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주인 되기
오늘은 토요일. 요한이 점심으로 감자 프라이를 해주겠다고 해서, 나도 오랜만에 특별한 계획 없이 좀 더 느긋한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요한의 요리 과정을 보고 싶어 공용 키친으로 따라가 그가 요리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처음엔 감자를 직접 깎아 튀기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마트에서 채 썰어 미리 튀겨 냉동한 감자칩을 구입해 오븐에 데우는 간단한 방식이었다. 거기에 약간의 소스만 더하면 완성이라 어렵지 않아 보였다. 한 번만 봐도 충분히 따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국내 패스트푸드점에서 먹는 감자튀김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점심 준비 중, 한국에서 나와 비슷한 시기에 몰타에 온 중년의 여인으로부터메시지가 왔다. 일주일 전, 아프리카 가나에서 온 남자 지인이 주말이라 심심하다고 하자, 그 여인은 오늘은 쉬고 내일 외출할 계획이라며 나에게 대신 그를 데리고 나가 줄 수 있는지 물어본 것이었다.
사실 난 그를 본 적도 없고, 신상에 대해서도 전혀 몰랐다. 요한을 따라다니며 몰타를 익히는 입장이라 계획도 없었고, 처음 보는 사람을 데려간다는 게 솔직히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요한에게 시내에라도 나가보자고 제안하자, 요한은 슬리에마로 가서 페리를 타자는 좋은 제안을 해주었다.
요한도 그 가나 친구가 궁금한지, 전에 만난 적이 있냐고 물었고, 처음 만나는 사이라고 하자 살짝 걱정하는 눈치였다.
우리 둘 다 어색한 동행을 그다지 원치 않았지만, 잠시 고민 끝에 같이 외출하기로 결정무료 카지노 게임. 그냥 한국 친구에게 솔직하게 말하고 거절했으면 좋았을 걸, 괜한 오지랖이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점심을 먹고 약속 장소에서 가나 친구를 만났는데, 역시 흑인이었다. 한국에 있었다면 편견 때문에 쉽게 다가가지 못했을 텐데, 이미 소개받은 이상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요한과 헝가리 친구 발린에게도 소개했다. 영어는 유창하지 않았지만, 나보다는 나았고, 다만 발음이 익숙하지 않아 몇 번씩 되물어야 했다.
그의 이름은 ‘무료 카지노 게임’. 이름만 듣고도 이슬람 신자일 것 같아 물어보니, 맞다고 한다. 나와 요한, 발린은 평소에 자주 보며 친해졌지만, 무료 카지노 게임까지 함께하니 오늘은 뭔가 색다른 기분이었다. 그래서 좀 더 특별한 이벤트를 해보자 싶어, 기숙사에서 버스로 10분 거리인 관광지를 구경하고, 페리를 타기로 무료 카지노 게임.
몰타의 슬리에마에서 발레타로 가는 페리는 편도 5유로인데, 학생 신분이면 무료다. 오늘처럼 날씨가 좋은 날엔 딱이었다. 페리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성수기라면 한 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우리는 꽤 기다린 후에 배에 올랐고, 곧장 출발무료 카지노 게임. 짧은 10분 정도의 거리였지만, 관광지라면 어느 정도 설명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와는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다 대화가 끊겼다. 영어 실력이 아직 부족하니 대화 주제가 금세 바닥이 난다. 결국 "어디서 왔냐, 나이는?, 공부는?, 결혼은 했냐?, 자녀는?" 같은 기본 질문을 지나고 나면 할 말이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다 문득 그가 온 나라, 가나에 대해 알아보고 싶어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봤다. 가나는 인구 약 2,500만 명에, 1874년부터 영국의 식민지였다가 1957년 독립했다고 한다. 종교는 70%가 기독교, 16%가 이슬람교라고 한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이슬람 인구가 적은데도 왜 이슬람 신자인지 묻자, 그는 자신은 왕족이라고 대답했다.
조금 놀랐지만, 유럽에서 연수를 하고 있는 걸 보면 단순한 허풍 같지는 않았다. 실제로 가나의 1인당 GDP는 약 3,300달러로, 콜롬비아(약 14,600달러)나 한국(약 44,600달러)에 비해 한참이나 낮은 편이었다. 그런 환경에서도 유학을 온 걸 보면, 왕족이라는 말이 그럴듯해 보였다.
요한과 발린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니 둘 다 무료 카지노 게임움을 감추지 못했다. 역시 사람은 겉으로만 보고 판단할 수 없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오늘도 “사람을 외모나 첫인상으로만 평가하지 말자”는 교훈을 얻었다.
외국 생활을 하면서 한국에서 갖고 있던 좁은 시각이나 고정관념을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한국식 사고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려는 건 어쩌면 무리일지도 모른다.
내일은 일요일. 요한에게 점심으로 비빔밥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아침에 수영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아시안 마트에 들러 한국 쌀과 간단한 밑반찬을 살 생각이다.
비빔밥은 원래 한국에서는 반찬 없을 때 고추장 하나만으로도 뚝딱 만들어 먹는 음식이지만, 외국인 친구들에겐 고추장과 김치의 자극적인 맛이 어쩌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어떻게 하면 이들에게 비빔밥을 맛있게 소개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본다.
단순한 한 끼가 아니라, 한국 음식의 정성과 따뜻함이 전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