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개구멍 산책 2
이러다간 개구멍이 말 구멍되고 소구멍도 되겠다. 매일 가고 싶지 뭔가? 어제도 오늘도 다녀왔다.
어제는 앞방 언니와 오라버니 부부와 같이 길을 나섰다. 조천 친구까지 합류. 국토장정 왔다가 두고 갔다는 백팩을 하나씩 둘러매고 나서는데 그 안에는 무엇이 들었는고? 바로바로 날캉한 카지노 쿠폰 호맹이가 들었다. 호맹이라 하면 못 알아들으려나? 호미 말이다. 우리 동네 호미는 종류가 다양한데 여기 카지노 쿠폰에만 있는 호미가 따로 있다. 자갈밭을 호미질하려면 육지처럼 날이 옆으로 퍼진 건 소용이 없다. 작은 낫처럼 생긴 호미를 하나씩 배당받아 가방에 넣고 산책길을 오른다. 여럿이 어우렁 더우렁 가니 색다른 맛이다. 먼저 달래를 발견한 사람이 뒷사람에게 양보를 하고 앞서 가며 또 발견하면 캐고 가다 엎드리고 다시 가다 무릎걸음한다. 마침 우리 숙소 옆집 덩치 큰 덕구 녀석도 따라나섰으니 그야말로 개구멍 일가족일세.
캐면서 자잘한 것은 언제든 내버려둔다. 자잘하니 다듬기도 어렵고 또 얘들이 자라야 더 씨를 퍼뜨리기도 할 테니까 '싸그리 캔다'는 카지노 쿠폰 사전에 없다. 안 그래도 넉넉한 인심으로 숲이 내어주는 것들을 공짜로 받아먹는 주제에 싹쓸이는 언감생심.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땅을 보다 하늘을 보다 숲을 거닐며 거니는 것 자체만으로도 하루를 버는 기분이다. 오르는 길에 부목을 한 어린 벚꽃들이 그제만 해도 진분홍으로 통통하게 영글었더니 오늘은 조금씩 더 많이 벌어지고 있었다. 감탄이 벚꽃길로 이어진다.
그저께는 사장님이랑 둘이만 걷다가 우릴 살짝 피해 달아나던 상큼한 노루와 눈이 마주쳤다. 저만큼 달려가더니 우릴 보고 얼음 땡! 한다. 괜찮아, 우린 널 안 해친다고! 소리치면 알아듣겠냐만 우리는 한참 바라보다 팔을 흔들고 헤어져 걸어왔다. 한참 걸어내려 가는데 오른쪽 둔덕에서 갑자기 후다닥 움직이는 것들이 보인다. 수시로 만나는 꿩과 소리가 다르다. 고라니 소리도 아니다. 앗! 2,30여 마리 노루가 떼로 달아난다. 우와! 우리는 입이 떡 벌어졌다. 그동안 한 두 마리는 수시로 보아왔지만 이렇게 무리 지어 다니는 모습은 처음인지라. 저희도 놀랐는지 산마루로 올라서서 귀여운 두 귀를 쫑긋 안테나 세우고 네댓 마리는 우리를 계속 지켜본다. 카지노 쿠폰 그들을 바라보는 건지 그들이 우릴 바라보는 건지, 관찰자가 누군지 헷갈리는 순간이다. 인간을 처음 본 건 아니겠지. 새끼들인지 좀 작은 녀석들은 꼼짝 않고 바라보는 세 마리 앞에 알짱거리며 거닌다. 카지노 쿠폰 자릴 뜨지 않는 한 저희도 자릴 뜨지 않겠다는 듯 망부석이 되어 바라본다. 그래, 카지노 쿠폰 가마. 너희들의 영토에 카지노 쿠폰 얼른 지나가 줄게.
무리 지어 뛰어다니는 모습을 한 번이라도 더 눈에 담아보려던 욕심을 버리고 다시 발을 뗀다. 설렌 순간이었다.
