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단히 기울이는 노력만이 우정을 지속시킨다.
네게 무심했던 시간들을 후회해.
내가 받은 생일 선물 중 손에 꼽히게 좋았던 선물은 기차 연필깎이였다. 당시 서른을 넘긴 직장인이었던 내가 연필깎이 선물을 받고 그렇게나 좋아했다니 모르는 사람들은 의아해했을 것이다. 그, 연필깎이가 몇 년 만에 고장이 났다. 어디서 고쳐야 하나, 그냥 새로 사는 게 나은가, 며칠을 고민하다가 집에 있는 연필이란 연필이 죄다 뭉뚝해져서 칼을 꺼내 대대적인 연필깎이 작업을 하다가. 문득, 그 카지노 쿠폰 생각이 났다.
내가 떠올릴 수 있는 장례식장의 모습은, 드라마 속 장례식장이 전부였다. 눈물에 젖은 조문객들이 낮은 목소리로 인사를 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통곡, 신음, 깊은 흐느낌 등으로 대변되는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묘지 앞에 서 있다. 장례를 치르고 돌아온 주인공이 일상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게 카지노 쿠폰들은 그의 슬픔을 위로한다. 만사 제처 두고 달려가, 카지노 쿠폰가 울면 말없이 등을 쓸어주고, 카지노 쿠폰의 술잔이 비면 술잔을 채워주고, 카지노 쿠폰가 화를 내도 그저 괜찮다고 말해주면서. 그 위로는 카지노 쿠폰가 다시 일어설 수 있을 때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실제 장례식장은 이와는 전혀 달랐다. 이미 나조차도 이곳이 우리 엄마의 장례식장이라는 게 믿어지지가 않았다. 상복을 입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영정사진을 놓는 제단 장식을 1단으로 할지 2단으로 할지, 조문객의 식사는 몇 인분을 신청할지, 끊임없이 선택하고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았다. 장례식장은 침울하다기보다는 오히려 떠들썩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이나 카지노 쿠폰들의 목소리로. 회사일이 너무 바쁘다거나 출산이 힘들었다는 근황을 전하기에 바쁜 카지노 쿠폰도 있었고. 고인의 뜻은 묻지도 않고 장지를 선산에 모셔야 한다 공원묘지에 모셔야 한다, 참견하는 친척들도 있었다. 영구차를 타고 나서야 하는 상주에게 회사 근조기를 잊지 말고 챙겨두라는 상사의 전화,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아빠의 재혼자리를 알아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어른들. 이래서 먼저 간 사람만 억울하다는 거지.
스물여섯 살의 나는,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죽음을 실감하지 못한 나는 슬픔을 억눌러 버리려고 했다. 내가 어떻게 알았겠나. 다른 누구도 아닌 엄마가 죽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슬퍼하는 대신 분노했다. 어째서, 엄마여야 하냐고. 단 한 번도 다른 사람에게 싫은 소리 하지 않고 선하게만 살아오신 분인데, 어째서, 갑작스럽게, 지금이냐고. 그런 나의 분노는 진정으로 애도하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 주변 사람들에게 옮겨갔다. 나에게 있어 우리 엄마의 죽음은 내 생이 끝나는 것과 같은 고통인데, 너희들은 어떻게 그렇게 웃을 수 있냐고. 왜 제대로 애도하지 않냐고.
주변사람들에게 화를 냈다. “장례식 후 처음 만난 건데, 나 만나고 바로 네 남자카지노 쿠폰 만날 약속을 꼭 이중으로 잡았어야 했니?” “너는 절친이라는 애가 장례식장에 와서 나를 통해 새로 알게 된 후배랑 선물 주고받을 시간은 있고 나한테 연락할 시간은 없니?” “취업준비한다고 바쁘다며 스터디원들이랑 회식할 시간은 있고 여자카지노 쿠폰 위로 해 줄 시간은 없니?”등. 평소 같으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 작은 일들에도 쉽게 상처받고 화가 났다. 사실은 나 자신에 대한 분노였을 것이다. 엄마에 대한 사무치는 후회와 그리움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 화를 냈던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드라마에서처럼 나의 슬픔을, 나의 분노를 잠자코 끄덕여 주지 않았다. “누구나 한 번은 겪는 일인데 너무 티 나게 다니지 마라.”는 상사도 있었고, “너네 엄마가 돌아가신 게 너무 믿기지 않아 너무 힘들다.”라며 먼저 연락을 두절하고 잠수를 탄 카지노 쿠폰도 있었다. 나도 남자카지노 쿠폰랑 헤어져서 슬퍼, 나도 취업준비로 힘들어, 나도 직장에 적응하느라 괴로워, 그러니까 모두 각기 다른 이유로 힘들지만 살아가고 있어. 너만 힘든 건 아니니까 힘내라는 위로들. 아무리 감정은 상대적인 거라지만, 손톱의 상처와 몸이 잘려나가는 상처가 같을 수는 없는 거 아니냐. 비교할 수 없는, 비교하면 안 되는 슬픔이라는 게 있는 거 아니냐. 엄마를 잃은 나는 어린아이 같은 마음이 돼서. 더욱. 화를 냈다. 이들의 무례한 위로에.
