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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글 Jan 28. 2025

카지노 쿠폰 좋아서, 카지노 쿠폰 좋지 않아서.

후회는 언제나 서성이다 해보지 못한 것들 때문이었다.

스물한 살 때였나, 우리 아빠의 말을 빌러 ‘개나 소나 다 붙는' 운전면허 필기시험을 보러 가던 카지노 쿠폰었다. 나는 개나 소보다 못한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더 필사적으로 운전면허 필기시험 책을 달달 외웠다. 우리 집에서 필기시험장은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가야 할 정도로 거리가 멀었다. 대학교 동기와 시험을 마치고 나왔을 때, 아빠의 말과 달리 결과를 알리는 전광판에 합격자와 불합격자의 수는 거의 비슷한 비율이었다. 다행히 친구도 나도 개나 소보다 못한 인간은 되지 않았다. 합격이었다.



시험장을 나서니 친구의 아빠가 비가 와서 데리러 오셨다고 했다. 그랜저 신형이었다. 매끈한 갈색의 가죽시트는 열선으로 데워져 따뜻했고 추위로 덜덜 떨던 몸은 노곤해졌다. “우리 딸 장하다. 운전면허 필기시험을 한 번에 합격하다니”라며 맛있는 거 사 먹으라고 10만 원짜리 수표를 친구에게 건네셨다. 운전면허 필기시험도 통과 못카지노 쿠폰 바보가 어디 있냐는 우리 아빠의 말이 떠올랐다. 이 별것도 아닌 시험에도 저렇게 칭찬을 받는구나.



선행학습은 해 본 적도 없고 현행 학습도 겨우 따라가던 나는, 초등학교 3학년 겨울 방학식날 어떻게 된 일인지 성적우수상을 받았다. 처음 받아보는 상이었다. 친구들이 방학도 했으니 운동장에서 놀다 가자는 걸 뿌리치고 한 걸음에 집으로 내달렸다. “엄마, 아빠, 나 상 탔어!!!” 아빠는 TV를 보며 대꾸도 하지 않았고, 엄마는 “으응, 잘했네. 얼른 손 씻고 밥 먹자.” 하며 마저 상을 차리셨다. 우리 집은 그랬다. 내가 미술대회에서 상을 받았을 때에도, 학교 대표로 수학경시반에 뽑혔을 때에도, 하다못해 학부 내내 전장학금을 받았을 때에도.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집에는 차가 없었다. 승용차를 타 본 일이 거의 없어서, 자동차가 일정 속도 이상 달리면 자동으로 문이 잠긴다던가, 고속도로에서는 창문을 열고 달릴 수 없다는 걸 20대나 되어서야 뒤늦게 알았다. 그러니, 비가 오는 날 차로 나를 데리러 와 줄 사람은 없었다. 아빠는 아팠고, 엄마는 일하느라 바쁘셨다. 내가 스스로 우산을 챙기지 않으면 친구의 우산을 빌려 써야 했고 이도 저도 아니라면 잠시 비를 피했다가 비가 어느 정도 잦아들었을 때 카지노 쿠폰 힘껏 뛰어서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비가 오는 날은 되도록 물이 고인 웅덩이를 밟지 않으려고 바닥에 시선을 고정했다. 장화는커녕 오래 신은 신발은 몇 발자국만 걸어도 늘 물이 들어차 양말의 발가락 부분이 축축해졌다. 식구는 많은데 집에 변변한 우산이 몇 개 없어서 살이 나가 비좁은 우산으로 겨우 머리만 가렸고, 바람이라도 세게 부는 카지노 쿠폰면 우산이 뒤집어져서 옷의 앞 섶이 다 젖어서 돌아오곤 했다. 비 오는 날, 발은 늘 축축했고, 옷이 젖어서 추웠다. 그러니 비가 오는 날을 싫어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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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 소나 다 붙는‘ 운전면허 필기시험 하나 보러 왔을 뿐인데, 비가 온다고 아빠가 데리러 오는 것도 충격이었는데, 칭찬에 용돈 세례라니. 따뜻하게 데워진 시트에 몸을 기대 바라보는 세상은 보송보송하고 따뜻하고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했다. 그때, 보도블록 위를 걸어가던 학생의 허벅지까지 젖은 청바지와 찌푸린 표정을 보지 못했더라면, 빗속을 걷는 사람들이 날씨와 씨름카지노 쿠폰 속사정도 잊은 채 그저 낭만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만큼.



