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카지노 게임 추천의 주요 인물들
연상호 감독의 출세작은 <부산행(2016)이지만 인상 깊은 작품들은 의외로 그의 애니메이션에서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그중 <카지노 게임 추천(2013)라는 작품은 <돼지의 왕(2011)과 더불어 특히 주목할 만한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카지노 게임 추천의 간략한 내용과 특징은 다음과 같다. 술주정뱅이에 마을에서도 소문난 개망나니 주인공은 어느 날 카지노 게임 추천 종교의 수상쩍은 포교활동을 목격하고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리려고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번듯하고 잘생긴 교주를 믿고 망나니 주인공의 말은 전혀 듣지 않는데, 사건이 진행될수록 관객은 망나니 주인공과 동조되고 교주와 주변인물들은 차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광기 어린 모습으로 진화, 인물의 선악구조가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봉준호 감독이 <살인의 추억(2003)에서 두 형사의 성격을 교차해 놓듯이 <카지노 게임 추천도 같은 전략을 취한다. 그러면서 사람은 이미지에 취약한 존재라는 점을,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편향적인 존재라는 점을 함께 강조하기도 한다. 연상호 감독의 또 다른 애니메이션이자 <부산행의 프리퀄인 <서울역도 이런 식의 인물 반전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런 걸 놓고 보면 인물을 뒤틀어 속내를 까발리는 게 그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특징이겠다.
<카지노 게임 추천(2025) 리뷰를 하면서 별안간 <사이비 이야기부터 꺼낸 까닭은 좌우지간 두 작품이 유사한 지점이 많기 때문이다. 단순히 이미지만 놓고 보면 <카지노 게임 추천은 애니메이션 <사이비의 실사화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인물들의 모습이 비슷하게 그려진다. <카지노 게임 추천의 성범죄자 권양래는 <사이비의 포악한 김민철을 떠올리게 하고, <카지노 게임 추천의 주인공 성민찬 목사는 <사이비의 성철우 목사를 떠올리게 한다. 이미지만 비슷할 뿐만 아니라 극중에서 맡는 역할도 비슷하다. 다만 <카지노 게임 추천은 <사이비의 경우보다 한 차례 더 꼬아서 반전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인데, 이 부분에서 극이 다소 억지스럽게 가는 경향이 있다.
인과관계에는 어긋나지 않지만 다양한 요소로 인해 관객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주인공의 광기를 완성하기 위해 <계시록이 내러티브 수단으로 쓰는 건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알고 보면 불쌍한 범죄자', '사이비 신도 아영의 실종 사건'이다. 그런데 척 보면 알겠지만 사연 많은 범죄자 이야기나 어린 소녀를 볼모로 위기를 조장하는 방법은 요즘 영화에서 다루기엔 꽤 낡은 문법이다. 거기에 하필 추적하는 범죄자의 과거 희생양이 형사의 동생이었고 사건이 벌어진 날 아이가 갑자기 사라졌다는 설정은 진부함에 더해 우연이 과하단 개연성 문제도 낳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관객이 이 영화가 제시한 카드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에 있다. 속사정이 아무리 많다고 한들 애먼 사람을 납치 고문하는 범죄자를 동정할 수 있는가. 물론감독 역시 이 부분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연민이 아니라 '그를 이해해야 범죄의 진의를 알 수 있다'는 이성적 측면에서 접근하지만, 그러기엔 프레임에 '불쌍한'이라는 수식어를 너무 많이 욱여넣었다. 영화 <악마를 보았다(2010)에서 미치광이 살인마로 등장한 장경철 역시 개판 오 분 전인 집안에서 자랐다는 설정은 있었으나 동정이나 이해를 바라는 뉘앙스는 안 느껴지지 않나. 그 범행 수법이 너무 잔혹하기 때문이다.
또한 극의 위기감을 지탱하는 아영의 실종 사건은 소녀라는 이미지를 덧칠해 놓았어도 사이비 교회라는 틀 안에서 진행된다. 2023년에 화제를 일으킨 <나는 신이다 : 신이 배신한 사람들 같은 다큐멘터리를 본 사람들이라면 이단 종교에 대한 뿌리 깊은 반발심(뭐 꼭 다큐가 아니어도)을 가질 수밖에 없다. <카지노 게임 추천은 아영이라는 한 사람의 위기를 다루고 구출하지만 사이비 종교에 대한 파멸은 주인공 성민찬에게만 내린다.