나만큼이나 나의 불행을 슬퍼해줄 거라고 생각했던 카지노 쿠폰들은, 나의 어두움이 깊어지자 나를 슬금슬금 피하는 것 같았다. 누구도 나를 일으켜 세울 의무는 없었음에도 사람들에 대해 기대했던 만큼 실망도 컸다. 내 시간을 그들에게 내어주듯이, 그들이 내게 내어주는 시간이 당연한 거라 착각했다. 내가 그들의 아픔을 나누어 주고 싶었던 것처럼, 그들도 나의 아픔을 나누어 주리라 기대했다. 그때, 그렇게 갑자기 엄마가 돌아가시지 않으셨다면 여전히 그렇게 믿고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이라면 이해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슬픔을 위로하는 데는 다양한 방식이 존재하고 그들도 그들 나름의 애도를 표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각자 자신들의 삶도 버거웠던 시절이니 만사 제처 두고 같이 주저앉아 슬퍼할 여력이 없었을 것이다. 떠들썩하게 모인 장례식장의 카지노 쿠폰들을 보며, “카지노 쿠폰가 이렇게 많으면 국회의원 선거 나가도 되겠다.”라고 친척 중의 누군가가 말했지만, 그뿐이었다. 내가 느끼는 인간관계의 성적표는 너무 초라했고, 내가 숨 쉴 곳이 없었다. 나는 벌겋게 벌어진 상처에 소금을 뿌려대는 사람들을 향해, 어차피 쭉정이 같은 인간관계라면 떠날 사람들은 다 떠나버려라 하는 마음으로 더 화를 냈다.
그때, 오랜만에 그 카지노 쿠폰를 우연히 만났다. 나름 긴 시간을 함께 한 카지노 쿠폰였다. 운전면허증도 컴퓨터 자격증도 같이 딴 카지노 쿠폰. 컴퓨터학원에 다닐 때 내가 기계치라 아주 기본적인 것조차 어려워하고 있으면 “엄청 쉬운 건데.” 라며 약 올려서 한소리 하게 만들던 카지노 쿠폰. “너는 상대방 기분은 생각 안 해? 눈치가 그렇게 없어서야.”라고 내가 타박하던 카지노 쿠폰.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오느라 소식을 뒤늦게 듣고 장례식장에 참석하지 못한 카지노 쿠폰였다. “괘씸하네, 늦게라도 알았으면, 못 가서 미안하다고 문자라도 해야 하는 거 아냐?” 그날도 그 카지노 쿠폰에게 그런 식으로 날이 선 말을 건넸다. 너는 어째서 그 흔한 위로조차 건네지 않는 거냐고 쏘아붙였다. 하지만 그 카지노 쿠폰는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그래서 더욱 바짝 약이 오른 나는, 믿기지 않는 엄마의 죽음으로 시작된 나의 분노를 끊임없이 쏟아냈다. “뭐야 왜 말을 안 해. 대꾸라도 해라. 답답하게 가만히 있지 말고.”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그때 그 카지노 쿠폰가 말했다. 자기가 뭐라고 위로해야 할지 몰라서 먼저 연락을 못했다고. 얼마나 슬플지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 차마 먼저 연락을 못했다고. 먼저 말해줘서, 화라도 내줘서 고맙다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얼마든지 하라고. 엄마가 돌아가시고 처음 받아보는 조건없는 위로였다. 세상에 너만 힘든 것도 아니고, 언제까지 너만 위로하기엔 나도 너무 버겁다는 뭐 그런 식의 제스처들만 보아왔던 그때, 그 미안하다는 말이 내가 지구에 발붙이는 것을 허락해 주는 느낌이었다. 내가 분노하는 것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고, 슬퍼해도 괜찮다고.
