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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 빚는 영양사 Mar 06. 2025

헤어질 카지노 게임 2

당신의 비건유니짜장은 존중의 첫걸음이었어.

카지노 게임




동거를 하면서 맞딱들인 입맛의 차이는 서로의 중간지점을 찾으며 서서히 풀려나가는 듯 했다. 육류를 선호했던 카지노 게임은 채소, 과일 같은 식물성식품의 비중을 늘려나가며 내 입맛을 닮아갔다. 자연히 살도 빠지고 잦은 방귀나 설사 같은 증상도 많이 좋아졌다.


나의 입맛도 카지노 게임과의 중간지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영양소 균형을 위해 억지로 먹었던 유제품이나 계란의 섭취 횟수가 자연히 늘어난 것이다. 밥 차리기 싫은 날은 카지노 게임이 선보인 간장계란밥을 꾸역꾸역 먹으면서 억지로라도 계란을 먹게 됐다.


빵과 가공식품에 들어 있는 동물성원료는 예전보다 더 자주 접하게 됐다. 햄, 소시지류 보다는 차라리 값이 싼 생고기를 선호하는 편이었는데 스팸만 보면 군침을 흘리는 카지노 게임을 보면서 집에도 한 두개라도 쟁여두게 됐다.


햄버거, 피자, 치킨. 선호하지 않아서 일부러 찾지 않았던 음식도 카지노 게임 때문에 한번이라도 더 먹게 됐다. 카지노 게임은 외식을 참 좋아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나도 그게 싫지 않았다. 집밥 차리기도 귀찮고, 밥상을 차리고 치우는 일들이 반복되면서 카지노 게임이 쉬는 날은 나도 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거의 모든 메뉴 결정권은 남편에게 넘어갔다.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나에겐 바깥에서 벌어오는 돈이 없다며 스스로 봤던 '눈치' 때문이다. 특히 카지노 게임은 페페로니피자처럼 햄이 잔뜩 올라간 피자를 너무 좋아하는데 나는 그것을 거부할 '자유'가 없었다.


억지로 꼬깃꼬깃, 분유 비린내가 나는 것 같은 치즈피자를 입에 구겨넣으며 한 두 조각을 먹었다. 그리곤 탄산수와 무알콜맥주로 배를 불렸다. 미나리가 무한으로 제공되는 삼겹살집에서는 거의 미나리만 구워서 먹었다. 집밥 차리기 귀찮은 날은 남편이 좋아하는 메뉴로 외식을 하면서 숨 쉴 틈을 찾았다.


나에겐 자유를 표현할 '용기'가 없었다.카지노 게임이 벌어온 돈을 쓰면서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다고 스스로 나가서 돈을 벌어올 용기도 없었다. '기자'라는 생활로 몸과 심신에 번아웃이 와서 모든 게 고단한 삶이었다. 그런 시간에 '채식'은 많은 위안을 줬다.


색색깔 예쁜 채소를 고르면서 느꼈던 감정, 싱크대에서 정성스럽게 씻으며 어루만졌던 감각은 고스란히 나의 마음에 남았다. 그리고 그런 마음들은 요리와 레시피의 창작의지로 이어졌다. 어려웠던 시간을 채소과일이 자극하는 오감에 치유받으며 견뎌냈다.


채식은 그렇게 나의 몸과 마음을 살렸다. '비건'을 카지노 게임한 이유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나 자신을 살리고 싶은 마음. 그리고 야만적인 세상으로부터 나를 구하고 남을 위할 수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


하지만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은 협조적이지 않았다.비건을 결심하면서 식탁에서 다투는 일이 많아졌고 외식 메뉴로 한번씩 비건 맛집을 찾아가자는 것도 눈치보이게 만들었다. 메뉴를 고르면서 남편의 표정을 살폈다가 그가 반색하는 메뉴로 나의 마음이 결정되었다.


'비건'이라는 말 자체에 혐오감을 드러내며 "난 극단적인 게 싫어! 네가 비건을 안 했으면 좋겠어!"라는 카지노 게임의 고함에 대꾸하지 않았다. 그러다 점차 우울해지는 내 마음이 보였다. 나도 최후의 발악으로 소리를 질렀다.


"내 의견도 존중해줘! 그리고 당신이야 말로 자꾸 튀어나오는 배를 생각해서 내 말을 더 들어야하는거 아냐? 비건은 당신을 위한거야!"


사실 카지노 게임에게 듣고 싶었던 건 '비건'에 대한 억지스러운 동의가 아니였다. 나에 대한 '존중'이었다.마요네즈를 포기 못 하겠다는 카지노 게임이 미웠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마음에 뭐든 맞춰보려고 이 제품, 저 제품 찾아보면서 건강한 걸 우선적으로 고르고 채워넣으려는 마음.


나는 그에게 맞춰주려고 많이 노력했지만 카지노 게임은 단순한 아이 같았다. 카지노 게임과 헤어져야 할까? 진심으로 이혼을 고민했다.단순히 입맛의 차이가 아닌 존중에 관한 차이였다.그리고 결국 나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은 '함께 산다는 건 과연 어떤 의미일까?' 하는 것이었다.


'맞춰간다는 건 뭘까?' 40년 동안 변하지 않던 카지노 게임의 입맛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그 '입맛' 하나 때문에 둘이서 과격하게 싸우고 있다.


나 스스로도 누군가에게 강요받고 억압당하길 원치 않으면서 내가 카지노 게임에게 '비건'으로 식생활을 바꾸라고 다그칠 권리가 있는 것인가?


이게 야만이 아닐까? 강요하고 억압하는 마음. 그 마음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동거부터 결혼생활까지의 내용을 간략히 추려봤습니다.비건을 야심차게 결심했지만 하루 한 끼로 만족해야했고. 또 올해부터는 남편과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하루 한 끼 비건도 어렵게 지켜가고 있습니다. 남편과의 입맛충돌은 중식VS일식 조리기능사 대결로 표출되었습니다. 최근엔 비건유니짜장, 콩고기 마파두부등을 남편이 차려주면서 하루 한 끼 비건을 어렵싸리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존중 받는다는 느낌 뒤에는호시탐탐 식탁권력을 쟁취하려는 남편의 야심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입맛을 지켜나가기 위한 요리부부의 권력암투를 앞으로도 지켜봐주세요. 감사합니다.


이번주부터 다음주까지 시부모님 모시고 베트남여행을 갑니다.여행 준비로 바빠서 미리 써놨던 글로 연재하느라 시점이 온전치 않습니다. 갑자기 동거생활로 돌어갔다가 현재 결혼생활 이야기를 하고, 최근 조리사자격증 준비 이야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많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다녀와서 더 좋은 글 쓰겠습니다. 읽어주셔서 항상 감사드립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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