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2024). 여수의 사랑. 문학과지성사
이래서였을까? 떡잎은 애초 달랐다고. 1993년 10월부터 1994년 10월까지 1년에 걸쳐 쓴 여섯 편의 소설. 한강의 나이 만 스물세 살에서 스물네 살에 써서 처음 낸 소설집. 그 나이 때 난 뭐 했더라? 이러니 노벨 문학상을 탄 것이겠지만, 뭘 했기에 작가 눈에 세상살이가 이렇게 보였을까? 삶이란 신산함이 꼭 그녀에게만 다가간 것은 아닐 텐데 뭐로 하여금 유독 그녀가사는고단함과 우울함을 느꼈던 것일까? 거의 일필휘지로 쓴 듯한 소설들을 떠받치는 건 일관되게 개별 인간들이 느낀 세상에 대한 처연함인데, 작가는 삶이란 이와 같음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카지노 가입 쿠폰에?
〈여수의 사랑〉. 여수를 떠나는 기차에서 발견된 버려졌던 자흔과 그곳에서 아버지가 자기와 동생을 데리고 동반자살을 하려던 곳이라서 벗어나고 싶던 정선이 나온다. 둘 다 사는 것에 지쳐있다 메이트로 만난 건 정선이 방세를 아끼려고 룸메이트를 구했기 때문. 다른 메이트들보다, 제법 자은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좀 더 버티긴 했다. 정선과 자흔이 서로 헤어지는 결정적인 이유가 정선의 결벽증만이 아니란 것만 빼고 별반 달라지지 않는 정선. 그녀 또한 감내해야 할 삶이 주는 고단함으로 인해 결국 여수로 향하는데, 그 두 사람이 여수에서 만날까? 여수는 지친 그들 삶에서 구원 처가 될 수 있을까? 그땐 장범준이 부른 "여수 밤바다"가 없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여수는 여수하면,낭만포차만 있어야 할 것 같다!
〈어둠의 사육제〉는 일찍이 부모를 잃고 서울 변두리 인생으로 살아가는 인숙 언니와 내가 작은방을 얻어 동거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그녀와의 유일한 차이란 막다른 골목까지 밀린 상태에서 오는 절망감인데, 그나마 난 대학에 들어가면 달라질 미래가 있을 거라는 차이 하나. 어느 날 인숙이 돈을 가지고 도망가면서 내 인생 또한 나락으로 떨어진다. 기껏 의지처란 것이 이모가 제시한 베란다. 그곳에서 난 기숙한다. 그런 내 주변에 명환이 맴도는데, 명환은 교통사고로 아내와 자식을 잃은 나보다 더 불행한 남자. 그가 자기 집을 내게 주고 세상을 마감하려고 한다. 카지노 가입 쿠폰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지? 나라면 공짜로 아파트 하나 꿀꺽하고 모르쇠 할 텐데.
〈야간열차〉에선 어깨에 짊어진 십자가가 너무 무거워 허우적거리는 동걸이 나온다. 그는 동해로 떠나 그가 짊어진 짊을 벗어던지려는데 이게 쉽지 않다. 친구 영현은 몰랐던 동걸의 아픔을 알게 되면서 오히려 동걸을 멀리한다. 그건 영현이라면 감내하기 어려운 집안 사정 때문. 동해로 떠나고 싶던 동걸은 정작 떠나지 못하는 이유란 가난한 집안을 지켜야 하는데, 그에겐 의식 없이 살아가는 쌍둥이 동생, 우유배달을 하다 사고가 난 식물인간이 있다. 군대를 갔다 온 후 다시 만난 친구 그 사이 관계는 어색해졌다. 그런 어느 날 동걸이 먼저 동해로 떠나자고 한다. 종국엔 동걸을 따라 영현도 떠난다.