그날 이후 너는, 가끔씩 아니 자주, 나를 위한 시간을 내어주었다. 어렸을 적 이야기나 엄마에 관한 이야기, 내가 느낀 상실감에 관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었다. 그렇게 한겨울이었던 내 마음을 열어 겨우 볕을 드리우던 시간들.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 틈에 언젠가 잠깐 지나는 말로 어렸을 때 너무너무 갖고 싶었던 빤짝빤짝 은빛 기차 연필깎이 이야기를 했더랬다. 어려운 살림 탓에 연필깎이를 사달라 말할 엄두도 못 내고 너무도 당연하게 칼로 연필을 깎았던 이야기. 그래서 내가 손놀림이 좋은가?라고 카지노 쿠폰 앞에서 무심코 중얼거렸었던.
서른이 갓 넘은 해였던가. 내 인생의 겨울을 가까스로 지나쳐 봄을 맞이하려던 해. 지나듯 했던 그 말을 기억했던 카지노 쿠폰는 내 생일 선물로 연필깎이를 건넸다. 시시때때로 연필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내 취향을 고려한, 어린 날 연필깎이를 갖고 싶었다던 이야기를 흘려듣지 않고 골라준 선물이었다. 그날, 어린아이처럼 기분이 좋았다.
넌 늘 내게 고마운 사람이었네. 무심한 나는 그러질 못한 것 같은데. 몸도 마음도 가난했던 내 시절을 묵묵히 함께 걸어준 카지노 쿠폰. 해묵은 지난 이야기들을 아무렇게나 꺼내보여도 먼저 섣부르게 판단하지 않고 조용히 이야기를 들어주던 카지노 쿠폰. 엄마의 부재로 세상에 분노하던 내게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그저 자신이 미안하다고 말해주던 카지노 쿠폰. 아빠 장례를 치르고 나서 아빠가 나를 용서했을까?라는 자조 섞인 물음에 아빠가 해주셨던 이야기를 조용히 선물처럼 건네주던 카지노 쿠폰. 공무원 시험 준비 중이었음에도 내가 병원에 입원해 절절매고 있을 때 먼 길을 한달음에 달려와 병문안을 와준 카지노 쿠폰. 내 결혼식날 마땅히 도움을 청할 사람이 없을 때 흔쾌히 아침 일찍 나와서 내 결혼식 축의금을 받아준 카지노 쿠폰.
네가 내게 건넨 위로의 말들이 주저앉고 싶었던 순간순간에 내게는 큰 용기가 되어 주었는데. 나는 너에게, 시시껄렁한 농담과 눈치가 없다는 건방진 충고나 건넸던가. 나의 힘든 순간순간 너는 그렇게 힘이 되어주었는데 나는 내 삶이 너무 힘들다는 이유로 너의 힘든 순간이 언제였는지조차 잘 모르는 무심한 카지노 쿠폰였다. 아마도 너는 내 길고 긴 인생의 겨울이 지나가기를 기다려주느라 너의 계절이 어디쯤에 있는지 나에게 말할 수 조차 없었을 것이다.너를 타박하던 지난날의 나를, 무심했던 나를, 그 연필깎이를 들여다볼 때마다 떠올렸다.
너에게 이제와 새삼스럽게 무심했던 시간들을 후회한다고 말하지 못했다. 그저 말 몇 마디로 그 긴 시간 동안 내가 받아온 너의 배려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현할 염치가 없어서 그저 실없는 농담을 건네며 너의 안부를 묻곤 했다.
각자의 생활로 바빠 조금씩 멀어진다. 어쩌다 한번 건네는 안부 인사로 생사를 확인한다. 고장 난 연필깎이를 바라보며 무심히 흘려보낸 시간들과 그저 당연하게 여겼던 너의 위로들을 펼쳐본다. 다시 예전처럼 매일의 일상을 다시 공유하게 되는 때가 올까. 일하는 곳도, 사는 곳도, 삶의 환경도 달라졌다. 이제는 각자의 생애 주기가 달라져 서로의 일상에 대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다.
그렇지만, 잊고 지내다가도 문득 네 삶에 기쁘고 슬픈 순간에 생각나는 카지노 쿠폰가 나였으면, 그때 힘이 되는 단단한 카지노 쿠폰가 나였으면 하고 소망해 본다. 네가 내게 그래주었듯이.
무소식이 희소식이라지만, 전하지 않고는 못 참을 기쁜 소식이 네게 있기를.
* 제목 "부단히 기울이는 노력만이 우정을 지속시킨다"는 장자크상페의 <진정한 우정에서 가져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