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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유상 Apr 08. 2025

쓰는 카지노 게임이 되기까지

12. 나를 들썩이는 자발성


(21년 2월에 쓰기 시작했던 글 오늘 완성.)


막내 친구들이 1박 2일 머물고 다녀간 아침.

어제 내가 나가서 썬라이트 주워 모으며 청소하는 걸 본 냄편은 오늘도 함께 일하기를 기대하는 눈치. 나는 다른 일이 있다고, 집안 정리한다고 말함. 모처럼 산 돌침대가 언제 들어올지도 모르는데 미리 정리해야 한다니까, 그거 그냥 말아 한구석에 치워놓으면 되지, 한다. 내가 자기랑 같이 치웠으면 좋겠어? 한 마디 묻고 싶었으나, 친절하지 않게도 나는 묻지 않았다. 대신 막내 유영이에게 ‘아빠 기다리신다'하고 슬쩍 토스한다. 나도 나가서 일하는 거 사실 좋아한다, 집안일 보다. 하지만 설거지와 손님맞이 청소 등이 기다리고 있다. 이럴 때 선택을 하게 된다. 근데, 설거지. 나중 해도 되긴 하다. 큰일 날 것도 없고. 그냥 밖의 일, 내가 능동적으로 하고 싶을 때 하고 싶은 거뿐이다. 그가 시켜서 하는 게 싫을 뿐이다. 차라리 아무 말 안 하고 유영이한테 밖에 비닐 치우자고 했더라면 나도 슬그머니 따라 나갔을지 모른다.


나는 뭘 싫어하는 거지? 아니, 뭐가 중요한 거지? 생각해 보니 자발성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움직임의 동기는 자발성, 자기 선택권, 그것이 나를 춤추게 하고 신나게 한다. 자발성은 나를 움직이게 하는 기초연료이자 추진력과 지구력까지를 만들어주는 밥이다. 이 밥을 먹어야 나는 덩실거리며 움직일 수 있다.


잠깐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본다.


나는 청개구리였다. 우리 집 막둥이가 미운 4살 지나 6,7살 때 뒤늦게 청개구리로 변신한 데는 엄마 유전자가 들었는 모양이다. (브런치 글: 아이들을 키우며 2. 마주이야기-청개구리 참조) 나는 엄마가 뭐라고 시키면 무조건 일단,‘싫어’였다. 방 청소를 마침 하려 했는데 엄마가 내 방을 삐끔 열고 청소 좀 하지, 여자 애 방 꼬라지가 그게 뭐냐 하면 ‘싫어’라청개구리 답이 먼저 튀어나갔다. 여자애 방은 깔끔카지노 게임 남자애 방은 안 깔끔해도 괜찮다는 거야 뭐야, 심술보 작동이다. 제발 가만히 좀 내버려 뒀으면... 그럼 어련히 알아서 하려고, 나도 그 정도는 다 알고 있고 임계점에 다다르면 스스로 움직인단 말이지, 하는 미운 마음이 쑥 올라와 반대부터 카지노 게임 보는 거였다.

내가 잘 안 해서 그렇지 나도 한다면 한다구요.

무엇이든 솜씨가 좋았던 엄마는 내게 여자는뭐니 뭐니 해도‘마음씨, 맵씨, 솜씨’ 이 3 씨가 좋아야 하는데 넌 하나도 해당사항이 없다고 면박을 주곤 했다. 고집이 세다마음씨 나쁘다 했고(난 엄마야말로 고집 장난 아니거든요! 카지노 게임 지지 않고 대들었다. 난 엄마의 마리오넷 인형이 아니라구욧), 중학교 때 가사시간에 블라우스 만들기 하다 보면 숙제하기 싫어 솜씨 좋은 엄마한테 휙 집어던지며 엄마 이것 좀 꼬매 줘카지노 게임 넘겼으니 솜씨도 꽝. 요리를 가르치고 싶어서, 유상아 이럴 때 이렇게 카지노 게임 저렇게 카지노 게임~~ 요리할 때마다 가르쳐주려 하면 ‘아, 됐어, 한 번만 더 들으면 백 번이야, 내가 득천하겠다’며 고갤 획 돌리고 말았다. 맵씨는 진즉에 포기했고.


엄마는 내가 초등학교 들어갈 때부터 세일러복이며 하얀 원피스에 검정멜빵치마를 단정하게 만들어 입혔고 나중엔 은행 다니던 언니가 옷을 사주곤 했으니, 긴 양갈래 머릴 땋아준 엄마와 언니 덕에 나름 깔끔하게 카지노 게임 다닌 거 같다. 20대, 대학교 들어서면서부터는 청바지에 티, 잠바 떼기나 랜드로바류의 운동화로 다녔으니 엄마는 애가 탔다. 저 숱도 많은 놈이 머릴 산발카지노 게임 남자처럼 입고 다니는 것도 꼴 보기 싫어했다. 지금처럼 브랜드가 다양하지 않았을 때라 간혹 양장점에 가서 옷 좀 맞춰주겠다고 끌고 가려하면 기어코 버팅기는 나는 마음씨+맵씨도 엄마 마음엔 꽝이었다.


