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쩌귀
제주고씨 댁에서 보내온 돌쩌귀가
여주이 씨 문설주에 박히던 순간
둘은 처음부터 삐걱거렸다
덜 다듬어진 수짝은 성품이 거칠어
암짝의 좁은 속내 다독이지 못한 채
벌컥벌컥 밀어붙였다
서로를 열고 닫을 때마다 비명 같은
입 속의 말들이 문 밖으로 새어 나왔다
처음부터, 굳지 않고 붙지 않아도
붙어있을 수 있는 관계였지만
길은 쉽게 들지 않았다
물 한 모금 입에 물고 풉, 뿜으면
팽팽하게 당겨지던 시절 지나는 동안에
모나고 각진 살들 깎여나갔지만
세풍에 사그라진 몸뚱인
풀 먹인 옷으로도 가려지지 않았다
평생 살 비비며 돌아온 길만 반짝반짝 윤이 났다
다만 조용한 방 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