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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유상 Apr 06. 2025

쓰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 되기까지

11. 집에서 제주까지

2025년 1월 13일.


드디어 출발의 날이다. 식구들과 점심도 든든히 먹고 출발하기 전,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 낮잠을 청했다. 중요한 일이라도 기다리고 있듯. 한 번의 포옹과 덕담을 앞두고.


그는 침대에서 나는 거실 소파에서. 그는 나지막이 코를 골았고 나는 눈을 가리고 누웠으나 눈만 감고 있었다. 역시나 잠은 찾아오지 않았다. 두근거림과 설렘과 불안이 섞인 묘한 탕약이라도 마신 기분이었다.


짐 일부는 정 씨 부자가 나르고 반쯤은 내가 날랐다. 막판까지 짐을 싸서 나르고 보니 조수석까지 꽉 찼다. 쓸데없는 짐을 너무 챙겼나? 자칫하면 남편도 같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올 뻔했는데 그랬다면 앉을자리도 없을 뻔했으니, 휴 다행이다. 짐을 다 날라놓자 서로를 의식하고 바라보는 시간마저 영 불편할 거 같아 차를 미리 돌려놓았다.

이별은 짧을수록 좋으니까. 차를 마당에서 돌리는데 뭔가 부딪힌 느낌이 들어 뒤를 돌아보니 우리 집 트럭이네. 헐, 카지노 게임 사이트서 확인해 보니 다행히 슬쩍 부딪혀 뺑소니치기 딱 좋다. 식구들한텐 입을 다문다. 차를 돌려놓고도 빠진 게 있어 다시 챙겨 놓고 보니 냄편이 추운데 마스크 쓰고 가지 그러냐고 밖에서 시늉을 한다. 챙기긴 했지만 하나 더 부탁하니 가져다 창문 안으로 건네준다. '여기까지 짐이 꼭 찼네'하며 놀란다. 같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간다고 해도 어려웠을 거 같았겠다+우리 각시가 정말 일 년 살이 작정했구나를 동시에 생각하지 않았을까...


셀렘은 접어두고 달렸다. 광천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서천을 시작으로 함평천지휴게소까지 세 번을 쉬며 흐름을 타고 천천히 빨리 달렸다. 목포까지 예정 소요시간은 우리 집에서 2시간 40여분이었지만 일부러 아주 여유 있게 출발했다. 전날 잘 못 잤으니 짬짬이 휴게소에서 쉬고, 우동 먹는 시간이며 셀프주유까지 도합 4시간 못 되게 도착. 혼자 다닐 생각을 하며 셀프 주유도 익숙하게 할 수 있게 기억해 두었고, 이미 차량점검도 덕산 아는 친구네 가서 해 두었다. 마지막 승선까지 7시간도 더 남았으니 여유만만하다. 여객선 승선장에 일부러 한 번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잠시 주차하고 숨을 고르는데 누가 창문을 두드린다.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된다였다. 미리 도착해 카지노 게임 사이트와 있는 게 허용되지 않았다. 뭔 이유가 있겠지. 다시 나가 근처를 어슬렁대다 모텔 골목에 댔다. 예전 내가 살던 수도공동체, '예수의 작은자매들의 우애회' 주소를 까먹어 유달산 근처를 가볼까 하다 근방을 검색해도 자매회는 나오지 않았다. 부산자매회도 폐쇄됐는지 연락을 받지 않는다. 아는 자매 휴대폰이 있어 메시지를 날렸더니 한참만에 답이 왔다. 로마 본원에서 공부 중이라며 목포자매회는 광주로 옮겼다고.


30년이 훌쩍 넘은 아득한 세월로 흘러가던 기억이 메시지 답변으로 뚝 끊긴다. 아, 그랬구나. 결혼하고도 10여 년은 왔다 갔다 했지만 그 뒤론 차츰 연락 않고 지냈더니 삶의 길이 갈렸구나.


CU로 가서 일부러 잘 쓰지도 않는 치실과 자일리톨껌을 사고 화장실을 묻는다. 화장실을 다녀와 휴대폰충전을 빌미로 한 삼십여분 앉아 있었다. 주로 배 타려는 이들이 간식을 사러 온다. 간혹 소주파 아저씨들도 오고 학생들도 온다. 일하는 분이 그 다양한 요구에 참 친절하다. 여기 제주 와서 독서모임 덕에 읽었던 <불편한 편의점이 떠오른다. 사소하고 서로 다른 욕구들이 섞여 다녀가고 머무는 공간.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공간이 주는 따뜻함과 친절. 나도 그 무심한 친절 덕분에 늙어서 자주 전기밥을 먹여야 하는 휴대폰 배터리를 90프로까지 올리고 나서야 감사하고 일어선다. 9시가 다 되어간다.


생각보다 일찍 와서 헐렁하게 기다림 없이 바로 들어가 고래입 속 같은 배 1층에 차를 댄다. 차와 사람이 타는 구멍이 다르다. 간단한 손가방에 물병을 넣어 들고 밖으로 빙돌아 나와 다시 고래뱃속 객실로 찾아든다. 일렁이는 바닷물을 안에서 내려다보니 드디어 떠남을 실감한다. 카톡 안에 친구들이 내 대신 미리 설레준다.


10시 반쯤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달고 객실 다인실 침대칸으로 카지노 게임 사이트와 오목하니 눕는다. 커튼까지 치고 나니 여기가 미래의 관인지 내 방인지 모르게 편안하다. 아, 나는 무얼 찾아 떠나는가? 잠시 멜랑콜리가 끌어올리는 이불보와 함께 나를 덥는다. 잠은 설렘보다 더디오는가.


웅웅 거리는 화기에 옷을 자꾸 벗는다. 허물을 벗는다. 집보다 훨씬 따시다. 어느 결에 몸을 흔드는 진동으로 출발을 짐작한다. 비로소 떨림이 설렘으로 바뀌는 순간. 부르르부르르 일정한 진동 말고 좌우로 떨리거나 흔들림이 다를 때, 문득 이렇게 수백 명이 수장될 수도 있구나... 4.16이 떠오르고 많은 기억이 떠올랐다 사라진다.


꺼풋 사루잠이 들었다. 밤을 도와 새벽 바다 창시를 가르며 거대한 배가 나아간다. 밝아오지 않은 어둠 안에 웅크린 새벽이 무에 그리 궁금하다고 초록 아래 주황 깜빡임이 반복되는 등대 손짓 따라 어미배가 나아간다.


요렇게 보드랍게 도착해도 되는가?

고요히 배는 이어도에 닻을 내린다.


차를 가져온 카지노 게임 사이트만 먼저 차로 가 있으라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알림 깜빡이는 반짝인다.

수신호와 안내를 따르는 약속, 약속이 가물거리지 않는 또 다른 땅에 드디어 새 발을 딛는다.


처음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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