어제와 오늘도 어김없이 노루를 만났고 꿩도 바로 곁에서 후드득 둔탁하게 나르는 걸 보았다. 카지노 쿠폰 동네에서 고라니랑 꿩은 수없이 마주쳤지만 노루는 잘 못 봤었다. 멀리서 보면 비슷하지만 엉덩이에 하얀 털이 보이면 영낙없이 노루다. 고라니 소리는 깩깩, 끼익끽 희한하게 뭔가 긁히는 듯한 소리라 귀를 찢고 노루는 악기에 비유하면 첼로소리에 가깝다고 할까, 속에서 울려오는 소리가 좀 더 짧게 컥컥 낮은음으로 통을 울려 나온다. 덜 거슬린다. 다른 파장으로 자기 식구나 종을 알아보는 거려니 짐작한다.
네이버에 찾아보니 고라니는 귀가 둥글고 큰데 노루는 귀가 위로 뾰족하게 서있으며 고라니는 코 주위에 흰 띠가 나 있다고 나온다. 고라니는 암수 모두 뿔이 없는데 수컷 노루는 뿔이 있다. 젤 쉽게 알아보는 차이는 역시 쫑긋 귀와 흰 궁둥이다. 노루궁둥이 버섯을 생각하면 된다.
어제는 우리랑 달래 캐러 가던 조천 친구가 숫노루를 만났단다. 한 발 뒤에 서서 가던 나는 미처 보지 못했는데 낌새를 챈 덕구가 날쌔게 큰 덩치를 휘날리며 쫓아가지만 다행히 놓쳤다. 휴~ 우리가 대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사람에겐 무한 애교를 부리는 녀석이 다른 동물을 만나면 본능적으로 튀어나가는 걸 보면 역시 사냥은 본능인가 보다. 자유견인 덕구는 '산책 가자' 소리만 들리면 귀를 펄럭이며 고개를 크게 한 바퀴 돌리고 몸을 펄쩍 날려 앞서 달려 나가곤 한다. 우리가 개구멍 산책을 나서서 가다 보면 동물의 왕국이다. 다채로운 새들의 노랫소리는 언제나 함께 따른다. 이러니 개구멍 산책이 신날 수밖에.
어제는 달래 캐느라 두 시간 반 이상을 돌아다녔다. 제법 뻐근했다. 나중엔 커다란 나무 등걸에 앉아 다리 쉼도 하며 놀기도 했지. 캐온 달래는 같이 다듬어 달래장을 더 만들어 어제는 시래기 비빔밥을 해 먹고 오늘은 앞방 언니가 캐온 쑥과 우리가 같이 캐온 달래, 거기다 오늘 사장님과 둘이 산책 갔다 심봤다! 하며 캔 고사리 한 줌까지 데쳐 넣고 부침개를 했다. 청소하러 온 아는 동생도 밥 동지였다. 우리 집에서 농사지어 꾸러미로 보내준 유기농 밀가루에 쑥이며 달래, 고사리까지 썰어 넣은 부침개, 아 거기다 집에서 보내온 유정란까지 두 알 넣고 잘 버무려 소금 한 꼬집만 넣고 고소하니 부쳐 달래장에 찍먹! 안개비 오는 오늘 딱이었다. 감잣국 끓여 놨던 거에 부침개, 사장님이 남은 반찬과 맛있게 담근 김치까지, 우리 매일이 잔치잖아. 뱃살일랑 나몰라라다.
가정을 버리고 집을 나온 나는 카지노 쿠폰에서 신났다. 날개가 막 돋는다.
개구멍을 통과해서 일러나?
울 신랑과 막둥이 아들, 미안! 나 없어도 잘해 먹고 있겠지? 일 년만 참아요!
이 밤 침 꿀꺽 삼키려나? 다들 안녕! 나도 안녕하다우.
오늘도 오전은 각자 지내고 점심 함께 먹고 이런저런 일이 생겨 오후 5시에나 사장님과 같이 출발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