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자연인
벌써 몇 년째
누군가 짓다가 버려둔 폐가 한 채
올 들어서, 떠돌이 자연인이 하나가 찾아와
몇 번 드나들더니 자리가 맘에 들었던지
다시 수리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 며칠은 나뭇가지를 들고 이리저리 맞추며
꽤나 열심인 듯하더니
요즘은 어쩌다 띄엄띄엄 들러
잠시 머물다 갈 뿐 도대체 진척이 없다
가끔 들러 나뭇가지를 들고 용을 쓰는 걸 보면
포기는 하지 않은 듯한데
저렇듯 세월아 네월아 짓다 보면
육추의 계절은 금방 돌아올 텐데
반반한 집 한 채 없는 사내놈한테 어느 처자가 시집을 올까
게으른 저 자연인, 저러다가
색시 구경 한 번 못한 채 늙어 죽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