갓 대학교를 입학한 신입생 때는 다들 꾸미는 법을 몰라 비슷비슷했다. 민낯에 운동화를 신은 새내기들의 말간 얼굴. 하지만 2학년, 3학년이 되자 각자의 생활이 점점 드러났다. 화장을 하고 브랜드 옷을 입고 뾰족구두와 핸드백을 들고 다니는 친구와, 후드티에 운동화를 신고 에코백을 들고 다니는 친구. 다양한 해외여행이나 어학연수 경험을 쌓는 친구와, 학비를 벌기 위해 늘 바삐 총총거리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


서글픈 것은 곱게 자란 사람은 어딜 가든 더 고운 대접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여유가 있는 친구는 대접받는 게 익숙했다. MT에 가서도 무거운 게 있으면 들어달라고 했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쉽게 부탁했다. 반면, 나는 갚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를 도움을 받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누군가에게 부탁하기보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스스로 해결카지노 쿠폰 게 마음이 편했다. 성격이 팔자라고 하지만 그 성격조차도 어쩌면 경제적 여유에서 나온다는 게 씁쓸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정에서 태어난 것이 이미 팔자이거늘. 그 경제적 여유에서 나오는 성격이 팔자라는 말은, 팔자가 팔자라는 동어반복인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곱게 자란 이들이 마냥 부럽지는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누군가에게 기대어 서있는 것 보다야 스스로 설 수 있는 게 좋다고 생각했으니까.



문제는 기회의 차이였다. 나는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를 감당할 여유가 없었다. 학부를 수석졸업 할 수 있었던 데는 어려운 형편에 전 장학금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작용했다. 단순히 재미와 흥미만으로 수업을 신청할 수는 없었다. 선택에 앞서 머릿속으로 학점을 잘 받을 수 있는 과목인지 미리 계산해 보았다. 그림이나 사진에 관심이 많으면서도 관련 동아리를 선택하는 걸 망설인 이유는 부대비용이 들고 취업에 별로 유리한 경험이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사실 모든 걸 완벽하게 잘 해내는 사람 보다 더 부러운 건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 여유를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 성공여부를 걱정하지 않고 그저 자신이 원하는 걸 선택하고, 다른 사람들의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하며 해실해실 웃을 수 있는 여유.



나이가 들수록 선택의 갈림길에 놓일 때마다 내가 가장 고려한 것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보다 해 낼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였다. 그러니까 승률이 높은 게임에 도전하려고 했다. “요즘 애들은 일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도 연봉만 따진다며? 왜들 그렇게 욕심만 많은지. 쯧쯧. ” 평소에 진보성향을 갖고 계신 교수님이 열정페이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게 말씀하셨을 때는 기가 찼다. 당장 성과를 낼 수 없는 일에 오랜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여유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걸 왜 모르실까? 변변한 급여도 없이 누군가에게 의지하며 생활하는 것이 언제까지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는 걸까? 더욱이, 한 학기에 몇 천만 원 하는 국제학교에 다니는 당신의 자녀들이 열정페이 몇 푼을 받고 일한다고 해도 저렇게 말씀하실 수 있을까?