광기가 특정인의 과욕에 의한 심리 기제에만 원인이 있는가? 사이비 종교라는 시스템 자체에 대한 성찰 없이 단순히 성민찬의 광기를 강조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명의 나라'라는 사이비 종교를 끌어 쓸 것이면 굳이 사이비 종교가 아니어도 되지 않았을까? 영화를 보고 나면 '성민찬은 미친놈이고 사이비 종교인들은 평범한 사람'이라는 명제가 저절로 머릿속에 그려지는데, 실상은 아니지 않은가. 영화 <사바하(2019)처럼 이단의 교리에 속아 넘어간 평범한 사람들을 구원하려는 메시지라도 있었다면 모를까, 이 영화는 이단의 광기를 주목하는 것치고는 사이비 교회 자체에 대해서는 지나칠만큼 관대하다. 그건 그가 전에 선보였던 <카지노 게임 추천에서의 철학, 니체적 의지와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즉, 현실적인 관점에서 <카지노 게임 추천이 제시한 위기는 관객에게 100%의 공감대를 끌어내지 못한다. 그간 감독이 보여준 철학에서도 벗어난다. 그러니 자꾸 살을 붙이게 되고 진부한 우연이 반복되는 것이다.
사실 <계시록도 중반부에 이르기까지는 꽤 괜찮은 흐름을 갖고 있었다. 욕망을 위해 저지른 죄업을 신의 계시에 맡겨 죄악을 희석하려는 인간 본성이 잘 묘사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의사의 삶을 위해서 아들까지 쏴 죽인 영화 <킬링 디어(2018)의 주인공들처럼 비정한 결의가 돋보이는 부분이 많다.
특히 주인공이 아내의 외도를 폭로하는 장면은 그 자체로 긴장감의 수위를 높인다. 담임 목사의 삶을 위해서 살인 미수를 저지른 것도 모자라 아내의 외도까지 넘어가려는 남자, 그리고 그 광기 어린 목사의 설교에 회개 아닌 회개를 하는 아내의 모습. 그 불안한 관계의 미래를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긴장감을 자아내지만 허무하게도 거기서 끝이 나버린다. 주인공이 심부름센터까지 동원해 열심히 캐낸 아내의 외도 사실은 그 한 장면만을 위해 소모되고 호연을 펼친 민찬의 아내는 형사의 촉을 위해서 딱 한 번 더 동원될 뿐이다.
개인적으로 이 시나리오는 형사의 비중을 줄이고 민찬과 그의 아내, 범죄자 권양래의 삼각 대결 구도로 갔어야 했다고 본다. 안전한 인생을 위해 죄업도 서슴지 않는 사이비 추종자들과 영원한 죄악을 꿈꾸는 파렴치한 악마의 진실 게임이었다면 이 영화는 더 매력적이지 않았을까? 평가를 넘어서는 영역이지만 어쨌든 극의 초반부는 흥미진진한 요소가 있었기에 그 씨앗이 발아하지 못한 건 여전히 짙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앞선 작품에서 모두가 혹평을 쏟아낼 때도 필자는 그의 천재성에 주목한 바 있지만, 연상호 감독도 최근 다작의 영향으로 정밀도를 조금 잃어버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심지어 영화 두 편을 또 제작 중이다). 황동혁 감독이 <오징어 게임 시즌1을 촬영한 뒤에 진이 다 빠졌다고 고백했던 것처럼,격무에 시달리는 감독들이 조금은 여유를 갖고 작품을 대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다만 내러티브의 문제와는 별개로 배우들의 호연은 볼만했다. 주연인 류준열의 연기도 나쁘진 않았지만 범죄자 권양래 역을 맡은 신민재, 민찬의 아내 역을 맡은 문주연, 형사팀 팀장 역의 우강민의 생활 연기는더매력적이었다.영화를 즐겨보는 관객 입장에서 실력 있는 조연들이 더 늘어나는 건 언제나 반가운 일이다.
그래서 이번 <카지노 게임 추천은 이래저래 아쉬웠지만, 부디 다음 작품은 우리가 알고 있던 연상호 감독만의 독특한 휴머니즘이 더 화려한 꽃을 피우길 기대해 본다.
*본문 사진
-애니메이션 <카지노 게임 추천(2013) 스틸 컷
-영화 <카지노 게임 추천(2025) 스틸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