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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탱구리 Apr 04. 2025

최초의 간접살인

소방관은 불을 끄지 않는다 10편


현장은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었다.


신성정밀은 정왕동 시화공단 내에 위치한 작은 중소기업이다. 회사규모도 200평 규모의 대지에 50평 규모의 3층으로 된 작은 건물 두 개가연이어 지어져 온라인 카지노 게임. 들어가는 입구는 넓었다. 그나마 공단 내에 위치한 덕분에 계획도로가 잘 되어있는 탓이었다. H는 화학소방차에 타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신성정밀이 화학공장임을 감안하여 특수 소방차인 화학소방차도 함께 출동하게 된 것이다. 화재 현장은 생각보다 치열했다.


규모가 작은 공장에서 발생 안 화재라 쉽게 진압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는데 신성정밀에 보관되어 있던 경화제가 연쇄반응을 일으키면서 엄청난 화마와 유독가스가 분출되어 현장은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와 씨방~! 이게 다 뭐냐? 물차 몇 대 뿌리면 쉽게 진압될 거다 생각하고 가볍게 왔는데...

화학소방차에 동승한 동료 소방사인 성중이가 입을 쩍 벌리며 화재현장을 응시온라인 카지노 게임.

"자! 일단 모두 내려. B급 화재라 소방수는 안 될 것 같아.화학 소방차 쪽 지원이 필요할 거야. 성중이하고 H는 구조팀 지원해 주고 나머지는 화학 소방차 쪽 지원해 줘"


지휘차를 타고 온 지휘조사 2 팀장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대원들에게 크게 소리쳤다. H는 구조팀 쪽으로 뛰어갔다. 소방관으로서의 의무감도 있었지만 요구조자 중에 혹시 천사가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터 컸다. 구조팀원들은 이미 특수 방화복과 산소통을 어깨에 짊어매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

"지원 나온 H 하고 성중이는 2동 1층으로 진입해. 근무인원에 대한 파악이 아직 명확하지 않아서 요구조자가 몇 명이나 있는지 미정상태니까 힘들겠지만 샅샅이 확인해야 할 거야"

"예? 몇 명이나 있는지도 모른다고요? 에구 조졌네"


성중이 투덜거림에 H는 천사를 만날 확률이 높아지는 것 같은 기대감에 오히려 가슴이 더욱 뛰었다.

"이리 와봐! 여기 1층 건물 설계도가 있으니까 참조해서 봐. 다행히 1층은 포장시설하고 완제품 보관창고만 있는 것 같으니까 크게 위험은 없을 거야. 완제품은 불이 나자마자 지게차로 회사 밖으로 이동시켰다니까 지금 상태보다 확산되지는 않을 것 같으니 바로 들어가"

구조팀장은 H와 성중이가 옷을 입고 있는 중에도 쉴 새 없이 지시하고 다른 팀 쪽에 고함을 지르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





H와 성중은 한 팀을 이뤄 공장 2동 정문 앞에 섰다.

"야 H! 너 무섭냐? 얼굴이 많이 상기된 것 같아. B급 화재야 늘 겪어오던 거였잖아. 뭐 새로울 것도 없는데"

"아냐. 그냥 좀 피곤해서 그래. 그리고 생각보다 규모가 큰 것 같아서 조금 걱정되는 거지 뭐"

H가 흥분과 기대감으로 얼굴이 붉어진 것을 모르고성중이가 자기 생각대로 물어보았다. 자기 속을 잘 모르는 놈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H는 성중이가 참 좋은 놈이라고 생각했다. 만일 지금의 H의 속마음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볼 수 있다면 성중이는 무슨 생각을 할까 하고 H는 상상했다.


"빨리 들어가자. 내가 앞장선다"

"아냐! 내가 그래도 형이니까 먼저 갈게. 그리고 너는 제수 씨 생각해서 조심조심해야지. 좀 있으면 이쁜 조카도 태어날 텐데. 몸 사려라"

"야 임마! 호적신고가 늦어서 그렇지 내가 너보다 3개월 형 이래도"

"시끄러워 호적신고는 나도 늦게 했어. 닥치고 너는 형님이 가시는 길 조심해서 졸졸 따라오기나 해"


정문 쪽에서 보기에는 공장 2동은 아직 화재가 확대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나 1동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상황일지 모르는 일이었다. 밀폐공간이 빽드리프트의 걱정은 없었으나 혹시 모르는 일이기에 H는 공장으로 들어가는 미닫이식 큰 문이 아니라 옆에 있는 패널로 된 쪽문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산소통 작동시키고 숨 한번 크게 들이마시고 들어가자"

성중이의 말투가장난스러움을버리고 진지하게 돌변온라인 카지노 게임.

"오케 준비. 들어간다!"