다들 똑같은 기회가 주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했다. 밑도 끝도 없이 도전해 볼 여유가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선택지가 있는 것처럼 보일 뿐, 왜 너만 생각하니? 그 선택지는 너에게 사치야, 그러니까 욕심을 버려! 한 때 유행했던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시키는 대로 해)’의 인생으로 느껴지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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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우리 아들이 노력하는 사람이 되길 원했다. 하지만 이율배반적 이게도 너무 노력만 하는 사람이 될까 봐 걱정하기도 했다. 혹여 내가 다른 부모들만큼 경제적으로 지원해주지 못한 것 때문에 아이가 실패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무리해서 노력만 하는 사람이 될까 봐. 뻔히 좋아하는 일이 있는데도 승률만 생각해서 자신이 원하는 걸 선택할 수 없는 사람이 될까 봐.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이제 겨우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아이는 스스로를 잘하는 아이들과 비교하며 조바심을 낸다. "엄마! 친구들이 나 수학 못한다고 놀리는데?." "엄마 나 인라인 대회 나가서 상 못 받으면 어쩌지?" 어차피 노력해도 소용없을 거라며, 도전했는데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면 어떻게 하냐며, 벌써부터 걱정을 한다. 아직, 너의 앞날은 이렇게나 창창한데. 어떤 아이는 선행학습을 하고, 어떤 아이는 내로라라는 학원에 다닌다. 이제 출발선에 선 너에게 그런 도움을 받으며 저만큼 멀리 뛰고 있는 친구들이 아득해 보일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와 비교하지 않는다면 너의 인생만을 두고 볼 때 늦은 때라는 건 없다. 꼭 잘하지 못하더라도 노력만으로도 의미를 발견할 수 있고, 잘 안되면 다른 걸 도전해도 그만일 테니까.


나도 줄곧 남들보다 뒤처질까 봐, 다시 일어설 기회가 없을까 봐 전전긍긍했었다. 늘 늦은 것 같았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그때는 빠를 때였다는걸 깨닫곤 했다. 그건 초등학생 때뿐만이 아니었다. 한 참 재취업을 하려 했던 30대의 나이는 새로운 길로 들어서기엔 너무 늦은 나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뭐라도 시작할 수 있는 나이였다. 아이를 낳고는 애 엄마가 뭘 할 수 있겠냐고 체념했지만 그때는 지금보다 7년이나 젊을 때였다. 원하는 걸 선택하기에 늦은 때는 없다는 걸 왜 그 당시에는 알지 못할까? 한 참 시간이 지난 후 생각해 보니 성공의 확률이 높은 선택지를 택했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었다. 성공은 어느 정도는 운의 영역이고, 무모하게 도전했으나 실패했다고 해서 그 선택이 후회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후회는 언제나 저질러서 실패한 것이 아니라, 서성이다 해 보지 못한 것들 때문이었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했기 때문에 후회카지노 쿠폰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들에 가로막혀 시작조차 하지 못했던 길을 후회했다. 그러니 승패에 연연하지 말고 가고 싶은 대로 가보는 게 낫지 않겠어?



오후 2시면 아이가 피아노 학원에 가야 하는 시간이다. 얼굴이 발갛게 얼어붙어 몸을 웅크린 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니 제법 추운 카지노 쿠폰다. 하지만 날씨가 춥다는 이유로 굳이 차로 데려다주지는 않기로 한다. 결과에 상관없이 그저 해실해실 웃는 아이로 키울 수 있다면 좋겠지만. 여유라는 것은 언제나 상대적인 개념이고, 언제까지고 아이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부모가 제공해 줄 수는 없을 테니까. 하루 이틀 추운 날씨를 피하게 해 준다고 해서 평생의 추위를 막아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차로 실어 나르는 대신 이 정도 추위쯤은 견뎌낼 수 있는 체력을 길러주는 것이 부모의 몫일 것이다.



햇빛이 쨍쨍해야만 행복할 수 있다면 우리는 행복한 카지노 쿠폰 몇 날 되지 않을 것이다. 비가 와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고 카지노 쿠폰 추워서 계획한 모든 걸 망쳤다고 말하는 대신, 비가 내리고 날씨도 추웠지만 나가봤더니 끝내주는 하루였다고 말하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한다. 네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전전긍긍하지 말고 가고 싶은 길로 나가보라고. 그래서 불확실성이라는 두려움 속에서도 나아갈 용기를 내보라고. 마냥 해맑기만 한 사람이 아니라, 창밖의 사람들이 얼마나 꿉꿉하고 쌀쌀한지도 공감할 수 있고, 너의 따뜻한 시트가 얼마나 감사한지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고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네게 하고픈 말은, 네가 승률을 계산해 보기 전에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는 용기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이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좌절하거나 가보지 못한 길을 후회하는 대신 자기 자신을 믿고 다시 일어서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그렇게, 그런 말들을, 아이에게 말해 주려다가, 그 말을, 지금의 나에게도, 해 주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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