초4 여, *언제: 아니라는 부정을 나타나는 말인데 '어언제' 같기도 하고 '으은제' 같기도 한 말이라서 소리를 바로 받아적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촛대바위로 이름난 추암 마을에 ‘카지노 게임’이란 아리송한 땅이름이 있다. '세+카지노 게임+끝'과 같은 짜임새로 생각해볼 만하지만 맨 앞엣말 '세'에서 털거덕 걸린다.≪동해시 지명지≫는 “추암에서 제일 남쪽, 산줄기가 쇠의 혀처럼 생겨 혀 끝에 해당되어 생긴 이름”(348쪽)이라고 했다. 경상도말 영향으로 나이 지긋한 어른들 입에서는 ‘혀’는 곧잘 ‘헤,세’가 되고, 혓바닥은 ‘셋바닥, 헷바닥’이 된다. 위 어린이시에서 보듯‘쎄가 만발이 빠질 늠’에서 '쎄'는 '혀'다. 우리 입에 붙은 말인 '쎄빠지게'도 '혀가 빠지게'라는 말이다.뒤엣말‘카지노 게임’는 손잡이처럼 기름하게 생긴 부분을 가리키는 ‘자루’다. 굳이 요즘 말로 바꾸자면 '혓자루끝'이 되려나. ‘카지노 게임’은 ‘길다란 혀(자루)처럼 생긴 산줄기 끝’이다. 오늘날카지노 게임에는 위 사진에서 보듯 쏠비치삼척리조트가 들어섰다. 동해시 추암동이 아닌 삼척시 증산동이다.
동해시에는 '끝'이 들어간 땅이름이 몇 군데 더 있다.‘부리끝’은 망상 던들재에서 뻗어나온 산줄기 끄트머리다. 동해고속도로가 나면서 지금은 부리끝이 뚝 잘리고 없다. 부리는 새 주둥이처럼 길고 뾰족한 데를 가리키는 말인데 여기서 부리는 불쑥 앞으로 내민 땅을 가리킨다. 처음엔 ‘불의끝’(불+의+끝)이라고 하다가 이은소리로 내면서 ‘부리끝’이 되었거나‘묏부리끝’에서 ‘묏’이 떨어지면서 생겨난 땅이름일 수 있다.전천이 바다로 만나는 데서 남쪽으로 조금 더 내려가면 절곶이끝, 절곶끝이라는 데도 있었다. 지금으로 보면동해시위생처리장 앞바닷가인데 그 흔적을아예찾아볼 수 없다. 이곳은 김장 배추를 바닷물에 절이고 씻던 곳으로 ‘김장바다’라는 딴 이름도 있다. 절곶끝(절곶이끝)은 김장바다 끝이면서 펀펀한 너럭바위가 있었다.
‘땅끝’이란 데도 있었다. 전천과 바다가 맞닿는 곳으로 지금은 바다속에 잠기고 일부는 부두가 되었다고 하는데 어딘지 짐작하기 어렵다. ≪동해시 지명지≫에 “방죽을 쌓아 물을 고이게 한 곳의 끄트머리라는 뜻의 지명이다. 한자어당(塘)에 고유어‘끝’이 결합된 지명이 된소리로 바뀌어 땅끝으로 된 것으로 추정”(322쪽)한다고 적었다. 당(塘)은 못, 둑, 방죽으로 새긴다. ‘당끝’이 ‘땅끝’으로 바뀌었다는 말인데 고개 끄덕여지기도 하지만, 말 그대로 땅의 끝이라는 뜻으로 썼을 수도 있다.
저기 전라남도 해남군에 가면 ‘땅끝마을’이 있다. 해남군은 ‘땅끝 해남’이 아니라 ‘한반도의 시작 해남’이라는 말로 고장을 홍보했다. ≪신증동국여지승람≫(1530)에 우리 땅 남쪽 시작점은 땅끝 해남이요 북으로는 함경북도 은성이 시작점이라고 했다. 물론 뭍으로 좁혀 보면 그렇지 우리 땅 전체로 보면 남쪽 끝은 마라도요 북쪽 끝은 함경북도 온성군 유포면이다. 서쪽 끝은 평북 용천군 마안도, 동쪽 끝은 독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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