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와 결혼할 줄 몰랐다.
결혼 전 동거 때의 이야기로 지금은 맞춰가면서 잘 살고 있습니다. 제 남편을 너무 걱정 안 해주셔도 됩니다.ㅋㅋㅋ
남편이 나에게 고함을 지르며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던졌다.하얀색 오뚜기 온라인 카지노 게임통이 내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다가 '퉁'하고 튕겨져 나갔다.
"나는 꼭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먹을거야!"
집이 떠나가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 남편이 밖으로 나가버렸다. 처음으로 그와 심하게 다툰 날이었다. 느끼느끼한 음식들을 좋아했던 남편은 역시나 나와 입맛 자체가 달랐다.
기름진 삼겹살, 버터, 마가린, 생크림은 물론이고 나는 1년에 한 번 먹을까말까 한 햄버거나 핫도그 같은 패스트푸드도 무척이나 좋아했다.
특히나 좋아했던 음식은 어디에나 뿌려 먹을 수 있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였다. 무엇에 뿌려도 느끼느끼한 맛과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이 바로 완성되는 마법 같은 소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원재료명을 보면 '식물성경화유'라는 게 꼭 써있다. 액체인 식물성 기름을 인공적으로 고체화시킨게 식물성경화유다.
누군가는 '식물성'이라는 말에 건강에 좋을 거라 생각하지만 정말 위험한 음식이다. 이런 식물성경화유에는 '트랜스지방산'이라는 것이 들어 있는데 심근경색과 혈관질환을 일으키는 아주 위험한 물질이다.
소기름 같은 동물성지방은 인체에 기름으로 쌓였다가 운동을 하면 열량으로 소모되지만 트랜스지방산은 혈관 자체를 딱딱하게 만들어 회복불능한 상태를 만든다. 이건 심각한 문제다.
전공자로서 이미 미국에서는 트랜스지방산의 위험성이 알려지면서 식품에 사용금지가 됐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런 걸 남편에게 먹이기는 싫었다. 제발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먹지 않았으면. 논문이나 근거 있는 자료를 찾아 카톡으로 보내주며 논리적으로 설득했다.
그것도 안 되서 제발 먹지말라 빌어보기도 하고 숨겨보기도 하고, 화도 내 보았다.남편의 작은아버지는 심장질환을 앓고 계신다. 수술도 몇 번 하셨고, 가족력이 있어서 더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도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포기 못 한다는 말에 나도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야 나야! 빨리 선택해!"
남편은 대답을 하지 않고 울면서 집밖으로 뛰쳐나갔다. 한참이나 동네를 배회한 뒤 집에 돌아왔는데 날 처음 보면서 했던 말은 "난 꼭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먹을거야!" 였다. 하지만 예전보다 횟수를 줄여보겠다고 약속했다. 나를 만나기 전엔 쌈채소를 입에도 안 댔던 그에게 그건 큰 결심이었다.
첫번째 헤어질 결심을 굳혔지만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제발 곁에만 있어달라고 애원하는 그를 외면할 수 없었다. 또 시간이 흐르면서 식습관 외에 모든 것이 자상한 그의 따사로움 때문에 헤어질 결심은 잊혀져갔다.
하지만 그 이후 '온라인 카지노 게임 사건'이 터졌을 때 빨리 헤어졌어야했다는 허망한 후회만 남았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내가 그의 식습관을 고쳐줄 수 있을 거란 희망을 믿은 게 바보였다. 결혼 후에도 남편의 식습관은 바뀌지 않았다.
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보단 케첩파였다. 어릴 땐 싫어하는 음식이 나오면 엄마가 케첩을 뿌려주셨다. 그 대표적인 음식이 계란프라이와 고등어였다. 비린내를 극도로 싫어했던 나는 달콤새콤한 토마토맛으로 동물성 비린내를 이겨냈다. 하지만 그것도 어른이 되면서 먹는 횟수가 줄었고, 가끔 감자튀김에 찍어 먹는 정도였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더더군다나 먹을 일이 없었다. 깔끔담백한 맛을 좋아해서 그런지 일부러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뿌려가며 먹는 느끼한 맛을 극혐했다. 그런데 그런 극혐의 입맛을 가진자가 내 앞에 나타나 같이 살고 있다.
결혼 후에는 나도 모르게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숨겨놓고 몰래 먹는 기술만 늘어갔다. 주방 선반을 정리하다보면 구석 어딘가에서 익숙한 통이 보인다. 쭉 쭈그러들어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텅텅 비어있는 오뚜기 온라인 카지노 게임통.
"어느 틈에 먹은거지?" 나에게 혼날 기미가 보이면 남편은 일단 시댁으로 피신한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뿐이겠는가? 초코파이, 초코과자. 남편의 식성은 아버님과 닮아있다. 아버님께서 달달구리한 간식과 초코파이, 기름진 삼겹살을 좋아하신다. 특히 돼지비계만을 골라드시는데 시댁에서 올 땐 항상 대패삼겹살 1kg씩을 챙겨주신다.
3년 전 비건을 결심한 순간. 처음으로 '이혼'이라는 걸 생각해봤다. 내가 지켜보겠다는 신념과 계획들을 존중해주지 않는 분위기. 손주만 목빠지게 기다리시는 시댁에선 뭐든 잘먹어야 한다며 고기든 뭐든 가리지 않고 일단 먹이고 보자 식으로 나온다.
임신을 위해서, 나를 손주를 낳는 도구로 생각하시는 건가?나물이나 식물성 반찬으로만 젓가락질을 해도 시아버님의 잔소리가 한마디씩 흘러나왔다. 억지로 고기 한 점을 먹고, 배가 부르다 젓가락을 내려 놓아도 그새 고기를 내오시는 모습은 너무 스트레스였다.
정신적으로 내 입에 꾸역꾸역 무언가를 넣으려는 시부모님의 강압적인 모습은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한강 작가님의 '채식주의자'가 이런 모습이었을까? 똑같이 동일시 할 수 있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소설을 읽었을 때 느껴졌던 폭력성이 조금은 고스란히 느껴졌다.
소고기를 택배로 보내오시는 친정어머니도 원망스러웠다. 우리 엄마는 원래 본인께서 소고기를 좋아하신다. 딸의 신체와 정신을 본인과 동일시 하시는 것인지? 아니면 혹여 딸 때문에 사위가 못 먹을 거란 죄책감을 딸 가진자로서 미리 걱정스러워하고 계시는 건지?
주변 가족들 모두 도움이 1도 되지 않았다. 심지어 남편조차.
"나는 극단적인 게 제일 싫어! 비건은 더더욱 싫어!" 남편에게 '비건'이란 사람들의 이미지가 어떤 오해때문에 고정관념처럼 틀에 박혀있는 걸까? 나쁘게만 생각하고 있는걸까? 왜 그러지? 나는 그냥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고 싶고, 내가 먹고 싶은대로 먹고 싶은 것 뿐인데.
나에겐 그런 자유조차 없는 걸까? 언제부턴가 '비건'이란 말이 나오면 남편의 눈빛이 돌변하면서 말다툼의 여지가 되었다. 특히나 식탁 앞에선 우리 부부에게 금기어가 되었다. 난 그런데도 비건을 유지할 이유와 신념이 생겼고, 계속 나아가고 싶었다.
마요네즈엔 난황액, 즉 계란이 들어간다. 우선 집에서 먹고 있는 마요네즈는 식물성 비건제품으로 바꿨지만 경화유가 안 들어간 제품을 이것저것 찾아서 구비해놓고 있는 중이다.
우리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 사건은 아직 진행 중이다.