〈질주〉는 동생이 죽게 된 과정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속죄하듯 달리는 인규가 주인공이다. 그때 엄마 마음 또한 어떠했는지 헤아릴 수 없었으니 남은 엄마에 대한 애정마저 감당할 수 없었는데, 엄마가 내게 전화로 연락을 하기 시작한다. 그때마다 진규를 찾는 엄마를 보니 당혹하기만 하다. 진규가 죽은 후 엄마는 진규를 한 번도 언급을 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남자를 새로 만나 딸 하나를 낳고 잘 살아가는 줄 알았었다. 그런 엄마가 암으로 고통으로 받으며 진규를 찾기 시작하는데, 인규보고 다시 자기 아들 진규가 되어 달라는 말을 듣는 인규. 달린다고 해결이 될 수 있을까?
〈진달래 능선〉. 정환은 아홉 살의 나이에 가출을 한다. 아버지의 학대를 견딜 수 없던 것. 집 떠나는 날 뒷산 기슭에서 봉화처럼 타오르는 진달래 능선은 백치 동생 정임이었다. 그건 그녀가 입술 가득 진달래 꽃물을 들였기 때문. 다행히 양부를 만나 입양되어 그럭저럭 대학과 군대를 마치고 사회생활을 하지만 그 또한 지쳤다. 그러니 다시 찾게 된 가족. 그 끝엔 아버지는 죽고 엄마는 동생을 데리고 집을 나가 마산인지, 울산인지 떠났다. 긴 방황 끝에 찾아든 곳이 일 년 계 황 씨 집. 그에겐 아내와 두 아이들이 있었다. 어느 날 아내가 건강한 아들만 데리고 집을 나갔고, 딸은 병으로 황 씨 재산을 축내고 3년 전에 죽었다. 그 후 황 씨는 진달래나무를 태우면서 죽은 딸아이를 마음속에서 떠나보내고 있다.
〈붉은 닻〉에서도 가족이 정상(?)이 아니다. 카지노 가입 쿠폰가 없다. 실종은 죽음보다 더한 고통일까? 작은 아들 동영은 카지노 가입 쿠폰를 그리워하고 큰 아들 동식은 카지노 가입 쿠폰를 두려워한다. 엄마는 카지노 가입 쿠폰를 기다리는데, 카지노 가입 쿠폰가 남긴 빈자리는 이들 가족에게 무엇일까? 그런 상황에서 동생 동영이 군에서 제대를 한다. 엄마는 가족이 다 모였으니 소풍을 가자고 하는데, 이들에게 소풍은 어떤 의미인 것인지? 동식이 두려웠던 카지노 가입 쿠폰는 극패를 떠돌고 퉁소를 불었던지라 그는 없는 카지노 가입 쿠폰 역할까지 맡아서 해야 했으니 자학과 술은 동식의 친구였다. 엄마의 바람대로 바닷가로 떠난 소풍은 어긋날 것 같았던 가족을 단단히 이어주는 촉매가 된다. 그때 동영이 춤을 추는데, 춤은 가족이 카지노 가입 쿠폰와 합일하는 순간을 상징한다.
이렇게 내용을 요약하면서도, 한강이 보냈을 나이 20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건 뛰어난 소설가로서 자질을 이미 보였던 작가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에게 나이 20대란 무엇이었을까? 삶이란 고단한 것임을 일찍 알아낸 조숙아? 산다는 황량함을 알아버린 그이기에 그가 쓴 글들이 이랬겠지?
그러니 궁금해졌다. 난 어떻게 보냈더라? 누구든 한 번은 겪은 그때. 당신이 보낸 카지노 가입 쿠폰 안녕했었는지? 소설 속 주인공 못지않게 낯선 도시 골목을 서성거렸는지, 불확실한 미래로 인해 내일에 대한 불안감을 잠재우려 술 한잔 걸치진 않았는지. 누군가는 이렇게 20대를 보냄으로 해서 50대에 세상을 넘나드는 족적을 남겼지만. 소설 덕분에 돌이켜보니 내 지난 20대도 안녕했었다는 것을, 아마 당신의 20대도 안녕했었을 거라고, 오늘에서야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