나는 외모에 도통 관심이 없었다. 아마 백퍼는 아니지만 90프로쯤? 내가 어떤 카지노 게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돌아서서 상대와 나누었던 말은 다 기억하지만 그가 입은 옷, 머리스타일이 도통 기억나질 않았다. 쪽을 지던 엄마가 머릴 짧게 자르고 파마까지 하고 왔는데도 뭐 달라진 거 없냐는 엄마의 물음에 아버지는 도통 달라진 걸 낌새도 못 챘다며 서운해했는데, 아마 그 유전자가 나에게도 있었던 모양이다.


아니, 그땐 그런 줄 알았다. 아니었다.


나는 무엇보다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던 거였다.

상대가 하는 말에 귀 기울이느라 외적인 것에 맘 기울일 에너지가 없었던 것뿐이었다. 뒤늦게 알았다. 50대가 지난 어느 때부턴가 돈을 많이 들여서라기보다(그럴 돈도 없고) 옷을 주워 입어도 스타일리시하게 입는 편이 되었고 남자든 여자든 그렇게 입는 카지노 게임을 좋아하고 기억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상대가 머리를 길었다가 짧게 자르거나 뭔가 확연히 변장처럼 달라진 외모로 나타나도 못 알아줘서 서운케 한다는 걸 알아차리고 나서 아차 싶어 기억 저장소에 하나둘 입력하게 된 게 계기였다. 그리고 가만 보아하니 멋있게 입는 카지노 게임은 자기만의 스타일에 대한 이유가 있고 그걸 본인이 알고 있다. 결국 그림이나 글이나 조각이나 그 어떤 예술행위도 내면의 외적표현이지 않은가? 스타일을 가꾼다는 건 내면에 웅크리고 있을 시절엔 꿈도 못 꾸었고 애 키우고 바쁘게 농사지을 때도 관심조차 없었지만, 그 시기가 지나고 나서 자신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거에 관대해지기 시작했다. 첫사랑이 내게 남긴 말 중 기억나는 말은, 아모레 화장품 선전에서 예전부터 내걸었던 문구 ‘카지노 게임을 아름답게, 세상을 아름답게’였다. 국문과답다. 나는 도통 화장은커녕 선크림도 안 바르는 여자였고 (이지만), 여기 제주에선 강한 자외선과 바람 덕에 가끔은 선크림을 바르기도 한다(결국 매일은 안 한다는 뜻^^). 어느 틈에 화장하는 카지노 게임에 대한 반감이 없어졌고 화장해서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가끔은 즐길 줄도 알게 되었다. 라인댄스를 배우고 공연을 하면서 며느리가 찍어 발라주었고 큰아들 결혼식 때 큰 조카가 나를 이쁘게 화장해 주었다. 화장품 자체가 사둔 게 없어 안 할 뿐이다. 화장을 안 하면 머리를 짧게 잘랐을 때와 마찬가지로 삶이 단순해진다. 내가 비중을 두는 건 그런 삶에 기초하고 있다. 단순한 삶.


잠깐 곁길로 새자면 충남 홍성군 시골 마을, 홍동에 와 30년간 살면서 숱한 귀농귀촌 여성을 만났는데 처음엔 화장 안 한 얼굴을 부담스러워카지노 게임 놀라워하던 이들이차츰 마을 분위기에 동화되어 여기살수록 화장을 안 카지노 게임 맨 얼굴의 자유를 느끼며 즐거워한다. 브래지어를 안 하는 것과 비슷하다.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삶을 추구하는 성향이 만들어준 공통분모라고나 할까. 맨얼굴이 맨얼굴을 알아보고 포장 안 한 정신을 서로 알아본다.


뭘 하고 안 하고는 결국 선택이고 그 선택에서 자율성과 분명한 자기 의지가 있다는 게 중요하고 그럴 수 있는 삶을 만들어가는 주체가 되어 뿌듯하다.


오늘도 나는 바람 부는 제주, 따뜻하나 제법 거센 바람이 고사리를 바싹 말려주는 날, 세 달 가까이 살았던 내 침구를 싹 다 빨아 바람에 바싹 말린다. 맨 얼굴로 계속 들락날락하며 빨래를 바깥에 넌다. 여기 숙소 세탁실에 수북이 쌓여있던침구도 함께 빨아 넌다. 바람에 펄럭이는 빨래가 예술이다.


내일 서울 신고 갈 운동화도 모처럼 빡빡 문질러 빨아 제주 바람에 맡긴다. 숲길 걸어 신발 볼들이 살짝 회색빛 띠던 녀석들이 말간 얼굴로 보송보송 말라간다.


나를 제주 바람과 햇살에 맡기우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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