H는 크게 심호흡을 한번 들이마시고 문을 잡아당겼다. 예상한 대로 빽드리프드 현상은 없었으나 공장 좌측에 보이는 자동포장기계 뒤쪽으로 불길이 일렁거리는 것이 보였다. 1동이 자동포장기계 뒤쪽과 연결되어 있어 1동의 화재가 그 방향에서 확대되고 있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1동에서 넘어온 검은색 유해가스가 이미 2동에 가득 차 있어서 시야가 불투명하였다. 현재의 상태만으로도 요구조자의 생존을 장담하기 힘들었다.H는 손으로 공장의 오른쪽을 가리켰다. 성중이는 고개를 끄덕거렸고사람은 공장 외벽을 따라 오른쪽으로 선회하기 시작온라인 카지노 게임.


H는 점차 가슴이 두근거렸다. 무언가 있을 것 같은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H는 희뿌연 연기 속을 최대한 집중하여 살펴보았다. 혹시 모를 요구조자의 구조요청도 절대 놓치지 않기 위해서 청각에도 신경을 집중했다.

"으음~~!!"

어디선가 가느다란 신음 소리가 들린 듯했다. H는 번개같이 소리 나는 쪽을 향하여 몸을 돌렸다. 공장의 바닥에 무언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야~! 같이 가. 혼자 가면 위험해!"


성중이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H는 무시하고 공장의 중앙 쪽으로 이동했다 30대 후반의 남자였다. 몸에 불이 붙어있지는 않았고 연기만 조금 들이마셔 기침을 심하게 하고 있을 뿐 의식도 명확했다. H는 얼른 산소호흡기의 여벌 마스크를 그 남자에게 씌워 주었다. 성중이가 너무 가깝게 있었고 불도 H가 있는 곳에서는 다소 떨어져 있어서 상황을 만들기에는 부적절하였다.

"2동 중앙, 30대 남자 1명, 연기질식, 구조해서 밖으로 이동하겠다. 이상"

성중이는 빠르게 무전 송신을 하고 남자를 업었다.

"일단 나가자"


성중이의 말에 H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냐. 정문까지 거리도 얼마 안 되고 요구조자가 더 있을 수도 있으니 난 여기서 확인해 볼게"

성중이는 정문 쪽을 힐끔 쳐다보고는 H의 어깨를 부여잡고 말했다.

"그럼 얼른 갔다 올 테니까절대로 혼자 움직이지 말고이 장소에 꼼짝 말고 있어. 연기가 더 짙어지고 있어 시야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혼자 움직이면 위험해"

"알았어 얼른 갔다 와"

성중이는 뒤를 한번 돌아보고 남자를 업은 체 연기 속으로 걸어갔다. 잠시 자리에 앉아있던 H는 벌떡 일어나 자동포장기계가 있는 1동 쪽으로 걸어갔다.




1 공장과 맞닿은 2 공장 가장 안쪽 구석에 설계도에서는 보지 못했던 컨테이너 박스가 하나 보였다. 사실 H는 아까 남자의 구조 신호만 들은 것이 아니었다.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얼핏 컨테이너유리창에 사람으로 추정되는 그림자를 보았다. 마음이 조급했다. 빨리 확인을 해야 했다. 성중이가 돌아오거나 화재진압팀이 들어오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H는 조심스럽게 컨테이너로 접근온라인 카지노 게임. 안에서 무언가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H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이 밀려왔다.

'천사가 있어. 역시 내 기다림에 답변을 주셨어'


H는 조심스럽게 유리창을 들여다보았다. 컨테이너 내부는 이미 1동에 맞붙어있는 곳에서 불이 옮겨 붙어 타들어가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 유리창으로는 천사를 확인할 수가 없었다. 유리창이 너무 작았다.컨테이너의 문이 1 동쪽 있어서 이쪽에서는 진입이 불가능했다.그때갑자기 붉은 화염덩어리가 유리창 아래에서 확 솟아올라왔다.


깜작 놀란 H는 뒤로 서너 발자국 물러섰다. 뒤로 넘어질 몸이 휘청거렸으나 다행히 중심을 잡을 수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 놀란 가슴에 크게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다시 컨테이너 유리로 접근온라인 카지노 게임. 사람이었다. 옷불이 붙어 타오르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 남자였다. 불붙은 채로 몸부림치고있어서 나이나 얼굴은 확인이 어려웠다. 남자는 이리저리 휘청거리더니 힘을 잃고 바닥으로 꼬꾸라졌다. H는 급하게 컨테이너의 유리창으로 다가갔다. 작은 유리창 아래쪽에 쓰러져 있어서 잘 보이지가 않았다.


H는 유리창을 열어보았다. 다행히 유리창의 시건장치는 걸려있지 않아 쉽게 열렸다. 작은 창문을 열고고개를 안으로 디밀었다. 환하게 타오르는 인간의 육체가 보였다. 남자는 고개를 들었다. 50대 중반의 건장한 남자였다. 키도 크고 덩치도 꽤 커 보였다. 남자의 얼굴은 고통으로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고 H를 쳐다보며 뭔가를 간절히 소리치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러나 소리 없는 외침이 되었다. 아마도 성대가 뜨거운 열기로 다 타버린 것 같았다.


