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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Feb 15. 2025

카지노 게임의 값어치

-<고독력 수프 Episode #24




파랑새 조가

아침 산책 중에 문득 40년 전,초등학교 5학년 때 조가의 한 소절이 흥얼거려졌다.

'승리 위해~ 카지노 게임하는~ 정의의 우리~ 파랑새 조오~~'

이어서 우리 조의 모토도 생각이 났다.

'물 주자, 키우자, 피우자, 야!'

5학년 때 담임, 이용구 선생님은 당시 총각 선생님으로 열정이 대단하셨고, 조별로 앉게 하여 아이들이 서로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떠들고 놀 수 있는 분위기를 허용하셨다. 아이들에게 조가와 조의 모토를 만들게 해서 조별 대항 과제 발표나 뭔가를 진행한 후, 우승하는 조가 일어나서 조가를 부르고 모토를 외치는 방식을 차용함으로써 게임처럼 즐겁게 경쟁하는 분위기로 이끄셨다.우리 조가 주로 우승을 많이 한 것으로 기억하고 따라서 조가와 모토를 많이 부르고 외쳤기에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일부 기억이 나는 것 같다. 그런데 곱씹을수록 놀랍다. 열두 살 어린이들이 지은 가사에 승리, 카지노 게임, 정의라는 어마어마한 단어가 들어가다니!




카지노 게임

카지노 게임 : 눈에 보이는 행동이 일어나기 전에 몸속에서 일어나는 운동의 단서들

토머스 홉스는 그의 저서 <리바이어던에서 '카지노 게임'이란 단어를 이렇게정의했다.

한때 카지노 게임이란 단어가 싫어진 적이 있었다. 일생을 고3처럼 최선을 다해 카지노 게임하며 살아왔음에도 어쩐지 늘 가난하고 뜻대로 되지 않는 삶의 굴레 속에서카지노 게임하지 않고도 술술 잘 풀리는 인생을 부러워한 적도 있었고. 홉스의 카지노 게임에 대한 정의를 발견하고 존재가 새롭게 서는 기분이다. 나의 카지노 게임이 헛되지 않음을 기억해 내자, 그 카지노 게임들을 오롯이 인정하자, 몸속에 잠들어 있던 카지노 게임의 세포들이 다시 힘을 얻어 생산적인 운동을 하기시작했다.




예술의 카지노 게임

존 러스킨은 예술의 카지노 게임에 대해 작업 시간 단위로 환산하는 자본주의식 계산을 경계했다. 예술가가 하나의 작품을 탄생시키기 위해 밥을 먹고 산책하고 잠을 자고 꿈을 꾸고고뇌하고 술을 마시는 모든 시간은 배제한 채 작품 자체를 만드는 물리적인 시간만을 따로 도려내어 가격을 매기는 식의 계산 방법이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이었다. 최근에 크몽 프리랜서 작업 단가를 알고 놀란 적이 있었다. 디자인 한 장당 5천 원, 수정 3회 이상 일 때 5천 원... 이런 식이 아닌가! 닭과 달걀의 관계처럼 디자이너는 시장의 실태가 이러하니 고민하지 않고 떠다니는 레퍼런스를 대충 활용해서 5천 원짜리 시각물을 빠르게 생산해 내고, 클라이언트는 고퀄의 작업물을 원하면서도 형성되어 있는 시장가의 구조 속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지 않고. 예술가로 성장하기어려운 구조, 그 구조 안에 들어가기 싫은 이유다.




카지노 게임의 값어치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알고 지내던 한분을도와 시각물 작업을 했다. 속내를 털어놓고 이야기하지는 않아서 잘은 모르지만 추측건대 그분은 내 사정을 알고 나를 돕기 위해 더 능숙한디자이너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나에게 작업을 맡기신 것 같았다. 나도 속내를 털어놓지 않았지만 고된 육체노동을 풀타임으로 하면서 휴일과 새벽, 밤 시간을 이용해서 열정을 발휘했던 건 그분의 꿈을 돕고 싶어서였다. 그분의 꿈이 좋아서. 예술가로 성장하기 어려운 구조, 그 구조 안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내가 기꺼이 뛰어들었던 이유다. 딱히 생각한 비용도 없었지만 생각보다 페이는 적었다. 그렇다면 이 카지노 게임은 무엇으로 보상받을까? 인정? 칭찬? 신뢰? 한참을 생각해서 찾은 답은 결국 '정신 승리'다. 세상의 계산법에 휘둘리지 않는마음의 순수함, 한계없이 확장되는 관계의 풍성함, 맑고 가볍고 동그란 영혼의 마주함.




사랑해도 될까요?

오래전에 푹 빠져서대부분의 동영상을 섭렵했던 법륜 스님 강의 중 한 꼭지를 최근에 다시 들으며 다시금 감명받았다. 어떤 젊은이가 한 사람을 짝사랑하다가 고민 끝에 고백을 했는데 불행히도 그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었다. 너무나 괴로웠던 이 젊은이는마음을 접고자 카지노 게임했으나 잘 되지 않아 더 괴롭다고 하면서 어떻게 하면 그 사람을 잊을 수 있을지 혜안을 여쭈었고, 스님의 답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스님의 솔루션은 이러했다. 산을 사랑하듯이, 바다를 사랑하듯이, 하느님을 사랑하듯이, 부처님을 사랑하듯이, 그 사람을 계속 사랑하라는 것이었다.




페퍼톤스 - THANK YOU




카지노 게임'혼자인 것이 슬프면 외로움이고, 혼자인 것이 즐거우면 고독이다' 신학자 폴 틸리히의 말에 영감을 받아 혼자서도 충분히 즐거운 고독을 연마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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