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은 습벽처럼 스며들어
지워도, 닦아내도 남아 있거니
실재한 적은 없다.
윤곽은 희미한 채 선명하였고,
손에 닿기 전 이미 소멸하였다.
존재를 가늠하려 한 순간
존재는 그 자체로 붕괴하였고,
이름을 부여하는 찰나
의미는 증발하였다.
유지는 허망한 감각이었고,
단절은 필연적 귀결이었다.
파편은 남겨지지 않았으며,
허공 속 메아리는 스스로를 지우고 사라졌다.
그러므로 부정할 것도,
증명할 것도 없다.
있을 이유가 없었으므로,
없을 이유 또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