H는 그 남자를 보는 순간 그가 결코 천사가 될 수 없음을 확신했다. 큰 덩치, 툭 튀어나와 이리저리 씰룩거리는 뱃살, 손목에서 반짝거리는 금색 시계와 검은 검댕이가 묻어있는 체인형 금목걸이 - 아마 10돈은 족히 돼 보였다- 가 천사와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 위화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저건 결코 천사가 될 수 없어. 핍박과 고통을 받은 존재라고 생각되지 않아. 오히려 여러 사람을 핍박하고 고통을 주었던 악마 같은 놈인 것 같아 보여. 구조를 해야 되나? 아냐 조금 더 지켜봐야겠어. 천사라면 어느 순간 느낌이 올 거야'


H는 고개를 유리창에 넣은채 남자를 계속 주시하였다.

'그으 으으으으 사...ㄹ.."

남자는 애처롭게 울부짖었다. 그 모습에 H는 천사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왜인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었다. 마음이 그렇다고 이야기했고 머리가 확신을 하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

'넌 그냥 구더기야. 천사가 아니야'


H는 그 남자를 싸늘한 눈으로 처다 보며 냉정한 기분을 유지하려고 하였다. 분명히 그래야만 했다. 그러나 H의 가슴속에서 무언가 다른 종류의 희열이 서서히 일어나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

'뭐지? 이 감정은? 아냐 아냐 난구원자야. 저런 구더기를 보면서 기뻐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이건 신성 모독이야. 그래 이 감정은 희열이 아니야. 그냥 구더기가 없어지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지. 아냐 구더기 따위가 없어지든 말든기쁜감정조차 일어나서는 안 돼'


마음으로 수차례 다짐했음에도 H의 몸은 서서히 흥분이 잠식해 가기 시작온라인 카지노 게임. 온몸이 경직되며 모든 혈액이 특정한 한 곳으로 우르르 몰려가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 숨이 가빠졌다.산소 호흡기에서 나오는 산소만으로 숨쉬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하였다. 지나치게 숨이 가빠지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 과호흡이었다. H는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산소마스크를 벗어 버렸다. 텁텁한 연기에 목이 탁 막혔지만 그래도 숨 쉬는 것이 좀 편하게 느껴졌다.

'안돼 이건 아냐. 난 신성한 구원자라고'


고개를 저어봤지만 몸을 점령해 가는 희열감을 부정하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 H의 눈은 남자를 보며 조금도 움직이지 못했다. 남자는 완전히 불에 잠겨버렸다. 얼굴도 반쪽은 완전히 불에 그을려 꺼멓게 타버렸다. 마지막으로 남자는 얼굴을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아직 타지 않고 남아있는 왼쪽 눈으로 H를 증오스럽게 쳐다보았다. H는 그것을 바라보며 최고의 절정감에 젖어들었다. 그리고는 화려하게 모든 것을 분출해 버렸다. 극도의 환희감에 그는 짧은 감탄을 내지르며 무너져 내렸다





"H! 어디 있어? 어디야?"

지휘조사 2 팀장이 연기로 가득한 공장내부를 손으로 휘저으며 H에게 다가왔다. 이미 공장내부는 연기로 가득 차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팀장의 어깨에 매달린 고성능 플래시 불빛이 H의 멍한 얼굴에 쏟아져 내렸다.

"임마 이제 나가야 돼. 이쪽도 이미 화재가 번져서 구조는 어려울 것 같다. 나가자"


환희와 흥분에서 벗어난 H는 냉정을 되찾을 수 온라인 카지노 게임. 처음 천사를 봤을 때와는 다른 종류의 흥분이었다. 천사를 보았을 때는 신성한 황홀감이었다면 지금 느꼈던 감정은 쾌감이라 할까? 한여름 밤 피곤하고 졸려 죽을 것 같은데 자려고 누우면 귓속에 윙하고 짜증 나게 속삭이던 모기를 손을 휘둘러 잡았을 때 느끼는 쾌감 같은 짜릿하고 행복한 그런 기분이었다.


"저 컨테이너는 뭐야? 안에 누구 있었어?"

"없는 것 같습니다. 어차피 화염이 강해서 확인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컨테이너는 이미 1동에서 흘러온 화마에 휩싸여 조금씩 무너져 가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럼 철수~! 모두 철수"

팀장은 무전기를 손으로 잡고 외치며 바깥쪽으로 걸어 나갔다.

H도 컨테이너를 슬쩍 한번 돌아보고 비릿한 미소와 함께정문을 향하여 걸음을 옮겼다. 컨테이너의 유리창은처음과 같이 잠겨온라인 카지노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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